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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 소희정 전임교수 글쓴이 : KEEC   2015-12-29 17:21


“이보게 디에고,
우리는 결코 그녀처럼 그릴 수 없을 것이네.“
- PABLO PICASSO -



글 소희정 전임교수




아련한 기억 속에서만 섬처럼 둥둥 떠 있는 그리움의 대상들이 있다.
그들을 마음속에 내재한 살가움으로 불러일으켜주는 건 현재와 과거 때론 미래를 오가며 만나는 영화 속 장면이거나, 시간을 내어 전시장에 들려 바라보는 그림 한 점, 한 점 사이이다.
피카소도 극찬한 천재 여성 작가, ‘프리다 칼로’.

스크린을 통해서 아주 오래전에 만났던 그녀의 삶을 그림 앞에 오랫동안 앉아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세계 순회 전으로 구성된 ‘프리다 칼로’전이 우리나라 ‘소마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6살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가 불편했고, 18살 때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서 살아있어도 살아있음이 아닌 고통을 감내하며 수십 번의 수술을 반복하여 삶을 살았던 프리다.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나 긴 병원생활의 무료함을 달래려 침대에 이젤을 부착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여도 그녀의 아픔을 고스란히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육체적인 고통과 충격적 사건들로 인해 생겨난 상흔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자신을 보듬었던 건 아니었을까.

특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대면하면서 어떤 비장함을 가졌을 것이다. 커다란 구멍이 나고 균열이 난 삶의 상처를 보면서 비애감으로 채우기보다는 자신만의 희망으로 채웠다. 자신의 몸과 마음에 난 상처들을 보듬으며 외로움과 힘겨움이 이기고 견디기 위해 환상과 상상으로 희망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그림은 자신의 절절한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란 점에서 감동이 증폭된다.

고통과 절망이라는 현실을 매혹적인 초현실적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그녀. 나아가 한 남자를 열렬히, 격정적으로 사랑했던 한 여성의 삶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영화 속에서의 프리다는 진취적이고 행동적이다. 사랑하는 남자 디에고를 향한 그녀는 당당하고 적극적이다. 어쩌면 지난날의 고통과 외로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도 있었지만 고난을 승화시켰던 것은 이런 진취적이고 행동적이며 당당하고 적극적인 면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오로지 침대 위에서만 생활해야 했던 자신이 침대 밖으로의 삶은 그녀를 한층 자유로웠지 않았을까. 이런 그녀의 열정이 고스란히 자화상에 담겨있다. 그녀의 자화상 앞에서 보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프리다의 자화상은 그녀의 삶의 응고된 축소판이다. 소아마비, 교통사고로 평생 32번의 수술을 거치는 동안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침대는 자신만의 세계가 되었다. 모든 일상이 침대 위에서 이루어지고 자신만의 세계가 이 침대 위에서 만들어진다. 그녀의 자화상은 거울에 비친 자신이 아니라 고통과 절망 속에서 희망을 향해 가는 그녀만의 여정이지 않았을까.

우리의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같은 사계절로 비유하거나, 마치 파도를 타는 것 같다고 한다. 마치 어느 한 순간, 어느 한 계절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이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칼날 같은 찬 기운이 쌩쌩 부는가하면, 파릇파릇한 싹이 돋아나기도 하고, 세상 모든 고통을 잠재우는 소담스러운 눈이 내리거나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어느 한 계절이 깊이 스며들 때가 있다.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로 인한 지루한 수술들, 프리다한테는 매서운 추위의 겨울이었을까. 침대에 이젤을 붙여놓고 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보고 있는 봄이었을까. 연인을 열정적으로 사랑한 여름이었을까. 절망과 고통을 견디면서 그림을 그린 가을의 삶이었을까. 프리다, 당신은 어느 계절이 깊게 스며들었나요? 자화상에 담긴 당신의 진짜 마음이 궁금해졌습니다.




1.우리들의 인생을 사계절로 비유한다면, 지금 당신은 어떤 계절을 살고 있나요?

2. 프리다 칼로의 평생소원은 ‘디에고와 사는 것’,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 ‘혁명가가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평생소원이 있다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김씨표류기 - 글 / 소희정 전임교수 글쓴이 : KEEC   2015-11-19 14:56

김씨표류기

2009


글 소희정 전임교수




도심을 바로 앞에 두고 섬에 홀로 갇힌 남자 김씨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의 방에 갇혀 있는 여자 김씨.
남자 김씨는 여자의 바깥세상에 있고 여자 김씨는 남자의 바깥세상에 있다.
이들이 속해 있는 세상과 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정 반대이지만 이 둘에게 바깥세상은
두려우면서도 나가고 싶은 곳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죽고 싶었던 남자 김씨 |

살고 싶다는 욕망에 무릎을 꿇고, 모래사장에 쓴 HELP가 HELLO로 바뀌게 된다. 무인도에서 홀로 야생의 삶을 살아가도 괜찮다고 느낄 무렵에 익명의 쪽지가 담긴 와인 병을 발견하고
그의 삶은 알 수 없는 희망으로 설레기 시작한다.


