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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검사 구입 및 검사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31) 글쓴이 : KEEC 2024-06-25 21:01 |
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31) - 힐다의 웰니스학교와 수수네숲의 콜라보 프로젝트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이렇게 하여 드러난 이번 작품의 제목은 ‘본질’이다. 이 작품은 지난 8회차의 ‘Here & Now(현재 시간은 지금 여기)’와의 연장선에서 스토리를 발전시켜 가고 있다. 나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 때부터 맞이하기의 진행을 김민지 선생이 하도록 역할을 안배한 바 있다. 그녀를 포함한 그녀 가족의 수련 시간에 푸드아트테라피를 통한 수련을 이어왔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하였다.
이 콜라보치유프로젝트에서 큰 흐름은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어야 하므로 총괄기획을 맡고 있는 내가 주관하고 있다. 그러나 맞이하기 파트의 세부 진행 전반을 김민지선생 스스로 꾸려가도록 일임하였다. 지금까지 놀랍게도 전반적인 흐름에서 매우 조화롭게 잘 전개되곤 했다. 이 과정에서도 상호재능기부, 자리이타, 선순환이 실현되는 것이 즐겁다.
맞이하기 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여정에서 우리는 호흡이 참 잘 맞는듯하다. 마치 사전에 맞춘 듯 통할 때가 많다. 내가 장의 역동을 고려하여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해 가면, 김민지선생도 그 주제를 생각했었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하였다. 지금처럼 맞이하기가 내가 추진하는 푸드아트테라피 본 프로그램과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도 그 예가 된다.
언젠가는 힐다 모델 속의 주요 주제 중의 하나인 “몸의 균형과 조화”를 고려하여 ‘악력’이라는 주제를 다루고자 관련 내용과 도구를 준비해 갔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녀도 그 주차에 우연히 같은 주제를 떠올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치유춤에서도 그런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우리 사이에 무엇이 작용하였을까?
아마도 우리 모두 이 치유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고픈 열망이 있고, 우리는 한마음(One Mind: Larry Dossey는 그의 책에서 ‘모든 존재는 하나의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다루고 있음. Carl Gustav Jung은 ‘동시성’으로 설명)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Larry Dossey의 “한마음”에는 양자적 비국소성에 대한 실증적 예들이 많이 담겨있다.
“모든 개인에게는 공통되는 한마음이 있다. 모든 사람은 항상 동일한 어떤 것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이성의 올바름 안으로 한번 들어간 사람은 모든 소유에서 자유로워진다.(랠프 에머슨)” “깊은 심층에서 인류의 의식은 하나(에어빈 슈뢰딩거)”이다. 이처럼 한마음의 존재는 감각의 접촉 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사람과 생각, 감정, 심지어 육체의 감각까지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이수영 역, 2016).
이 치유프로젝트의 전반이 순수한 본질을 지향해 가는 것이다. 그 덕에 우리에게도 언뜻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날의 맞이하기가 오전에 진행한 장(場)에서 미니강의로 다룬 본질에 대한 내용과 조화를 이루어 풍성해지고 있다. 김민지 선생은 맞이하기의 작품 속에 우리가 성격적인 삶보다는 본질적인 삶을 사는 것이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아름답게 담아냈다.
낙엽을 쓸어내는 퍼포먼스가 우리의 본질을 가린 가짜를 쓸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마치 해(본질)를 가리고 있는 구름(성격)처럼, 본질을 가리고 있는 가짜를 걷어내고 나면 본질이 나온다. 김민지선생은 퍼포먼스로 진행한 맞이하기의 후반부에 또 다른 활동 하나를 제안했다. 바로 어자국으로 만든 하트의 중앙에 있는 꽃들을 몇 개 뒤집어 보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안내대로 하자 글자가 나왔다.
그녀는 맞이하기를 준비하며 ‘본질’이라는 단어를 어자국속에 미리 숨겨 놓았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본질이 늘 안에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본질로 향하는 여정을 응원하고자 함이다. 우리는 다 함께 박수치며 감사한 마음으로 그 의미를 받는다. 이날 힐다의 웰니스학교는 수수네숲 덕분에 국화꽃 향과 함께 준비한 관련 이야기로 충만하였다.
국화꽃차 음다, 국화꽃의 효능, 국화 관련 詩, 사군자이야기, 선현들의 국화사랑 이야기, 보드라운 국화꽃 생화를 만져보는 오감각적 체험 등이 풍성하고 생동감으로 전해졌다. 국화꽃향이 본질을 회복해 가고자 하는 우리들의 여정을 잔잔하면서도 지조 있고 깊은 사랑으로 응원해 주는 듯하다.
진행자들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수련참가자들도 꾸준히 수련을 리추얼로 생활화해 가노라면 순수성의 회복을 향해 일신우일신할 수 있으리라. 한편, 낙엽을 쓸어내며 본질을 찾아가는 퍼포먼스로 진행한 맞이하기를 동영상으로 촬영하였다. 그렇지만, 이 연재 글에 그 생생한 동영상을 담지 못해 아쉽다.
참가자들은 김민지 선생의 참신한 아이디어, 깜짝 이벤트 같은 짜릿함, 참가하는 즐거움 등의 감동을 나누었다. 수수네숲에서 이 치유프로젝트를 할 때는 오전엔 주로 워밍업의 일환으로 숲의 자연과 교류, 몸의 긴장 이완, 푸드아트테라피 등으로 교류하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오후에는 마음의 심층구조 치유를 위한 방편을 이전 회기에 배운 것을 심화해 가거나 새로 배우는 형식으로 진행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장의 역동상 오전에 에니어그램과 힐다모델의 개략적 안내를 위한 미니강의가 평소보다 길어졌다. 그래서 푸드아트테라피의 본 과정은 자연스럽게 점심 식사 후로 넘겼다. 오전에 오감각 깨우기의 일환으로 마셨던 어자국으로 만든 국화차는 뜨거운 물을 부어서 몇 차례 더 음다(飮茶)하였다.
언젠가 어느 국화꽃전시회의 주제가 “꽃이 피니 마음이 열리네”였던 것이 떠오른다. 국화꽃을 보며, 또 아름다운 색과 국화꽃의 은은한 향으로 차를 마시며 나도 마음이 더 활짝 열렸다. 다른 참가자들도 이런 느낌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자연스럽게 점심 식사 직전까지 관련 담소로 이어졌다. 이 또한 이 계절에 누릴 수 있는 소확행(小確幸)이다.
점심을 위한 치유밥상은 힐다의 웰니스학교에서 밥만 준비하고 반찬은 수수네숲에서 준비해 왔다. 이번 회차에 준비한 밥은 녹차 가루를 섞어 지은 밥이다. 그리고 수수네숲에서 정성으로 만들어 온 반찬은 표고버섯 탕수육, 김치, 무채, 견과류멸치볶음, 시금치나물 등이다. 모든 반찬이 언제나 맛있었지만 특히 이번의 표고버섯 탕수육은 그야말로 감탄이 절로 흘러나오며 엄지척하게 한다.
