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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부정 갈등 극복 글쓴이 : KEEC   2015-08-13 15:33
비리·부정 갈등 극복

글 한국형에니어그램 4기 전문강사 이후경 박사


소신지키고 사리사욕 버려야

강자와 동일시 주의…
비겁해지더라도 비굴하진 않아야

“선생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담하자니 시궁창이고, 빠지자니 비겁한 것 같고, 그렇다고 학교를 떠날 수도 없고….” 하루는 미모의 40대 여교수가 진료실을 방문했다. 그녀는 최근 벌어진 학원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누가 청와대에 학교 비리를 고발했어요. 10개항에 대한 답변서를 써야 하는데, 총장이 저를 불러 ‘발전기금 강요한 적 없음’, ‘비자금 없는 것으로 알고 있음’, ‘ 자격증 남발한 적 없음’ 등에 대해 확인서를 써 달라고 요구해요.”
학교가 엉망이란다. 이사장의 부정을 폭로하는 대자보가 붙고, 교수들은 추종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졌고, 총장은 이사장의 바람막이를 하고 있다. 각종 유언비어가 떠돈다. 그러다보니 다음 학기 학생 모집도 불투명하고, 이사장이 학원을 딴 사람에게 판다는 소문도 있다. “총장이 자기편에 서 달라고 해요. 그렇게 되면 이시장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것이 되죠. 추종파가 되는 거고요. 그런데 며칠 전 기획처장을 만났어요. 그는 이번 기회에 재단 비리를 샅샅이 파헤쳐야 한다고 성토를 해요. 자기를 도와 달래요. 반대파가 되라는 거겠죠.”

평생 몇 번쯤 위험한 선택

그녀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기도 싫고, 저러기도 싫다. 이래도 저래도 문제다. 그러나 그녀에게 선택은 필수다. “하나님, 제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우리는 평생 최소 세 가지 중요한 선택을 한다. ①어디에서 살 것인가? ②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③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우리는 평생 몇 번쯤 위험한 선택을 해야 한다. 현재 선택은 미래를 결정한다. 위험한 선택은 미래를 위협한다.
이사장도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렵다. 이래도 저래도 문제다. “하나님,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겁니까?” 그는 학원사업에 평생을 바쳤다. 물론, 일부 돈을 빼돌려 건물을 구입하고, 로비를 위해 비자금을 운영했다. 이중 회계장부를 사용하고, 유령 자격증도 발행했다. 나의 모든 것을 투자해서 일으킨 사업이다. 어떻게든 흑자를 남겨야 하고, 투자금도 회수해야 한다. 남들 하는 대로 한 건데, 내것을 내 맘대로 하는데…. 비리와 부정이라니 웬 말인가?

그는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의 끝없는 욕심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수조원의 재산을 갖고 있는 회장이 수백억 원을 더 벌려다 횡령사건으로 쇠고랑을 차는 일, 재벌가에서 돈 때문에 형제들이 싸우다 못해 원수가 되어 가족이 풍비박산 나는 일, 신문지상에서 쉽게 접하는 뉴스다. 왜 평생 먹고 살 돈이 있는데도 계속 돈을 추구할까? 돈을 위해 남을 짓밟고 비리와 부정을 일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돈을 벌면 사회에 환원하는 이타심에 인색한 걸까?
커다란 전쟁이 예상된다. 추종파와 반대파의 물불 안가리는 싸움이다. 양쪽 다 쉽게 물러날 것 같지는 않다. 거짓말, 말 바꾸기, 둘러대기가 난무한다. 추종파는 권력자를 돕거나 눈감아주는 세력이고, 반대파는 권력자를 고발하거나 성토하는 세력이다. 추종세력은 비리를 저지른 악인을 중심으로 모인 행동대원이고, 반대세력은 부정에 대항하는 의인을 중심으로 모인 불만 대중이다. 행동대원은 악인을 부러워하고, 불만 대중은 악인을 무서워하며, 의인은 악인을 부러워하지도 겁내지도 않는다. 의인은 누구인가? 불의가 드러나면 사회 전반에 “어찌 그럴 수 있느냐?”, “우리를 어떻게 아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권력자는 쉽게 ‘악인’으로 몰리고, 이를 처단해야 할 ‘의인’이 탄생한다.
사회에는 항상 선과 악이 존재한다. 남이 악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내가 선한 것은 아니다. 내가 선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남이 악한 것은 아니다. 남이 악해도 나도 악할 수 있고, 내가 정당해도 남도 정당할 수 있다. 악인에게 피해를 봤다고 내가 선한 것은 아니고, 피해를 안봤다고 내가 악한 것도 아니며, 악에 대항해 싸운다고 내가 선한 것도 아니다. 사회에는 항상 비리와 부정이 존재한다. 비리에 대해 입을 열지 못한다면 비겁한 자라 할 수 있다. 비겁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한 신념이 없기 때문이다. 부정에 대해 입을 쉬지 않는다면 야심찬 자라 할 수 있다. 야심의 노예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끝없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정직은 사회적 미덕이다. 우리는 정직한 행위에 만족감을 느낀다. 동시에 사소한 부정에 모른 척한다. 가회만 주어진다면 정직한 사람조차 부정을 저지를 수 있다. 사람들은 막무가내로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보통 부정이라 하면 도둑, 사기, 공갈, 협박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심결에저지르는 비리가 더 많다. 각종 탈세, 금융 비리, 부자 세습, 정경유착 등이다. 전자보다 후자가 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이제 마무리할 때다. 그녀는 위험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 가담하든지, 빠지든지, 떠나는 것이다.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어떤 선택도 최선이 아니다. 그래도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째, 비리와 부정에 맞서보는 것도 좋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싸우는 과정을 통해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시궁창에서 용 나는 법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자신도 똑같아질 수 있다. 강자의 비리를 들추고, 부정을 성토하고, 계속 욕하다 보면 그를 닮게 된다. 강자와의 동일시다. 시궁창에서 싸우다보면 더러워지는 게 당연하다. 매일매일 샤워가 필요하다. 사리(私利)를 탐할 수도 있다. 전쟁에서 이기면 전리품을 챙기는 법이다. 물론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지는 경우, 만신창이 신세다. 이기는 경우, 취선자로 추락할 수 있다. 공을 이루고 떠나야 할지 모른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방법도

