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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놓은 마음의 병 세상 밖으로 던져라 글쓴이 : KEEC   2015-05-19 11:45

숨겨놓은 마음의 병 세상 밖으로 던져라

글 한국형에니어그램 4기 전문강사 이후경 박사




정신과 의원의 새 패러다임을 열다

이후경 원장이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한 것은 1991년부터다. 병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후학 양성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료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병원 경영 측면에서 수익을 내거나 눈에 바로 보이는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약물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식의 상담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내에서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는 과감하게 그 길을 선택했다.“우리나라의 정신과 의원들은 대부분 의사 한 명에 간호사 한두명이 근무하는 영세 병원입니다. 또 치료방법도 약물치료 일변도이구요.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의사, 상담 전문가, 음악치료사,운동치료사 등이 한 곳에 모여 종합적인 해답을 제공합니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은데, 한국에 이런 센터 하나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연세대학교 MBA 과정에 들어갔다. 경영학을 전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신과 치료 중 집단 심리치료에 대한 지식을 심화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사회·집단 심리에 대한 연구를 위해 병원을 정리하고 미국 유학까지 계획했다. 하지만 MBA 과정을 공부하면서 경영학 내 집단역학·리더십 분야가 집단치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진로방향을 틀어 박사학위까지 이어가게 되었다. 또 이 시기에 사업계획서 기획과 운 영에 대해 토론하면서 LPJ마음건강센터의
토대가 된 종합정신치료센터를 구상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정신과 전문의들은 개원 이후 얼마간은 꼼꼼한 진료를 하지만, 수익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점차 진료시간을 줄이게 된다. 또한 수익이 줄어 들 것에 대비해 기계 치료나 상담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는 병원도 많다.
그는 환자를 제대로 진찰하고 상담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치료의 분업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원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정신과 전문의 6명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고, 임상심리사, 세대별 상담 전문가, 소아 심리치료사들이 힘을 합쳐 지금의 마음건강센터를 구축했다. 마음건강센터만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부부싸움으로 정신과의원을 찾은 사람을 예로 들었다. “보통 정신과 의원에 부부싸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찾아가면 간단한 진료 후 수면
제와 항우울제를 주는 게 끝인데 이러면절대 치료가 될 수 없다”며 “우리 병원에서는 원인 해결과 집단 상담과 같은 사회학적치료를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다른 점” 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적극적인 해소가 가장 좋은 치료법

그렇다면 이후경 원장이 20년 넘는 기간동안 가장 많이 만난 환자는 어떤 환자일까? 모두의 예상대로 대답은 ‘스트레스’ 상담환자였다. “현대인은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벗어나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수도없이 ‘나는 행복한가? 잘 살고 있나? 이렇게사는 것이 맞나?’라고 자문하며 스스로를 괴롭힐 뿐입니다. 사회가 점점 발전할 수록 신체적 웰빙은 해결되지만 심리적·사회적 웰빙은 신경 쓸 겨를이 없죠. 신체의 건강이 중요하듯 마음의 건강도 중요한데 모두들
놓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 원장은 스트레스 지수가 세계 1위가 된 이유는 한국에만 있는 ‘후유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전쟁을 겪은 후진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는데 따른 성장통과 세대 차이, 인간관계의 약화 등이 후유증의 원인이다. “그동안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로지 성장에만신경 썼을 뿐, 심적인 안전장치 하나 마련하지 않고 견뎌내 온 것이 문제입니다. 정신의학계에 한국인만 있다는 고유 질병이등재됐어요. 오랜 기간 동안 고생과 억눌림이 뒤섞인 ‘화병’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나마 예전엔 경제 성장으로 인한 보상이 커서 스트레스를 이겨냈지만, 일에 대한 보상이 점점 낮아지면서 현대인들은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이 원장은 “노 스트레스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한국사회는 이미 반세기 가까이 그 틀을 유지해 왔기에 국가가 나선다해도 촘촘히 엮인 세대 간 갈등이나 연령대 별로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을 해결하기란 어렵다는 것. 그렇기에 어차피 받은 스트레스, ‘빨리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해소’는 현재 자신이 스트레스 상태임을 주변 누구에게라도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시기를 놓쳐 병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의사의 진찰과 상담으로 치료될 만한 증상이 질병으로 발전하고 약물치료까지 필요한 상태로 악화된 케이스가 급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신질환, 예컨대 우울증이나 강박증 같은 질병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스트레스로 인한 문제는 비단 정신적고통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고통이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면 혼자 폭발하거나 가라앉게 되고, 주변까지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개인의 문제가 조직의 문제, 나아가사회적 문제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이 ‘며칠 쉬면 낫겠지, 약 먹으면 낫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게 문제입니다.”
정신질환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드라마나 영화 역시 그 분위기에 일조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킬미힐미>나 <하이드 지킬, 나>의 주인공들이 정신질환의 하나인 다중인격, 정신분열등 을 나쁜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가는 것조차 주변 눈치를 보게 되고 숨기게 되는 풍토가
마련된 것이다. “정신과는 머리를 열고 수술하는 곳이 아닌, 마음을 열고 카운슬링(상담)하기 위해가벼운 마음으로 들릴 수 있는 병원이라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 직장생활을 위한 네 가지 조언 이후경 원장은 “스트레스가 일상생활에 조금이라도 지장을 준다면 빨리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초기 수준의 스트레스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출근하기 전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목이 뻐근한 사람, 아예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기운이 하나도 없는 사람에게는 직장 자체가 스트레스의 원인이기에 ‘직장을 그만 다녀라’라는 무책임한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네 가지 행동 제안을 통해 “이것만 잘 지켜도 직장 내 스트레스는 없어질 것”이라며 장담했다.

첫째, ‘신나는 하루 선택하기’다. 우리는 매일 출근을 한다. 우리 몸을 일터로 가져오는 것이다. 억지로 누가 시켜서 하는 일보다 스스로 하는 일이 기분 좋을 수밖에 없다. 출근하는 것도 기분 좋게, 일을 하면 서도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힘든 하루인가 신나는 하루인가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다.

두 번째는 ‘일터에서 재미를 찾아라’이다. 직장내에서 본인이 즐겨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든다면, 그것으로 인해 직장 분위기는 완전히 바뀔 것이다. 자신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주위로 전달되면 동료 간의 신뢰가 쌓이며 팀 분위기가 좋아져 능률도 오를 것이고, 그러다 보면 성과에 따른 보상에 자부심 또한 높아지게 된다.

‘추억을 만들어라’가 세 번째 제안이다. 어린 시절의 좋은 추억은 지금도 뇌리에 남아 종종 떠오르곤 한다. 그러면서 ‘아, 그때 참 좋았지’ 하며 되뇐 적이 있을 것이다. 동료들과 혹은 직장상사와 좋은 추억을 만든다면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그 추억의 힘으로 이겨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Present)가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Present)임을 잊지 말자.

네 번째 제안은 바로 ‘집중하기’다. 이 원장은 ‘업무’에 대한 집중이 아니라 ‘주변 사람의 이야기’에 대한 집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청하는 자세야말로 상대방에게 공감한다는 신호를 가장 강하게 내뿜는 것”이라며 “다른 제안보다 가장 먼저 변화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후경 원장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기 위해 누구나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조언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스트레스를 정신 문제로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의 원인은 사실 어떤 것이든 가능합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도 스트레스의 원인이고, 옆자리 동료의 과한 향수나 재미없는 따분한 휴일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트레스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신의 의식을 잘 통제해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하는 사람이 스트레스도 잘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