이 표고버섯이 일교차가 심할 때 나온 것이어서 이처럼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버섯이 더 단단하고, 탕수육도 더 쫄깃하며 향이 진한듯하다. 시중에서 산 표고버섯으로 만든 탕수육과는 차원이 다른 식감, 향, 맛을 맘껏 향유하였다. 이날 우리가 먹은 탕수육은 바로 전날 채취한 버섯으로 만든 것이고, 탕수육소스는 고구마전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흡사 고기처럼 쫄깃한 식감과 입안에서 살살 녹는 그 맛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그동안 먹어본 표고버섯 탕수육들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탕수육을 입 안에 넣고 씹을수록 그 감칠맛이 더 깊게 감돈다. 표고버섯의 자연향이 입안에서 오래 감돌고 또 온몸으로 퍼지는 듯한 느낌이 정말 좋다. “참 좋다!” 이런 감동적이고 귀한 향을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어떻게 느껴볼 수 있겠는가?
수수네숲에서의 표고버섯 재배는 노지에서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전반적 과정을 익히 알고 있기에 표고버섯 진짜의 맛을 누린다는 기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이전의 연재 글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치유농업을 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지향하고 즐긴다. 나는 그들에게 전문적인 전인치유 방편을 전하고, 그들은 정성으로 지은 농산물이나 치유 음식으로 상호재능기부 한다. 이런 교류가 모두에게 호혜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고 있으며, 실제로 그 증례들이 늘고 있다.
참가자들이 밥도 맛있다고 칭찬해 주신다. 나도 반찬이 참 맛있어서 밥의 격도 올라가는 듯하다며 응수하였다. 밥과 반찬이 서로 조화를 이루니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점심 식사 분위기는 이런저런 담소로 화기애애하게 웃음이 만발하였다. 수수네숲에서나 힐다의 웰니스학교에서나 식사 시간의 환담은 언제나 즐겁다.
이날 점심 식사 시간에 이루어진 주요 화제는 도토리에 대한 것이다. 이득림선생이 풀어낸 맛깔난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보통 도토리를 주워서 도토리 가루 만드는 공장에 가져다주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가루를 만들어 준다. 예를 들어 10kg의 도토리를 가져가면, 공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가져간 도토리들과 한데 모아서 껍질째 가루를 낸다.
그리고 10kg의 도토리로 가루를 내면 어느 정도 가루가 나올 것인지 가늠하여 해당하는 양만큼의 가루를 받아오게 된다. 이렇게 공장에서 무작위로 받은 도토리 가루는 수수네숲의 도토리로 만든 가루가 아니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도토리를 일정한 양으로 모아서 한꺼번에 가루를 내므로 이런저런 사연 있는 도토리가 섞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이 주운 도토리의 가루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수수네숲의 도토리는 청정한 자연의 숲에서 난 것이지만, 다른 도토리는 꼭 그렇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수수네숲에서는 순수한 도토리가루를 위해 도토리를 주워서 껍질을 일일이 까서 공장이 아니라 방앗간에서 빻아 가루를 내었다. 그런데 방앗간에서 빻은 도토리 가루는 묵을 부드럽게 할 수 있을 만큼 곱지는 않다. 그래서 그 도토리 가루를 집으로 가져와 믹서기에 한 번 더 갈아서 고운 가루를 만든다.
그렇게 만든 도토리 가루는 광목에 담아 큰 통의 물에서 치대어 두면 앙금이 가라앉는다. 도토리 특유의 떫은맛을 제거하기 위해 이틀 정도 가라앉혔다가 수분을 말린다. 완전히 마르면 가루를 보관해 두며 필요에 따라 묵도 쑤고 부침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도토리의 껍질을 까서 만든 가루로 묵을 쑤면 도토리를 껍질째 가루를 내어 묵을 쑤는 것보다 묵이 더 찰지게 잘 나온다.
이득림선생의 설명을 듣고 보니 도토리로 가루를 만드는 과정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 오랜 여정의 공(功)에 절로 숙연해진다. 나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만든 수수네숲 방식의 도토리묵을 먹어보았고, 시중에서 사서 먹는 묵의 맛도 안다. 앞에서 설명한 표고버섯탕수육처럼 수수네숲의 도토리묵은 질적으로 그 격이 다르다.
지난번 수수네숲에 갔을 때 도토리가 풍년이고, 크기도 제법 굵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에도 수수네숲 도토리가 가루로 만들어지고, 또 어떤 음식으로 탄생할지가 기대된다. 도토리와 관련하여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정보를 모으고 공부하여 요리연구는 물론, 교육과 치료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어지는 순서는 이득림선생의 가족치유사례 나눔이다. 그녀는 과거 같으면 사적인 것을 나누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했을 것이나, 심신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여정에서 사람 사는 것이 다 비슷하므로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자기 가족의 치유 사례가 그 누군가에게는 깨달음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힐다의 웰니스학교를 통해 배운 것을 토대로 자신과 가족들이 수련을 이어가며 경험한 치유 사례를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최대한 풀어내고 싶단다. 이득림 선생은 그동안 손에서 책을 놓은 지 오래되고 산나물 재배나 산을 가꾸는 일 등 육체적인 일만 하였기에, 이 공부를 하면서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그렇지만 뭔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었고, 한 번 두 번 회차를 거듭할수록 차츰 아는 것이 늘어나 지금은 매우 기쁨으로 충만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녀는 자녀들(온 가족이 함께 힐다의 웰니스학교에서 가족 수련 중)이 결혼 전에 이 공부를 하게 된 것이 아주 큰 행운이란다. 그간 자신의 생애에서 명상이나 마음 공부를 전혀 몰랐었으나 딸이 공황장애로 홍역을 치르면서 알게 되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하게 사는 것인데, 남보다 잘 살고자 하고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매몰되어 숨 막히는 삶을 살아왔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다행히 어떻게 하면 진정한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인가의 길을 힐다의 웰니스학교에서 배웠다. 너무나 오랫동안 남편이 해소되지 않은 깊은 트라우마로 인하여, 일상에서 주기적으로 분노 표출을 반복할 때마다 상처받고, 좌절하게 되며 참 많이 힘들었다. 여기에는 자신의 미해결과제도 있으니 그것들이 만나 그때마다 그것이 또 다른 트라우마가 되고, 힘겹고 버겁게 큰 산을 넘곤 하였다.
그러나 이제 교수님(필자를 지칭)을 만나 그러한 일이 반복되는 이유와 양상을 이해는 하게 되었다. 수련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한동안 정말 잘 유지되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부부 간에 또 큰 갈등의 문제가 생겼고, 마치 잘 가던 길에 갑자기 큰 장애물이 가로막은 듯한 난관에 봉착했다. 남편은 가족 수련에 가장 늦게 합류하였으나 수련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저항하고 있다.