둘째, 입을 다무는 것도 좋다. 용기가 안날 때는 비겁해지는 것도 괜찮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뛰어들 것이다. 내가 반드시 가담할 필요는 없다. 생계도 중요하다. 비겁하다고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약한 것은 무슨 죄인가?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비굴해질 수 있다. 자칫하면 이편과 저편을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사욕(私慾)을 탐할 수 있다. 눈감아 주거나 모른 척하는 것도 공범에 해당한다. 아예 모든 관심을 끄는 것이 현명하다. 이런 말이 있다. “선을 보면 기뻐하고, 악을 보면 무관심 하라.”
셋째, 학교를 떠나는 것도 좋다. 세상에 어찌 이 직장만 있겠는가? 경영의 귀재 잭 웰치는 이렇게 말한다. “하는 일이 상사를 참고 견딜 만큼 가치가 있는지 물어보라. 그렇다면 입 닥치고 있어라. 가치가 없다면 우아하게 회사를 떠나라.” 상사를 바꾸려하는 것은 어리석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이다. 무기력해지기 전에 직장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도피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녀는 위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야심찬 인간처럼 사리를 취하지 않고, 비굴한 인간처럼 사욕을 취하지 않고, 입을 열기도 다물기도 하면서 소신대로 선택하는 것이다.
‘착한 아들 콤플레스’ 극복 글쓴이 : KEEC   2015-05-19 11:49

‘착한 아들 콤플레스’ 극복

한국형에니어그램 4기 전문강사 이후경 박사




무조건 참는 게 능사 아니다.

가족의 지나친 간섭과 요구에 맞서야 더 큰 불행 막아
그는 오남매의 맏아들이다. 육십을 바라보는 교수다. 수 년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어머니는 서울 근교에 홀로 지내신다. 아내가 같이 격주에 한 번 방문하는데, 어머니의 불평과 잔소리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외큰에는 정신병리가 의심될 정도다. 고 1때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어머니는 가장이 됐다. 그는 믿음직한 맏아들로 어머니를 잘 도왔고, 그녀는 아들을 남편 대신 의지했다. 힘들었던 시기를 엄청난 집념과 헌신으로 극복해 집안을 일이킨 어머니, 이제는 그녀는 영웅이 되어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과도한 간섭과 지나친 요구를 한다. 집안 대소사를 일일이 지시하고, 중요한 결정을 좌지우하고,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강변한다. 한 번 모이면 반복되는 과거이야기로 독점하고, 한 번 전화하면 한 시간 넘게 통화한다. 그런 어머니를 피하는 동생들에 대해서도 그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뜻대로 안 될 때마다 몸져 눕는다.

