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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글쓴이 : KEEC   2024-05-25 16:23

삶과 죽음

윤동주

 

삶은 오늘도 죽음의 서곡을 노래하였다.

이 노래가 언제나 끝나랴.

 

X

 

세상 사람은---

뼈를 녹여내는 듯한 삶의 노래에

춤을 춘다.

사람들은 해가 넘어가기 전

이 노래 끝의 공포를

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X

 

(나는 이것만은 알았다.

이 노래의 끝을 맛본 이들은

자기만 알고

다음 노래의 맛을 알으켜 주지 아니 하였다.)

 

X

 

하늘 복판에 아로새기듯이

이 노래를 부른 자가 누구뇨.

그리고 소낙비 그친 뒤같이도

이 노래를 그친 자가 누구뇨.

 

X

 

죽고 뼈만 남은

죽음의 승리자 위인들!

 

1934.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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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KEEC   2024-04-25 17:03

 

윤동주

 

우리 애기는

아래 발추에서 코올코올,

 

고양이는

부뚜막에서 가릉가릉

 

에기 바람이

나뭇가지에 소올소올

 

아저씨 햇님이

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앵.

 

193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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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새 글쓴이 : KEEC   2024-04-20 18:14

종달새

 

윤동주

 

종달새는 이른 봄날

질디진 거리의 뒷골목이

싫더라.

명랑한 봄하늘

가벼운 두 나래를 펴서

요염한 봄노래가

좋더라.

그러나

오늘도 구멍뚫린 구두를 끌고

훌렁훌렁 뒷거리길로

고기새끼 같은 나는 헤매나니.

나래와 노래가 없음인가

가슴이 답답하구나.

 

193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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