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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아름다운 거짓말 (keec) 글쓴이 : KEEC   2012-08-27 13:47

어머니의 아름다운 거짓말

솔솔솔 비린 내음과 함께 커져 오는 어머니의 얼굴
한 입 두 입 국물을 떠 먹다 말고
아들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명태 머리와 꼬리만 드시던 어머니 생각에.
어려웠던 시절
오랜만에 장에 가신 어머니는 큰 맘 먹고
명태 한 마리를 사 들고 오셨다.

그날 저녁 맛있게 명태국을 끊인 어머니,
아마도 어머니는 생선을 여덟 등분했나 보다.
국자를 이용해 가장 큰 가운데 토막은
할아버지 국그릇에,


다음으로 살이 많은 것은 할머니 그릇에,
다음 큰 것은 아버지 그릇에….

그렇게 차례대로 형, 나, 막내의 그릇에 생선
한 토막씩을 넣어 주셨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머리와 꼬리는 어머니 차지였다.

한번은 어린 막내가
“엄마는 왜 항상 머리와 꼬리만 먹어?”
하고 묻자 어머니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응, 어두육미라고 머리와 꼬리가 맛있거든…” 하셨다.

“그럼 나도 좀 줘.”
어머니는 잠시 머뭇거리다 머리와 꼬리부분을
막내 국그릇에 넣어 주셨다.
“? “?게, 살이 하나도 없잖아. 나 안 먹을래. 엄마 먹어.”
막내에게서 도로 받은 생선의 머리와 꼬리 부분을
어머니는 정말 맛있게 잡수셨다.

어린 우리는 그때 어머니 말씀이 참인 줄 알았다.
그 뒤로도 오랫동안 그 말을 참이라고 믿었다.
그러기에 어두육미(魚頭肉尾)라는 한자성어까지
생겨났겠지 그렇게 여겼다.

네번째 알찬 부분을 먹던 큰아들은 어른이 된 다음에야
어머니의 그 말이 거짓임을 알았다.
결혼 뒤 아내와 모처럼 시장에 가 생선을 샀다.
“머리랑 고리 부분 잘라 드릴까요?” “예.”
“아니 왜 그 맛있는 데를 버리세요?”
“네? 요즘 이걸 먹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아저씨는 어두육미라는 말도 모르세요?”

“어두육미요?
소꼬리는 맛있는지 모르지만 생선대가리를
무슨 맛으로 먹어요.
옛날에야 먹을 게 워낙 없으니까
그거라도 끓여 먹었는지 모르지만….”

순간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는
아브라함 링컨의 고백이 비수처럼 가슴에 와 꽂혔다.
그 뒤로도 아들은 어버이날이 돌아오면 명태국을 끓인다.
맛없는! 물고기의 머리와 꼬리 부분을 그렇게도
맛있게 드시던 어머? 舅?그 큰 사랑을 가슴에 새기기 위해….
어머니 편지 (이해인) 글쓴이 : KEEC   2012-08-27 13:47

어머니 편지 - 이해인


철 따라 내게 보내는
어머니 편지에는
어머니의 향기와
추억이 묻어 있다.

당신이 무치던
산나물 향기 같은 봄 편지에는
어린 동생의 손목을 잡고
시장 간 당신을 기다리던
낯익은 골목길이 보인다.

당신이 입으시던
옥색 모시 적삼처럼
깨끗하고 시원한 여름 편지에는
우리가 잠자는 새
빨간 봉숭아 물 손톱에 들여 주던
당신의 사랑이 출렁인다.

당신이 정성껏
문 창호지에 끼워 바르던
국화잎 내음의 가을 편지에는
어느 날
딸을 보내고
목메어 돌아서던
당신의 쓸쓸한 뒷모습이 보인다.

당신이 다듬이질하던
하얀 옥양목 같은 겨울 편지에는
꿇어서 목주알 굴리는
당신의 기도가 흰 눈처럼 쌓여 있다.

철 따라 아름다운
당신의 편지 속에
나는 늘 사랑받는 아이로 남아
어머니만이 읽을 수 있는
색동의 시들을
가슴에 개켜둔다.


- '엄마와 분꽃'중에서 -
현명한 처방 (keec) 글쓴이 : KEEC   2012-08-27 13:46

현명한 처방



어떤 부인이 수심에 가득 찬 얼굴로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더 이상 남편과 같이 살기 힘들 것 같아요.
너무 신경질적이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요.”

의사는 생각에 잠겼다가 말합니다.
“병원 옆에 신비의 작은 샘이 있습니다.
그 샘물을 담아 집으로 가져가서
남편이 집에 돌아오시면 얼른 한 모금 드십시오.
절대 삼키시면 안됩니다.”

부인은 의사의 말대로 물을 떠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밤늦게 돌아온 남편은 불평과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예전 같으면 또 싸웠을 텐데
그날은 신비의 물을 입안 가득히 물고 있었기 때문에
입을 꼭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후 그 부인은 언제나 남편 앞에서
신비의 물을 입에 머금었고 남편은 눈에 띄게 변해 갔습니다.
부인은 남편의 변화에 너무 기뻐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감사합니다.
신비의 샘물이 정말 효능이 좋더군요. 남편이 싹 달라졌어요.”

의사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남편에게 기적을 일으킨 것은 물이 아닙니다.
당신의 침묵입니다.”

침묵과 이해는 사람을 변화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