그도 어머니에게 문제가 많다고 느꼈다. 세월이 지나면 나아지려니 했다. 그런데 오히려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녀의태도가 인생을 더 외롭고 불행하게 만든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자식을 위해 학생의 삶을 살아온 어머니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큰 소리를 내고 아프다고 쓰러질 때는 속수무책이다. 그러다보니 그녀를 만날 때마다 잦은 다툼이 발생한다. 우울한 감정과 번민, 죄책감에 휩싸이게 된다. 항상 가슴 한 편이 무겁고 시리다.
어머니가 평생 헌신했지…

그는 착한 아들이다. 모든 부모는 자식이 착하게 살기를 바란다. 사회는 항상 구성원이 착한 사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세상은 착한 사람이 있어야 굴러간다. 선(善)을 권징하고 악(惡)을 징벌하는 것은 미덕이다. 그는 좋은 아들이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도와 동생들을 건사하고 무너진 집안을 일으켰다. 그는 나쁜 아들이 아니다. 간섭과 요구가 과도한 어머니를 내치지 못하고 있다. 착하다는 것이 뭔가 잘못된 것일까? 그는 매일 고통 받고 있다. 착한 아이가 콤플렉스라는 게 있다. 어릴 때 말 잘 들으면 착한 아이가 되고, 말 안 들으면 나쁜 아이가 된다는 말을 듣는다.
 
엄격한 가정인 경우 이러한 규범은 더우 강조된다.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상대의 말에 집중하고, 어떤 요구에도 순종적으로 행동한다. 자신이 착하게 행동하는지, 상대가 착하게 보는지 계속 눈치를 본다. 파과적 비판 가정인 경우 더욱 심각하다. 아이의 기본적인 욕구는 철저히 억압된다. ‘착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는 신념이 고착된다. 성인이 되면 주위의 기대에 한 치도 어긋나지 않으려 한다. 일탈을 용납하지 않고 정형화된 생활을 한다. 자주 우울한 감정에 시달리고, 심하면 강박증이나 공황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어머니는 와처럼 군림했다. 모든 부모는 아이의 왕이다. 아이는 부모의 나쁜 것까지도 동일시한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왕이 아니다. 은퇴 이후에는 거꾸로 자식을 섬겨야 한다. 그런데 그녀는 아직도 군림하려 한다. 지속적인 간섭과 요구로 자식을 통제하려 한다. 과욕이다! 어머니는 휼륭한 리더였다. 그녀를 중심으로 온 가족은 힘든 시기를 잘 극복했다. 자식들은 그런 어머니를 지금도 존경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뭔가를 하려 한다. 자기가 해야 되는 줄로 안다.

어리석다!

이카루스 패러독스란 게 있다. 기업의 과거 성공이 역설적으로 현재 기반을 무너뜨리는 현상이다. 이카루스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로, 천재적인 발명가의 아들이다. 둘은 왕의 미움을 받고 미로에 갇혔다. 아버지는 초로깃텃을 붙여 두 쌍의 날개를 만들었다. 둘은 드디어 탈출에 성공했다. 그런데 그는 충고를 무시하고 태양을 향해 높이 날아올랐다. 결국 초가 녹아 바다에 빠져 죽었다. 이카루스는 과욕과 어리석음의 상징으로 후대에 이름을 남겼다. 그는 오랜 기간 참았다. 온갖 어려움을 참고 견디어 내는 것은 미덕이다. 어떤 경우라도 끝까지 참으면 무슨일이든 못 이루겠는가? 온 가족은 인내를 통해 성공했다. 참는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는 지금도 참고 있다. 어머니인데, 이럴수도 저럴 수도 없지 않는가? 내면에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언제 폭박하지 모른다. 위험하다! 그는 참고 있는 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척하는 것(as il)’은 힘에 눌려 아부하는 것이다. 자칫하면 공격자를 동일시 할 수 있다. 미운 사람과 똑같이 되는 것이다. 척하는 것은 무조건 참는 것보다는 낫다. 폭발하지는 않는다. 덜 위험하다! 하지만 내면에 참됨이 사라지고 있다.

착한 사람이 왜 고통을 받는 걸까? 착한 사람은 제대로 참기 힘들다. 착함이 내면의 기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렴움이 꿈틀거린다. 착한 사람은 참된 사람으로 나아가야 한다. 참을 지니 자만이 올바로 참을 수 있다. 참이나 참음은 모두 존재의 지긋함에서 나온다. 지긋함의 반대는 거짓이다. 척하는 것은 거짓이다.
주도권 쥐고 상대 설득해야 그에게 가장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더 자주 다투어야 한다. 현식을 직면하는 것이다. 더 불행하게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어머니의 입장을 공감하는 것은 중요하다하지만 지나치게 그녀를 동일시하면 관계가 엉망이 될 수 있다. 오히려 변증법적 대화가 도움이 된다. 반대되는 주장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것이다. 일상대화에서 변증법적인 접근을 서로 피곤하게 한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는 탁월한 효험을 볼 수 있따. 중요한 것은 합의가 될 때까지 일관되게 나아가야한다. 이카루스의 추락은 막아야한다.