다행히 다른 가족들에게는 이제 가족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한 제대로 된 방향이 보인다. 특히 남편이 생애 초기에 겪었던 크고 깊은 트라우마로 인한 문제가 곪아서 수시로 화근이 되고 있음도 어느 정도 인식하게 되었다. 뿐만아니라 다른 가족이 함께 장기 수련으로 이러한 난제를 풀어가고자 마음을 모으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이 중대 사안을 원만히 해결하고자 주말에 멀리 있는 아들이 합류하여 장장 6시간의 가족회의와 대화 시간이 열렸다.
그 과정에서 남편이 두려워하는 진면모를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의 표현은 제한적이었지만, 다른 가족의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상황이라 그것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충분히 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련 과정에서 들었던 것들이 통합적으로 다가왔고, 남편의 아픔이 제대로 느껴지며 온 가족이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이득림선생은 그간의 삶을 돌아보며 그저 너무 힘들어서 이혼하고 싶을 정도의 나날이 많았었다. 그런데 남편이 그렇게 아픈 사람이었고 그것을 몰랐던 것이 참으로 미안했다. 남편이 어떤 상황에서 압도가 되고, 또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으로 다가왔다. 만약에 좀 더 일찍 이런 공부를 했더라면 그런 상황들에서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였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30여 년을 함께 살아오면서도 그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당신이 나한테 이렇게 잘못한 것만 탓한 것’이 회한으로 남는다. 자신이 무지하여 남편을 탓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죽는 날까지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이런 걸 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고 정리하였다. 그녀는 ‘딸이 아프지 않았다면 이런 배움을 접하지 못했을 것이며,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것을 살짝 엿보는 상황이란다.
이제는 남편이 달리 보인다. 마치 천 년 동안 막혀 있던 동굴이 빛에 노출되는 것은 찰나라는데, 이번에 바로 그런 상황을 체험한 듯 하단다. 그 산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이 공부(힐다모델)를 한 덕이고, 남편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몸과 신경계에 파편처럼 박혀있다는 강의를 들었던 것을 이번에 제대로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득림선생은 특히 H를 바라보며 이런 자신의 깨달음을 H도 꼭 얻어가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녀의 남편이 처한 상황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몸과 신경계에 각인되어 있어서 그것이 트리거를 만날 때마다 문제가 발생하였던 당시의 두려움을 고스란히 느끼며 사면초가 상태가 되고 쉽게 압도된다. 압도되면 어떤 자극에 대응하는 역량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아는 방법으로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당사자의 어떤 두려운 부분이 작용하여 변화에 강하게 저항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곧 죽음으로 지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외부적인 것이 들어오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화를 내게 된다. 즉, 화는 그의 생존전략이다. 이득림 선생은 이 순간만큼은 남편의 이런 상황이 이제는 가슴으로 수용되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제는 남편이 화를 내도 과거처럼 반사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전과는 다르게 넉넉한 마음으로 ‘괜찮아~!’라고 다독일 수 있을 것 같단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동안 힐다모델 속의 주요 수련 방편을 꾸준히 적용해 왔다고 한다. TRE도 주 3회가량을 꾸준히 해왔고, EFT와 치유춤 등을 수시로 적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여러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자신을 알아차리고자 정성 들여온 것이 작용하였을 것으로 자기평가 했다.
세상은 바뀌지 않았으나 이 공부를 통해 이런 상황을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이 커진 것에 대해 거듭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많은 분에게 해드리고 싶단다. 수련을 거듭한 덕에 자신과 상대의 아픔이 보이게 되었고, 측은지심이 일게 된 감동을 주는 이야기다. 이득림선생의 가족치유사례 발표를 통한 수수네숲 가족의 이 에피소드는 가족 수련이 왜 중요한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많은 가정이 이와 유사한 아픔들을 갖고 있는 경우를 수시로 본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대처할지를 몰라 고스란히 고통으로 겪고, 심지어는 더 심해짐에도 방치하곤 한다. 문제는 그것들이 당사자에게만 고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나 손자녀 등 후세에까지 전이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동서양의 수많은 연구와 사례에서 이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김상원은 그의 책, “거울명상”에서 ‘인생은 내 무의식에 억눌려 있는 감정들을 치유하는 여정이다. 내가 치유하지 않으면 내 자손에게 넘어간다. 내 자손이 치유하지 않으면 또 그 자손에게 넘어간다. 아이는 부모의 에너지장 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고 기술하고 있다. 더불어 이 책에서 관련 치유 사례들을 많이 담고 있다. 나도 이와 유사한 증례들을 많이 쌓아가고 있다.
각설하고, 지금 이 연재칼럼의 배경은 2022년이다. 수수네숲의 온 가족은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2024년 6월)까지 장기 수련을 이어오고 있다. 3년간의 수련을 마치는 날 그들은 자신들의 엄청난 변화와 성장에 감동과 감사를 표현하였다. 앞으로도 그들은 수련을 지속해 갈 굳건한 의지를 드러냈으며, 또 이렇게 사례를 공개해 주어 참으로 감사하다.
힐다모델을 통한 수련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치유 방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그래서 힐다의 웰니스학교에서는 수련의 리추얼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 콜라보치유프로젝트의 공동진행자들도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어 탄력을 받고 있다.
-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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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30) 글쓴이 : KEEC 2024-05-25 16:27 |
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30) - 힐다의 웰니스학교와 수수네숲의 콜라보 프로젝트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한편, 이번 수련에서 에니어그램 관련 설명은 H의 성격유형에 주로 초점을 두고 진행했으나 함께 참여한 J와 S도 자신과 다른 사람을 더 깊게 이해하는 Tip이 되었다고 한다. 다른 회차의 수련에서는 또 그 회차의 장(場)의 역동에 따라 어떤 유형을 다루게 되고, 자신은 물론 가족이나 중요한 타인의 유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각자 성격에 대한 시스템의 작동 원리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앞 연재 글에서 “북타민”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내가 현재 북타민을 위해 활용하는 책의 리스트는 그동안 읽었던 1만 여권의 책들 중에서 일부를 힐다모델에 근거하여 분류한 것이다. 그 내용은 네이버블로그(힐다의 웰니스학교)의 “책소개 코너”에 포스팅하여 두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업데이트한다.
나는 평소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루에 최소 2~3시간 이상 독서를 즐긴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것은 나의 중요한 취미활동이다. 동시에 힐다모델의 가능성을 신뢰하며 더욱 공고히 하여 필요한 사람들이 가치 있게 활용하기를 염원하는 의지의 실현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힐다모델의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그 세부 내용은 더 발전적으로 수정‧보완해 갈 예정이다.