컴퓨터를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하는 여자 김씨 |
다른 사람들의 미니홈피에서 가져 온 사진이 마치 자신인 듯 사이버 세상에 올려놓고 댓글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세상에 낯선 모습이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이라 확신한 그에게 리플을 달아주기로 하고 3년 만에 자신의 방을 벗어나 야밤에 한강 밤섬에 와인 병을 던져주게 되는데 가상 세계에서만 살아가는 여자 김씨의 삶은 일종의 가짜의 삶 즉, 살아있지만 죽어 있는 삶이라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렇게 한 평 방에 갇혀 있는 외톨이를 히키코모리라 할 수 있는데 도시에서 고립된 주인공 남자 김씨와 히키코모리인 여자 김씨는 소통 부재의 상태에 빠진 소외된 현대인들의 모습을 은유하고 있다.
인본주의 심리학자였던 매슬로우(Maslow)는 인간의 욕구는 타고난 것이고, 욕구의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5단계로 나뉜다고 하였다.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에 대한 욕구, 3단계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 4단계 자기존중의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영화 속 주인공 남자 김씨는 무인도에 불시착하자 인간의 욕구인 가장 1단계인 먹고 마시는 생존 욕구, 즉 짜장면을 만들어 먹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 1차 욕구가 어렵게 충족이 되고 나니 오리 배라는 자신만의 집을 갖게 되고, 3단계의 욕구인 소속과 사랑받고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소통 욕구까지 느끼게 되며 빈 오뚜기라고 적힌 깡통과 허수아비로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 옥수수를 따고 반죽을 해서 드디어 짜장면을 만들어 먹는 것을 통해 자아실현의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김씨 표류기>와 아주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캐스트 어웨이>가 있다. 주인공 톰 행크스는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불시착하여 4년을 홀로 지내게 되는데 이런 <로빈슨 크루소>류의 영화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피하고 싶은 것도 인간의 로망이고, 다시 사람들 속에 편입되고 싶어 하는 것 역시 인간의 로망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무인도에 불시착한 주인공 영화 속 김씨처럼 처음에는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리지만, 이것이 해결되자 배구공에 자신의 피로 얼굴을 만든 다음 윌슨이란 이름의 친구를 삼고 혼자서라도 스스로에게 소통을 하려고 한다. 아마 영화 김씨표류기가 아주 보편적인 인간을 상징하는 ‘김씨’라는 성을 쓴 것도 이러한 보편적인 인간의 동기와 그 위계, 그리고 그 위계를 통해 진화하는 인간의 모습에 관해 이야기하려 했던 것 같다.
남자 김씨가 붉은 사루비아 꽃을 맛보고 눈물을 흘렸을 때처럼 여자 김씨는 어느 집 담벼락 가로등불 아래 하얗게 피어있는 정체 모를 아름다운 붉은 꽃나무에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처음으로 엄마에게 말을 걸고, 인스턴트 옥수수 캔에 진짜 옥수수 씨앗을 심자 여자 김씨의세상이던 가상의 세계도 점차 진짜로 바뀌게 되고, 인스턴트 그린 자이언트 옥수수가 진짜 옥수수가 되고, 오뚜기 깡통 허수아비, 가짜 오리 같은 두 사람은 진짜 오뚜기처럼 진짜 백조처럼 다시 일어서게 된다.
결국 살아있다는 것은 호기심이 있다는 것이고 무엇인가 궁금해 질문한다는 것은 들숨과 날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도심 속 외계인과도 같았던 두 김씨는 어쩌면 우리네 지독한 고독과 외로움을 블랙유머로 감싸 안은 것처럼 보인다. 김씨 표류기속 실날같은 타인과의 소통이야 말로.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삶의 양식이 아닌가 여겨진다.