둘째, 맏아들이 주도권을 잡아야한다. 어머니는 대나무처럼 강직하다. 너무 강직하면 부러지게 된다. 어머니의 태도는 망상에 가깝다. 망상은 쉽게 꺾이지 않다. 혼자 힘으로 싸우기엔 벅차다. 자식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한 소리를 내야 한다. 반복해서 시도해야 한다. 그래서 어머니가 과거에는 옳았지만 현재는 잘못됐다는 점을 강하게 설득해야 한다. 그녀의 태도가 바뀌도록 해야 한다.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의 막아야한다.

셋째, 정밀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 어쩌면 뇌 문제일 수 있다. 화병이 있다면 감정통제가 어려울 것이다. 초기 치매가 있따면 성격이 더욱 고집스러워질 것이다. 약물치료를 하게 되면 훨씬 부드러워질 수 있다. 보통 부모들은 자식의 말을 잘 듣지 않다. 하지만 세삼자의 조언까지 무시하지는 않는다. 현명한 닥터의 한 마디가 어머니의 태도를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도 있다. 이제, 모자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어머니는 외로움에서 벗어나 생래적인 호젓함으로 성큼 다가서야 한다. 그는 우물함에서 벗어나 두려움이 없는 참된 지긋함으로 한 발 나아가야한다.


숨겨놓은 마음의 병 세상 밖으로 던져라 글쓴이 : KEEC   2015-05-19 11:45

숨겨놓은 마음의 병 세상 밖으로 던져라

글 한국형에니어그램 4기 전문강사 이후경 박사




정신과 의원의 새 패러다임을 열다

이후경 원장이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한 것은 1991년부터다. 병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후학 양성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료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병원 경영 측면에서 수익을 내거나 눈에 바로 보이는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약물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식의 상담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내에서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는 과감하게 그 길을 선택했다.“우리나라의 정신과 의원들은 대부분 의사 한 명에 간호사 한두명이 근무하는 영세 병원입니다. 또 치료방법도 약물치료 일변도이구요.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의사, 상담 전문가, 음악치료사,운동치료사 등이 한 곳에 모여 종합적인 해답을 제공합니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은데, 한국에 이런 센터 하나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연세대학교 MBA 과정에 들어갔다. 경영학을 전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신과 치료 중 집단 심리치료에 대한 지식을 심화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사회·집단 심리에 대한 연구를 위해 병원을 정리하고 미국 유학까지 계획했다. 하지만 MBA 과정을 공부하면서 경영학 내 집단역학·리더십 분야가 집단치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진로방향을 틀어 박사학위까지 이어가게 되었다. 또 이 시기에 사업계획서 기획과 운 영에 대해 토론하면서 LPJ마음건강센터의
토대가 된 종합정신치료센터를 구상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정신과 전문의들은 개원 이후 얼마간은 꼼꼼한 진료를 하지만, 수익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점차 진료시간을 줄이게 된다. 또한 수익이 줄어 들 것에 대비해 기계 치료나 상담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는 병원도 많다.
그는 환자를 제대로 진찰하고 상담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치료의 분업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원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정신과 전문의 6명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고, 임상심리사, 세대별 상담 전문가, 소아 심리치료사들이 힘을 합쳐 지금의 마음건강센터를 구축했다. 마음건강센터만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부부싸움으로 정신과의원을 찾은 사람을 예로 들었다. “보통 정신과 의원에 부부싸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찾아가면 간단한 진료 후 수면
제와 항우울제를 주는 게 끝인데 이러면절대 치료가 될 수 없다”며 “우리 병원에서는 원인 해결과 집단 상담과 같은 사회학적치료를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다른 점” 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적극적인 해소가 가장 좋은 치료법