그리고 리스트에 올려놓은 책들은 이미 읽은 것들이지만 북타민을 운영하면서 그 달에 어떤 책이 선정되면 그 책을 다시 읽는다. 북타민은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한팀씩 운영하고 있다. 두 팀의 운영 시기는 다르지만 양팀에서 같은 책을 선정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그 책에 대해서는 최소 3회를 읽게 된다. 경우에 따라 그 책의 내용을 논문에 인용하거나 또는 다른 필요에 의해 추가적으로 더 읽기도 한다.
그 과정 또한 즐겁다. 나의 모든 독서에서 그렇듯이 H가 많이 읽었다는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내용들이 다시 읽을 때는 또 다른 감동으로 전해지는 경험을 하였다.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어도 그때마다 깊은 울림과 통찰로 이끈다. 아는 내용이어서 수시로 언급하는 것이지만 다시금 묵상하며 더 깊이 스며듦을 느낀다.
그 중의 하나는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가가 당신의 운명을 실현하는가 아닌가를 결정한다. 그리고 당신이 하는 일을 어떻게 하는가는 당신의 의식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자신의 의식 상태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삶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이다. 힐다모델은 건강한 의식 상태를 지향한다.
Caroline Myss(정현숙 역, 2020)가 강조한 바와 같이 “우리의 마음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바뀌는 데는 조화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힐다모델을 통한 수련도 에니어그램의 지혜에 근거하여 조화된 노력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수 있도록(현존) 방향과 방법을 안내한다. 현존을 방해하는 것들을 자각하고 치유를 통해 해소 함으로써 자신의 의식 상태에 대해 좀 더 온전히 책임을 질 수 있게 된다.
H의 에니어그램 성격유형 탐색을 마치고, 시스템사고에 입각하여 수련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도록 힐다모델에 대한 개요를 안내했다. 주요 내용을 H의 상황에 맞추어 조목조목 언급하며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이 또한 H에게 그녀가 지금까지 마음공부를 하며 정성을 들여온 것들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하는 기회로 작용하였다고 고마워한다.
콜라보 치유프로젝트를 운영함에 있어서 이전 회차에서처럼 나는 이번 회차에서도 수련 과정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내용 중의 일부를 사전에 정리하여 네이버블로그에 포스팅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참여자에게 링크하여, 수련 과정에서는 물론 필요할 때는 언제든 열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연재 글에서는 힐다모델에 대한 개요에 대해 이전에 설명한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어지는 푸드아트테라피 오감각 깨우기는 공동진행자 김민지 선생에 의해 국화꽃차가 준비되었다. 국화꽃차는 수수네숲에서 직접 채취한 국화꽃으로 만든 차이다. 힐다의 웰니스학교가 수수네숲과 콜라보로 이 치유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덕에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여 맞이하기를 준비하고, 과정을 진행한다.
나는 사전에 오감각 깨우기의 정보를 접하고 관련 공부를 하고자 국화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조선 후기에 국가의 편찬 사업을 주도하였던 서명응(1786)에 의한 보만재총서에 따르면 국화의 종류가 무려 280여 종에 이른다. 그 외에도 몇몇 고전문헌에 국화 관련 술, 국화전 등의 음식, 효능 등의 정보가 확인되지만,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국화와 관련된 스토리가 많다. 국화는 사군자(매란국죽: 梅蘭菊竹)의 하나로 군자(학식, 인품, 덕이 높은 사람)에 비유하여 얘기한다. 중국 고전 「종회부(鍾會賦)」에서는 “국화에는 다섯 가지 미(美)가 있으니, 동그란 꽃송이가 높다랗게 달려 있음은 천국을 모양한 것이요, 섞임이 없이 순수한 황색은 땅의 빛깔이요, 일찍 심어 늦게 핌은 군자의 덕이요, 서리를 이겨 뚫고 꽃을 피움은 강직한 기상이요, 술잔에 동동 떠 있음은 신선의 음식이라”고 말하며 국화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https://namu.wiki/w/%EC%82%AC%EA%B5%B0%EC%9E%90).
조선시대에는 국화꽃이 아주 비쌌나 보다. 그 근거는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 ‘국화 한 이랑만 팔아도 몇 달치 식량을 살 수 있다’라는 구절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음력 9월 9일이 중양절로 원래 하나의 명절이었다. 이때는 국화차나 국화전을 부쳐 먹으며 꽃놀이는 하는 명절이었다고 한다.
가을꽃의 대명사인 국화는 향도 좋고 그 효능도 엄청나다. “소화, 안정과 진정, 감기, 시력, 혈액순환, 피부, 해독, 혈당, 염증, 간과 뇌, 콜레스테롤, 면역력, 호흡기, 심장 등에 두루 좋다(경북매일, 2023. 12. 15). 이번에 푸드아트테라피 오감각 깨우기를 위해 국화차의 꽃으로 활용한 것은 어자국이다.
어자국은 임금님이 차로 마셨다는 국화(농민신문, 2023. 7. 19)로, 동국이라고도 불리며(전라일보, 2023. 5. 24), 꽃차를 만들어 즐길 수 있다. 찻잔에 차를 위해 준비한 국화꽃을 담고 물을 붓자 연한 노란색이 우러난다. 동시에 차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을 후각으로 누리다가, 직접 입으로 마시자 더 섬세하게 안으로 전해지며 형언할 수 없는 기쁨으로 다가온다.
여기저기서 ‘으~음’ ‘음!’하는 감탄이 흘러나온다. 차우림 색이 예쁘게 배어 나오는 것을 눈으로 감상하고, 그윽하게 솔솔 퍼지는 국화의 향을 코로 느끼며, 음다(飮茶)할 수 있어서 더없는 행복을 누리는 중이리라. 국화차를 목으로 넘긴 후에 뒤끝의 여운이 엷은 단맛으로 남는다. 담담하게 전해지는 위로는 심신을 조율하고 감사함의 여운으로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다.
나는 사전에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를 준비하여, 김민지 선생에게 낭독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다 함께 감상하며, 이 과정에 몰입하였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후략) ~”
“국화 옆에서”라는 시는 매우 유명하여 다 알겠지만, 이렇게 국화꽃차를 마시며 다른 사람의 낭독을 감상하는 느낌이 각별하다. 내가 이번에 이 시를 선택한 것은 성격을 강화하거나 본질을 회복하는 여정을 비유적으로 설명하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자리이타와 선순환의 에너지의 흐름이 본질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함을 기억하자.
명사들의 차 예찬도 귀담아듣고 싶다. 조선 실학자 정약용의 호인 다산((茶山)은 차를 좋아하여 붙인 이름이다. 그는 “음다흥음주망(飮茶興飮酒亡)”. 즉 차를 마시면 흥하고, 술을 마시면 망한다고 했다. 또한 차에 심취하여 ‘다암시첩’이라는 시집도 남겼다(전라일보, 2023. 4. 19).