살아있다는 것은
파도처럼 끝없이 몸을 뒤집는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몸을 뒤집을 때마다
악기처럼 리듬이 태어나는 것이다.
-문정희의 ‘살아 있다는 것은’-


생각해보기
이 세상에서 단 한명과 소통이 가능하다면 누구와 소통을 하고 싶나요?
여자 김씨가 유일하게 창문을 여는 건 1년에 단 두 번, 세상이 멈추는 민방위 훈련 날인데, 내가 만약 여자 김씨라면 단 두 번 여는 세상에서 무엇을 보고 싶나요?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혼자 있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위플래쉬 Whiplash - 글 / 소희정 전임교수 글쓴이 : KEEC   2015-10-15 09:40




영화 위플래쉬

Whiplash , 2014



 

글 소희정 전임교수




누구나 한 번 쯤은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나 무대에서 연주를 할 때, 노래를 부르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책을 읽거나 운동경기를 할 때 등 몰입 상태에 빠져들면 주변에 어떤 일이 벌어지든 잘 인식하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마저 놓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올랐던 단어는 몰입이었다.

몰입(沒入, flow)은 고도의 집중을 유지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충분히 즐기는상태를 뜻하는데 몰아일체(沒我一節)무아경과도 같은 개념이며 몰입을 통해서 자신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자신감이 생기며 행복도 얻을 수 있다고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말했듯이 끊임없이 자기 극기에 의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선 사람만이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메시지를 던져준다.

 

너희가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보고 싶었어.
루이 암스트롱이나 찰리파커 같은 뮤지션이 나오기를 말이야.
하지만 너희 중에 제2의 찰리 파커는 없어.
찰리파커가 존스가 던진 심벌즈에 맞지 않았다면 심벌즈를 던지는 대신 ‘Good job!’이라고 말해주었다면 버드는 세상에 없었겠지.
생각만 해도 그건 비극이야.
영화 속 플렛처 선생의 교육방식이다.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이 안 되고 자신이 세워둔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소리를 지르는 것도 모자라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심지어 뺨을 때리기도 하는 등 함께 있다는 존재만으로도 주변 사람을 얼어버리게 만드는 거대한 괴물과도 같은 플렛처 선생님

 

플렛처 선생님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단 한명의 친구도 없고 마음에 드는 여자 친구와의 만남조차 최고의 연주자로 인정받고자하는 욕망이 앞선 나머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관계를 단절하자는 이별을 통보하는 앤드류라는 학생이 있다.

 

영화 안에서 연주되는 재즈곡의 제목이자 오프닝에서부터 복선을 암시하는 곡인 위플래쉬채찍질이라는 뜻에서 볼 수 있듯이 채찍질만이 천재의 경지에 오르는 과정이다. 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광기어린 연주는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히 압도적인 전율을 선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위플래쉬이지만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모욕과 학대를 서슴지 않는 교육방법에 대해서는 과연 그래야만 하는가? 라고 되돌려주고 싶은 영화이다. 플렛처 선생님의 교육적 가치관, 감정을 드러내는 태도,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법 등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배제한 채 오로지 드럼에만 몰두하면서 손가락이 찢어지고 터지고 피가 흐르는데도 불구하고 연습에 연습을 하는 삶을 살아야하는 가에 대해서는 반기를 들고 싶다.

 

영화 위플래쉬가 말하고자 하는 교육’, ‘인간애’, ‘몰입’, ‘욕망’, ‘카타르시스등 괴물과도 같은 폭군선생이 나오는 영화라고 치부하기엔 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영화 속 속살 들여다보기

* 위플래쉬

영화의 제목인 '위플래쉬(Whiplash)'는 채찍질이란 뜻이다.
영화 속에서 연주하는 곡 또한 '위플래쉬'인데 원곡은 행크 레비가 만들었고, 그가 이끌던 행크 레비 레거시 밴드(The Hank Levy Legacy Band)가 연주했다.

 

* Damien Chazelle감독
1985년 출생.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 재즈음악을 하면서 드럼을 친 적이 있었는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바로 <위플래쉬>.

 

* J. K. Simmons
플렛처 선생을 맡았던 J. K. Simmons 아버지는 몬태나 대학교(University of Montana) 음악 스쿨의 감독이었으며, J. K. Simmons도 몬태나 대학교 음대를 졸업했다.

 

* Miles Teller

앤드류 역의 Miles Teller15살 때부터 드럼을 연주했던 것을 계기로 피 나는 노력을 하여 영화 속에서의 드럼 장면은 거의 직접 연주를 하였다.

 

* 더블 타임 스윙

Double Time Swing, 더블 타임 즉 2배로 하라는 뜻으로, 2배속 연주이다. 영화 속에서는 400bpm 속도를 플렛처 선생이 얘기하는데, 이 말은 1분에 400번을 치라는 이야기다. (bpm=beats per minuste) 일정한 템포를 유지하면서 30초나 2-3분을 하라는 게 아니라 일정한 템포를 유지해야하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