그렇다면 이후경 원장이 20년 넘는 기간동안 가장 많이 만난 환자는 어떤 환자일까? 모두의 예상대로 대답은 ‘스트레스’ 상담환자였다. “현대인은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벗어나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수도없이 ‘나는 행복한가? 잘 살고 있나? 이렇게사는 것이 맞나?’라고 자문하며 스스로를 괴롭힐 뿐입니다. 사회가 점점 발전할 수록 신체적 웰빙은 해결되지만 심리적·사회적 웰빙은 신경 쓸 겨를이 없죠. 신체의 건강이 중요하듯 마음의 건강도 중요한데 모두들
놓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 원장은 스트레스 지수가 세계 1위가 된 이유는 한국에만 있는 ‘후유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전쟁을 겪은 후진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는데 따른 성장통과 세대 차이, 인간관계의 약화 등이 후유증의 원인이다. “그동안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로지 성장에만신경 썼을 뿐, 심적인 안전장치 하나 마련하지 않고 견뎌내 온 것이 문제입니다. 정신의학계에 한국인만 있다는 고유 질병이등재됐어요. 오랜 기간 동안 고생과 억눌림이 뒤섞인 ‘화병’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나마 예전엔 경제 성장으로 인한 보상이 커서 스트레스를 이겨냈지만, 일에 대한 보상이 점점 낮아지면서 현대인들은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이 원장은 “노 스트레스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한국사회는 이미 반세기 가까이 그 틀을 유지해 왔기에 국가가 나선다해도 촘촘히 엮인 세대 간 갈등이나 연령대 별로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을 해결하기란 어렵다는 것. 그렇기에 어차피 받은 스트레스, ‘빨리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해소’는 현재 자신이 스트레스 상태임을 주변 누구에게라도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시기를 놓쳐 병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의사의 진찰과 상담으로 치료될 만한 증상이 질병으로 발전하고 약물치료까지 필요한 상태로 악화된 케이스가 급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신질환, 예컨대 우울증이나 강박증 같은 질병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스트레스로 인한 문제는 비단 정신적고통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고통이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면 혼자 폭발하거나 가라앉게 되고, 주변까지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개인의 문제가 조직의 문제, 나아가사회적 문제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이 ‘며칠 쉬면 낫겠지, 약 먹으면 낫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게 문제입니다.”
정신질환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드라마나 영화 역시 그 분위기에 일조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킬미힐미>나 <하이드 지킬, 나>의 주인공들이 정신질환의 하나인 다중인격, 정신분열등 을 나쁜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가는 것조차 주변 눈치를 보게 되고 숨기게 되는 풍토가
마련된 것이다. “정신과는 머리를 열고 수술하는 곳이 아닌, 마음을 열고 카운슬링(상담)하기 위해가벼운 마음으로 들릴 수 있는 병원이라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 직장생활을 위한 네 가지 조언 이후경 원장은 “스트레스가 일상생활에 조금이라도 지장을 준다면 빨리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초기 수준의 스트레스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출근하기 전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목이 뻐근한 사람, 아예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기운이 하나도 없는 사람에게는 직장 자체가 스트레스의 원인이기에 ‘직장을 그만 다녀라’라는 무책임한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네 가지 행동 제안을 통해 “이것만 잘 지켜도 직장 내 스트레스는 없어질 것”이라며 장담했다.

첫째, ‘신나는 하루 선택하기’다. 우리는 매일 출근을 한다. 우리 몸을 일터로 가져오는 것이다. 억지로 누가 시켜서 하는 일보다 스스로 하는 일이 기분 좋을 수밖에 없다. 출근하는 것도 기분 좋게, 일을 하면 서도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힘든 하루인가 신나는 하루인가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다.

두 번째는 ‘일터에서 재미를 찾아라’이다. 직장내에서 본인이 즐겨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든다면, 그것으로 인해 직장 분위기는 완전히 바뀔 것이다. 자신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주위로 전달되면 동료 간의 신뢰가 쌓이며 팀 분위기가 좋아져 능률도 오를 것이고, 그러다 보면 성과에 따른 보상에 자부심 또한 높아지게 된다.

‘추억을 만들어라’가 세 번째 제안이다. 어린 시절의 좋은 추억은 지금도 뇌리에 남아 종종 떠오르곤 한다. 그러면서 ‘아, 그때 참 좋았지’ 하며 되뇐 적이 있을 것이다. 동료들과 혹은 직장상사와 좋은 추억을 만든다면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그 추억의 힘으로 이겨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Present)가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Present)임을 잊지 말자.

네 번째 제안은 바로 ‘집중하기’다. 이 원장은 ‘업무’에 대한 집중이 아니라 ‘주변 사람의 이야기’에 대한 집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청하는 자세야말로 상대방에게 공감한다는 신호를 가장 강하게 내뿜는 것”이라며 “다른 제안보다 가장 먼저 변화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후경 원장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기 위해 누구나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조언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스트레스를 정신 문제로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의 원인은 사실 어떤 것이든 가능합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도 스트레스의 원인이고, 옆자리 동료의 과한 향수나 재미없는 따분한 휴일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트레스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신의 의식을 잘 통제해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하는 사람이 스트레스도 잘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