다신계(茶信契)는 인연을 소중히 여긴 다산이 차로 믿음을 이어가자며 만든 차모임이다. 이것은 강진에 18년 동안 머물던 정약용이 1818년 8월에 유배가 풀려 고향 남양주로 떠나면서 제자 18명과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겨레신문, 2018. 9. 12). 강진군은 이런 문화유산과 전통을 계승하여 고유한 차문화 보급으로 이어가고 있다
여연스님은 “차는 형식과 관념 속에서 머무는 뜬구름이 아니라 존재와 현실의 내적 욕망을 갈무리하는 청적(淸寂)이 머무는 마음의 공간이다(서울신문, 2006. 1. 16)”라고 찬양하였다. 소암미술관 양동호 관장은 “차를 마시는 음다예의는 귀로는 찻물 끓는 소리를, 눈으로 차색깔을, 입으로 차의 맛을, 손으로 찻잔의 감촉을 즐기기 위함”이라고 하였다(광주일보, 2024. 4. 24).
여하튼 나는 수수네숲에서 어자국이 자라는 것을 보았기에, 그것을 채취하여 차를 만들어 음다하기까지의 여정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덕분에 음다를 하며 그 여운으로 심신이 더 조화롭게 조율되는 느낌이 들었다. 뒷맛이 상쾌하고 깔끔하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한편, 나는 차우림 후의 국화꽃(어자국 꽃차 연출사진에서 ④)도 버리지 않고 푸드아트테라피로 활용하는 것을 즐긴다.
이번 회차에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지만, 때로 다음에 활용하고자 그것들을 말리기도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고, 환경에 해로움을 적게 남기며, 푸드아트테라피의 생명중심사상과도 부합한다. 뿐만아니라 푸드아트테라피를 치료나 교육적으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색감의 미묘함을 잘 살려 나가는 데도 더없이 좋다.
푸드아트테라피를 깊고 섬세하게 운영해 본 사람들은 그 가치를 충분히 짐작할 것이다. 나는 다년간 푸드아트테라피를 운영해 오고, 또 연구를 지속하며 많은 노하우를 축적해 가고 있다. 이미 몇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힐다의 웰니스학교가 수수네숲과 콜라보로 치유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상호재능기부형식이다. 덕분에 나는 여러 측면에서 내가 지향하는 연구를 더 깊게 발전시켜 가고 있다.
힐다의 웰니스학교가 수수네숲과 여러 해에 걸쳐 상호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것은 가치의 지향에 있어서 공통 분모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치유프로젝트에서 가공식품을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 치유 식단을 담당한 이득림선생은 농약을 치지 않고 자연적으로 재배되거나 스스로 재배한 식재료와 천연조미료를 활용한 요리를 통해 건강함을 담아낸다.
음식에 관한 한 모든 것이 진심과 정성, 그 자체이다. 그리고 기회 닿을 때마다 관련 정보를 상호교류하고 배움의 기회도 갖는다. 나는 이들 모녀의 공을 높이 사며 이득림선생은 요리연구가로, 김민지선생은 자연치유 연구가로 칭하여 왔다. 앞으로 이들이 해당 분야에서 더 발전적으로 활약할 것으로 믿으며 지지하고 응원한다.
이어진 과정은 푸드아트테라피 맞이하기이다. 김민지 선생은 보통 수수네숲에서 치유프로젝트를 운영할 경우에는 맞이하기에 대한 구상은 미리 해 두지만, 작품은 아침에 좀 일찍 준비하곤 했단다. 그런데 이번회차는 추위를 고려하여 힐다의 웰니스학교에서 운영하므로 전날 저녁에 작품을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아침에 그대로 가져왔다고 한다.
작품을 미리 만들어 두었기에 겉에 덮은 낙엽들이 좀 말랐는데, 이는 맞이하기의 리얼함을 살리고자 그녀가 의도한 것이다. 이즈음의 수수네숲은 가을이 무르익어 바닥에 낙엽이 많다. 도시에서는 낙엽이 바닥에 떨어지면 보통 쓸어낸다. 그녀는 맞이하기의 서두에 참석자들에게 도시에서 낙엽을 쓸어내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질문을 던졌다.
H는 그 질문을 받고 처음으로 해당 내용을 생각해 보니 낙엽을 담는 전용 포대가 있을 정도로 낙엽이 많다는 점이 떠오른다고 한다. 김민지 선생도 한 나무에서 그렇게 많은 낙엽이 나온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단다. 이득림선생은 은행잎 낙엽의 경우 주워서 밭에다 두고 싶은데, 그 이유는 은행잎이 살균작용을 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일반 낙엽은 그대로 두고 그 나무를 덮어주는 것이 그 나무가 겨울을 잘 나고 뿌리가 활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낙엽을 쓸어내는 것이 나무의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것은 아니므로 쓸어내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단다. 그녀는 식물을 품은 자연이 좋아서 산에 들어와 살게 되었고, 그리고 식물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숲에 살면서 나무를 돌보는 숲지기의 살아 있는 이야기여서 ‘아하! 그렇구나!’하는 느낌으로 경청했다. 자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삶이 자연이기를 추구하는 자연주의 임산물 생산자이자 자연철학자, 이득림선생! 그녀는 다양한 생명이 숨 쉬는 수수네숲에서 자연과 함께하며 제2의 인생을 잘 개척해 가고 있다.
그러나 예측할 수 있는 바와 같이 그 여정이 늘 순탄하지만은 않다.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나도 그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다만 지금은 수련이 깊어졌기에 과거에 비해 보다 빨리 상황 파악과 알아차림으로 건강한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 어쨌거나 이득림 선생은 그녀의 삶의 지향에 있어서 힐다의 웰니스학교가 방향과 길을 제대로 안내해 줄 뿐만 아니라 든든한 응원군이 되고 있다며 수시로 감사를 표하곤 한다.
앞 연재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녀가 처음에 힐다의 웰니스학교를 찾은 것은 딸의 공황장애를 치유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딸을 벌써 치유되었고, 힐러로 활약하고 있다. 더불어 이득림 선생도 수개월 전부터 자신과 다른 가족의 치유와 영적인 성장에 정성을 많이 들여가고 있다.
각설하고, 김민지선생이 진행하는 맞이하기의 도입 질문이 무르익을 즈음, 그녀가 나를 향해 질문을 했다. “혹시 교수님은 이 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라고 나의 관점을 듣고 싶어 했다. 나는 낙엽을 보면 계절감을 느끼게 되고, 가을의 낭만을 즐기고자 두고 보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지만, 도시에 있는 가로수의 낙엽은 안전이나 미관 등을 고려하여 환경미화원들이 제거한다. 그분들에게는 낙엽 청소가 일이므로 나와 입장 차가 있다. 나는 지금까지 보아온 환경미화원이 낙엽을 쓸어내는 다양한 모습을 상기하며 잠시 생각에 머문다. 어떤 분은 시민을 위해 거리를 깨끗이 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보인다.
또 어떤 분은 무표정하게 단순히 생계를 위한 돈을 벌기 위해서 낙엽 청소를 하는 것 같다. 또 어떤 분은 계절마다 많은 낙엽을 치우는 것이 성가시다는 듯 짜증스러운 모습이다. 그럴 때는 그분들의 삶의 굴레와 애환이 보이곤 하는데, 나는 때로 호오포노포노의 미용감사나 아봐타의 자비심훈련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도 한다.
여러 상황이 있지만 나는 가능하다면 가을의 낭만을 좀 더 즐길 수 있도록 낙엽을 최대한 늦게 쓸어내는 것을 기대한다. 낙엽을 바라보는 것도, 그리고 그 위를 사뿐사뿐 걸어보는 것도 상당히 운치가 있다. 낙엽은 중요한 사색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프랑스 시인인 레미 드 구루몽의 시, 낙엽은 가을에 참 잘 어울린다.
그는 이 시에서 “(초략) ~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후략)”라고 노래했다. 이 시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애송되고 있다. 특히,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가 후렴처럼 반복되고 있어 묘한 매력을 더해준다.
이효석의 수필인 “낙엽을 태우면서”도 떠오른다. 그는 “~ (초략)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가제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중략)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후략)”와 같이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런저런 스토리가 더해지며, 일엽지추(一葉知秋), 오동일엽(梧桐一葉), 낙엽귀근(落葉歸根) 등의 사자성어가 떠올려지고, 급기야 잠시 철학자가 되어 보기도 한다. 물론, 지역구 공천서 “추풍낙엽 탈락”이나, 은퇴 남편 증후군을 “젖은 낙엽증후군”등으로 낙엽을 부정적으로 기우는 세태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힐다의 웰니스학교와 수수네숲은 이 콜라보치유프로젝트에서 힐다모델을 통해 치유를 넘어 온전한 삶을 지향한다. 추풍낙엽 탈락이나 젖은 낙엽증후군처럼 부정적 의미의 낙엽(落葉) 아니라 락엽(樂獵)이 되기를 응원하고 지지한다. 적절한 자기 돌봄으로 상황 대처력도 향상하고, 100세 시대의 인생 2막 준비를 위한 힘도 키워 간다.
“낙엽”이 이렇게 나눌 거리가 많다. 나는 나무가 끝까지 나무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점도 귀하게 여긴다. 나도 그런 삶을 닮고 싶다. 같은 맥락에서 낙엽귀근처럼 낙엽이 자연으로 순환하도록 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대중매체를 통해 일부 지역에서 낙엽을 퇴비로 활용하거나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사를 만나면 눈여겨보곤 한다.
농가들에서는 낙엽을 수거하여 퇴비용, 축사 깔개용, 특용작물 보온재용 등으로 활용한다(경향신문, 2023. 11.8). 남이섬의 경우 오래전부터 송파구의 은행잎 낙엽을 지원받아 재활용하여 가을 풍광을 연출해 왔다. 낙엽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모범사례다. 이렇게 하는 것은 낙엽 소각 비용의 절감 효과도 있다.
김민지 선생은 낙엽을 쓸어내는 것에서 낙엽의 층을 발견하였고, 그것을 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놀이처럼 보았나 보다. 그것에서 착안하여 오늘의 맞이하기로 발전시켰고, 낙엽 더미를 쌓아서 참여자들에게 쓸어내는 퍼포먼스로 이끌었다. 갈대로 만든 빗자루로 작품의 낙엽을 쓸어내며 작품 안에 숨겨놓은 것을 찾아보는 활동이다.
작품의 낙엽이 쓸려나갈수록 안에 묻어둔 것의 실체가 드러난다. 낙엽 안에 있는 어떤 것이 차츰 보인다. ‘오~’, ‘어머나’, ‘와’, ‘보물이 나오네’ 등의 반응이다. 노오란 국화, 우리가 차로 마셨던 어자국이 생화로 드러난다. 국화가 드러나자 국화향도 더 진하게 흘러나오고, 국화꽃들로 만든 하트가 보인다.
-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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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29) 글쓴이 : KEEC 2024-04-25 17:11 |
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29) - 힐다의 웰니스학교와 수수네숲의 콜라보 프로젝트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자신의 사고·감정·행동이 황금률로 체현되면 심리적으로 자유로우며 최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에니어그램 성격유형검사를 통해 기본유형이 나왔다는 것은 자신이 사고·감정·행동의 황금률로부터 벗어나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하면 본질로부터 어느 정도 멀어져 있는 것이다. 한국에니어그램교육연구소(소장 윤운성)에서 본질로부터 멀어진 정도에 따라 천품, 인품, 성품, 성격, 성질, 성깔, 억지, 싸가지, 싸이코 등 9수준으로 설명했던 것을 참조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것을 발달(의식)수준으로 설명한 바 있다. 자신이 천품에 가까운가? 또는 싸이코에 가까운가? 천품을 지향한 에너지는 통합에너지이고 그 정도만큼 건강성을 말해준다. 그리고 싸이코를 향한 에너지는 분열에너지이고 진행 정도만큼 불건강성을 의미한다. 9개의 기본유형 내에서의 통합과 분열에너지는 에너지 총량의 법칙으로 설명가능하다. 즉 통합과 분열의 에너지, 의식과 무의식의 에너지에 대한 총량은 100%이다.
천품에 가까울수록 본질의 안내에 따라 평화 속에서 필요한 것을 향유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싸이코에 가까울수록 에고라는 왜곡된 렌즈로 주어진 현실을 지각하고 성격의 지배를 받으며 에고의 욕망대로 사느라 애쓰고 용쓰는 삶의 연속일 것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들 한다. 개인의 의식수준 정도에 따라 선택의 경제성·효율성·질이 다르다.
의식수준이 높을수록 의식적인 반응을 하지만, 의식수준이 낮을수록 무의식적인 반사를 하게 된다. Don Richard Riso와 Russ Hudson(윤운성 외 공역, 2010)은 6번의 성격유형이 의식 수준이 높아 최상의 건강한 상태일 때의 특징으로 “자기 확신, 자신과 타인 신뢰, 독립적이나 서로 평등하게 공생적으로 상호 의존적이고 협조적, 자신 내부의 확고한 신념에 의한 진실한 용기, 적극적 사고, 리더십 그리고 풍부한 자기표현” 등을 꼽는다.
그러나 6번의 성격유형이 강하게 작용하면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에 안내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기본적인 두려움을 갖게 된다. 성격의 기제는 각 유형의 기본적인 두려움에 의해 작동한다. 두려움의 영어단어인 FEAR는 흔히 False Evidence Appearing Real의 약자로 표기한다. 이 말이 두려움의 실상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즉, 두려움이란 실제처럼 보이는 가짜 증거이다.
그렇다면 이 기본적인 두려움이 어떻게 생겨났을까? Riso와 Hudson은 누구나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 기본적인 필요를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부모라도 그것을 완벽하게 충족해 주기는 현실적 여건상 어렵다. 특히, 아기 때 필요에 의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때, 부모의 내면 성품에 대한 흐름이 막혀 있으면, 아기에게 그것을 드러내게 되고, 이로 인하여 그 아기를 불안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또한 어린 시절의 성장 과정에서 어떤 것에 대한 결핍이나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의 과잉에 따른 불안이나 불편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기의 필요가 적절하게 충족되지 않으면, 그 아기는 기질을 포함하여 반사 반응으로 그것에 상응하는 성향을 드러낸다. 결국 이러한 것들이 누적되어 그 아기의 강한 무의식적인 불안이 공고해지며 이것이 기본적인 두려움이다.
한국에니어그램교육연구소는 1단계 교육과정에서 기본적인 두려움 => 욕망 => 태도와 행동의 관계를 아래와 같이 도식화하여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기본적 두려움은 본질과의 연결을 잃어버리게 하고, 그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성격의 대응적 발달과 자기영속화 속성이 굳건해진다. 동시에 자신이 지각하는 위험한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안전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게 된다.
모든 생명체는 살아가기 위해 욕망의 적절한 충족이 필요하다. 그러나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성격의 지배를 받는 경우는 욕망 충족의 적절성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상황지각에 있어서 객관성을 잃고 주관성에 함몰되어 오류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플 때 필요한 음식을 먹고픈 욕망을 가질 수 있으며, 음식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 다양한 이유로 필요 이상의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예로 요리를 하려는 사람이 배가 많이 고프거나 부를 때 식재료를 구입하고자 장을 보는 경우, 시장바구니에 채워지는 식재료의 양이 달라진다. 평소보다 더 많이 사거나 적게 사는 경향이 있다. 또는 오랜 허기 끝에 밥을 먹을 때는 평소에 밥을 먹는 양에 비해 더 많이 먹는 경향이 있다. 혹여 기아의 경험이 있을 경우 더욱 그러하다. 만약 먹는 것이 건강한 음식이 아닐 경우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한의사 상형철(2016)은 음식독이 삶을 병들게 하므로 입이 좋아하는 음식이 아닌 세포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은 신토불이 음식이 앞에 있어도 과거 먹던 습관의 갈망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심리적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여 기존의 먹던 습관적인 식습관과 생존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다.
Harvey Diamond(강신원 역, 2017)도 몸속의 쓰레기가 병을 만든다며 음식독의 문제를 경고한다. 아이스크림, 빵, 청량음료 등의 당류는 주의력 산만과 기억력 저하, 공격적인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 고혈당이 되어 남아도는 포도당은 뇌 속에 염증을 일으켜 알츠하이머에 걸리기 쉽다. 필수지방산이 부족하면 학습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칼슘이나 마그네슘 부족은 불안, 짜증, 공격성을 유발한다(이근아 역, 2011).
설탕과 정제된 (밀)가루 식품을 먹으면 살이 찌는 이유는 완전식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완전한 공기는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산소나 질소 하나만 떼어 놓으면 독이 된다. 정제된 독소가 몸속에 들어가면 인체는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즉 중화시키려 노력한다. 물을 마셔서 혈액 속의 독소를 중화시키고, 다른 음식을 구겨 넣어서 몸을 중화시킨다. 독소가 빠지지 않는 한 수분과 지방은 몸속에 남아 있다. 그래서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김지선 역, 2013).
특히 심리적(정서적) 허기를 충족하고자 왕성한 식욕을 보일 경우는 그 속에 “감정”이 연루되어 있다. 음식이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게 되면, 그 경험이 그 개인의 몸과 신경계에 각인된다. 이때의 음식은 일명 위로 푸드(comfort food)이다. 이런 경험은 유사한 상황을 직면할 때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음식은 배고픔의 충족을 넘어 필요 이상의 섭취로 이어진다.
음식심리학자 Susan Albeds는 “감정식사”라는 책에서 정서적 허기에 따른 가짜 배고픔을 경계하라고 강조한다. 과식이나 폭식 뒤에는 숨은 정서적 문제가 있다. 감정적 식사를 일으키는 스트레스, 트라우마, 사교적 식사, 쾌락의 추구,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 등으로 인한 정서적 허기는 육체적 허기와 달리 ‘가짜 배고픔’을 유발해서 끊임없이 먹을거리를 찾게 만든다(강유리 역, 2018).
가짜 배고픔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음식을 원하는 순간에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려야 한다. 식탐 뒤에 숨은 감정이 불안, 긴장, 분노, 스트레스 등 어떤 상태인지를 알면 바르게 나아길 길이 보인다. 이에 대해 에니어그램 성격유형을 알면 신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식습관과 바른 식단을 유지 증진해 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
에니어그램의 지혜는 거룩한 생각과 마음으로 올바른 식습관 및 삶의 태도를 지향해 가도록 안내한다. 더 나아가 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재발견하도록 돕고 본질에 더욱 수월하게 접근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한다. 본질이 실현될수록 그 개인의 영혼은 더욱 맑아지고 삶도 또한 활기차게 전개된다. 그러나 성격의 지배를 받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Ann Gadd(2018)는 에니어그램 성격유형에 따라 식습관, 운동습관, 잠재적 중독, 그리고 다양한 패턴의 행동들이 다르다는 점을 알려준다. 왜 살이 찌고, 왜 음식을 먹고 싶은지 알게 될 것이고,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서 성격에 맞게 살을 빼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성격을 강하게 쓸 경우, 사고·감정·행동의 황금률로부터 많이 벗어나 있는 상태이다.
불균형 상태에서의 지각은 그에 상응하는 비합리성과 부정적 정서를 야기한다. 6번 성격유형의 경우, 주된 상처인 두려움으로 인하여 위험을 지각할 때마다 싸우거나 도망가는 대처 방법을 선택한다. 즉, 달아나기 용이한 몸으로 단련하여 도망가기를 선택하거나 살을 찌워 누구도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유지함으로써 싸우기 모드를 형성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6번 유형이 음식, 마약, 알코올 등에 탐닉하는 것은 불안 때문일 수 있다. 6번의 성격유형이 처한 상황에서의 식습관을 Susan Albeds의 관점으로 풀어보자. 각자가 당면한 현실들, 즉 스트레스 상황에서 당기는 음식, 외로울 때 생각나는 음식, 화가 날 때 먹는 음식, 다이어트에 실패했을 때의 먹는 양상 등을 분석해 보면 식습관의 패턴이 보일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하여 충동적 식탐으로 발전한 경우,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음식을 이용하여 감정적 먹기를 하게 된다. 만약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 경우에는 과식이나 폭식을 넘어 섭식장애나 음식중독의 위험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음식이 아니라 자기 돌봄과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 및 사랑이다. 그것을 음식이 대치할 경우 그 개인의 문제를 강화할 뿐이다.
Susan Albeds는 감정적 식사에 대한 대안으로 잇큐(Eat Q.)를 제안한다. 잇큐란 감정적 먹기(emotional eating), 마음챙김(mindfulness),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의 세 가지를 조합한 개념이다.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에게 유익한 음식을 선택하도록 도와주는 마음챙김 식사(mindful eating)는 자신을 위한 돌봄의 작은 시작이다.
Susan Albeds는 감정주도적 식사 대신에 통찰주도적 식사를 강조한다. 잇큐를 높이면 통찰주도적 식사가 가능하다. 잇큐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기 돌봄의 시간을 높여서 음식과 평화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강유리 역, 2018). 잇큐가 낮고 감정 주도적으로 식사하는 것은 욕망이 지나쳐 음식에 대한 탐욕이나 집착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즉, 6번 성격유형이 불안에 사로잡혀 그것을 음식으로 무마한다면, 문제의 해결은커녕 성격을 강화하고 심신 건강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욕망 충족의 적절함은 자신에게도, 또 타인에게도 이로운 것이어야 한다. 에니어그램에서 말하는 통합의 상태는 Susan Albeds가 말하는 마음챙김 식사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욕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먹는 것을 예로 들어 설명하다 보니 얘기가 좀 길어졌다. 다시 에니어그램 성격유형 6번의 얘기로 이어가겠다. 6번 성격유형의 안전하고자 하는 욕망이 과도해져서 ‘확신에 대한 집착’으로 왜곡되면 약점인 겁으로 드러난다. 겁에 사로잡히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행동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마치 동공이 지진을 일으킨 듯이 눈동자가 왔다갔다하는 양상은 6번 성격유형의 겁에 사로잡힌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런 상황은 ‘걱정의 메비우스’라고 할 정도로 순환구조에 놓여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뭔가를 스스로 못하고 의존하게 되며, 시킴을 당하는 상황에 자신을 구속시킨다. 6번 성격유형이 이렇게 시스템적 순환구조의 덫에 갇히게 되는 것의 타당한 근거는 앞에서 설명한 성격의 대응적 발달과 자기영속화속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상황으로부터 헤어 나오는 열쇠는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이해이다. FEAR(실제처럼 보이는 가짜 증거)를 자각하고 봐야할 것을 제대로 보면 나아갈 길이 보인다. 에니어그램의 지혜로 성격유형의 메커니즘에 대한 통찰에 이르게 되면 점차 깨어날 수 있다. 일상에서의 자동적인 반사 반응은 생존을 위한 전략이었음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현재 자신의 모습은 잘 살아낸 훈장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과거나 현재의 주어진 현실을 원망하거나 자책하기보다는 매 순간 적절히 자각한 것을 선택하여 자신의 삶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6번의 성격유형을 강화하는데 생애초기에 주양육자가 너무 엄격하거나 냉정하고, 자녀에게 변덕스러운 태도가 작용하였을 수 있다. 그리하여 그 6번 유형의 개인이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성격의 자기영속화속성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갖지 않는 한, 일상생활 속에서도 그 개인이 위협을 지각할 때마다 자신의 성격을 꾸준히 강화하는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이러한 경향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웨인다이어는 “세상을 평가하고 해석하며 분석하려는 습관을 줄여라. 그 대신 직접 경험하고 즐겨라. 주어진 현실을 사랑하라.”고 설파한다.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반영하여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기준으로 온전히 자신을 사랑하며 주도적으로 사는 것이 사고·감정·행동에 대한 황금률의 체현이며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지름길이다. 이것은 6번 성격유형뿐만 아니라 모든 유형에게 해당한다. 짐작하겠지만 6번이 자신의 성격유형을 강하게 쓸 경우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
자신을 믿지 못하고 외부에서 지짓대를 찾고자 한다. 그 결과 일상에서의 아주 사소한 상황에서도 질문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늘 가던 길도 ‘이쪽으로 가야 돼? 아님 저쪽으로 가야 돼?’라거나, 어떤 일에 직면하여 ‘이거 해야 돼? 말아야 돼?’라는 질문을 한다. 물건을 구입하는 과정에서도 ‘이거 살까? 말까?’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양상은 잘못 선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6번 성격유형뿐만 아니라 다른 8가지 성격유형도 시스템의 작동원리는 6번 성격유형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각각을 다 다루는 것은 너무 방대하여 이 연재 글에서는 무리가 있다. 또한 이 치유프로젝트의 수련 과정에서 한꺼번에 많은 이론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즐거움의 모드를 유지한 가운데 실제적인 수련으로 직접적 정화와 통합(삼중뇌의 기능적 측면에서 체화)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단, 간혹 장(場)의 역동이 이론적으로 더 많이 알아가기를 원하면 그것을 수용하기도 한다. 이번 수련에 참여한 H는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도 스스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통찰을 얻은 듯하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였고, 자신이 그동안 나름대로 마음 공부를 해온 덕에 한방에 정리가 되었단다. H는 마음공부를 위해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의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마침 나도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을 몇 권 읽었기에 관련 내용을 나누며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었다. 에크하르트 톨레는 21세기의 훌륭한 상담자이자 영적 지도자로 명성이 높으며 전 세계적으로 추앙받고 있는 영성가이다. 국내에 번역 발간된 책으로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의 이순간의 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고요함의 지혜: 삶을 치유하고 변화시키는 마음의 힘”, “밀턴의 비밀: 어린이 마음에 평화와 행복을 주는 이야기” 등이 있다.
나도 이 책들을 대부분 읽었다. 특히 그 중에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내가 책을 통한 수련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북타민(Book + Vitamin)에서 선정하여 구성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각자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수련의 중요성을 자각하였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었던 점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누구나 내면에 평화를 위한 깨달음의 씨앗이 있으며 우리가 존재하는 지금 현재에서 창조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해 강조한다. 책의 제목처럼 지금 이 순간을 살면,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고통 없이 살 수 있다. 삶은 지금이고, 지금만이 존재하는 모든 것이며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 사고·감정·행동에 대한 황금률의 체현이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이런 관점은 에니어그램 지혜에서 알려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본질적 에니어그램”은 사고·감정·행동에 대한 황금률이 체현된 상황이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상황”이다. 그러나 “성격의 에니어그램”은 사고·감정·행동이 불균형한 상황으로 6번 유형의 경우 현존보다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본질로부터 멀어질수록 에고의 습관과 메커니즘으로 구속받게 되며 결과적으로 자유를 제한받게 된다.
이러한 것을 6번 성격유형에 초점을 두어 개별화의 원리를 적용하여 설명하니, H의 이해도가 쑥 올라간 것이다. 그녀는 책으로 읽으며 머리로 이해하던 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것을 이해하게 된 것 하나만으로도 이번 수련 과정에 참여한 보람이 있다고 하였다. - 다음호에 계속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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