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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에니어그램 (윤운성) 글쓴이 : KEEC   2012-08-27 11:00

골프 에니어그램

골프는 사치스런 운동이기는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서로의 성격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골프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재미있는 규칙을 만들어 놓고 내기골프를 하면 더욱 재미의 진가를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훌륭한 골프선수는 상대선수보다는 골프 그 자체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이기는 것이 목표인 듯 보이지만 골프를 치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좀더 이해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인간관계의 비법을 배우기도 한다. 즉 다른 운동과 달리, 골프 치는 사람에게 삶의 신비를 맛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일상의 생활의 분주함속에 숨어 있는 진리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골프와 영적인 삶은 자연스레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깨닫음을 얻으려고 골프장에 간다거나 골프실력을 향상시켜야 깨닫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더욱 모든 사람들이 골프운동을 해야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주장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달라이 라마와 같은 현각자도 핸디캡이 26(98타)이라는 사실이다.

필자는 골프광은 아니지만 최근에 운좋게 이글도 하고 싱글도해서 기념패를 받기도 했다. 가끔은 그 동안 26년을 살아온 동반자인 아내와 함께 필드에 나가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새벽에 일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차안에서 가는 동안 삶이 바빠서 못했던 이야기를 도란도란하면서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 또한 다른 부부와 한 팀이 되어 라운딩하면서 단합하는 기회를 갖기도 하고, 다른 부부의 금슬을 타산지석으로 배우는 기회도 갖는다. 역시 돌아오는 길에 골프에 대한 평가도 하고 더욱 하나 된 감정으로 오징어와 츄러스를 먹으며 영화를 보기도 한다. 또한 필드에 나가기 며칠 전에 몸을 풀기위해 연습장을 함께 나가 최선을 다하는 나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함께 해외여행을 할 때도 어김없이 하루는 골프를 치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아내와의 행동에는 골프라는 매개체가 있어 서로 같이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스레 대화도 잦아 서로 간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더욱 중요한 것은 팔다리의 근력이 향상되어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장점도 있다.

골프와 에니어그램은 9라는 숫자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골프는 9개의 홀을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고, 에니어그램 역시 9가지의 성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우리 인간의 몸에 9개의 구명이 있는 것과 우연의 일치가 아닌 듯 싶다. 에니어그램의 지혜는 심리학과 영성을 이어주어 우주론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발견하여 하나가 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 에니어그램의 이론에 따르면, 삶이 생활의 영성훈련장으로서의 제4의 길을 말하고 있다. 즉 ‘삶이 곧 학교이고, 생활이 곧 수련이다’는 것이다. 필자는 골프를 치면서 9가지의 가슴의 악덕을 생각하면서 9개의 홀을 칠 때마다 수련의 기회로 삼은 적이 있다. 즉 전반전 첫 홀에서는 분노를 다스리고, 그다음에 교만을, 기만을, 선망을, 탐욕을, 비겁을, 탐익을, 관능을, 그리고 자기망각을 다스리면서 집중하곤 한다. 그리고 그 다음 후반전 9홀에서 침착을 배우고, 그 다음에 겸손을, 정직을, 마음의 평정을, 무애착을, 용기를, 절제를, 순수를, 그리고 옳은 행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비싼 돈 내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하겠지만 비싸기 때문에 더욱 귀중한 교훈을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만 골프는 참으로 인내가 필요한 운동이다. 부단히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싱글을 치는 사람은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연습장에 나가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몸이 기억하기 위해서는 3주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1년 정도가 되어야 겨우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고 10년이 되어야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느낌으로도 잘 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골프는 강하면서도 부드러움을 요구한다. 드라이버를 칠 때는 강해야 하지만 숏게임에서는 부드럽게 대처해야 한다. 삶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극복할 때는 힘을 모아 강해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숏게임처럼 부드럽게 다룰 때도 있다. 훌륭한 골퍼는 이 둘 모두를 조화롭게 통합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아무튼 골프는 많은 인내와 힘의 조화가 요구되는 운동이다. 이것은 마치 에니어그램의 머리와 가슴과 장(행동)이 하나 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따라서 매일매일 연속적으로 하나 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일 것이다.

필자의 경험의 수준에 비추어보면,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방향‘ 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리 잘 쳐도 방향이 맞지 않으면 오비가 나거나 산으로 또는 러프로 들어가 곤란에 빠지게 된다. 올바른 방향이란 지금의 위치에서 목표물을 정확하게 보고 골프공을 목표물로 보내는 것이다. 즉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제대로 서 있는 지(set-up), 무게 중심은 바로 잡고 있는 지, 양발의 위치는 목표물의 방향에 있는 지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클럽을 뒤로 올려서 내리 칠 때의 방향은 올바른 방향대로 뻣는 지 등등에 대한 모든 동작들이 목표물과 관련되어 있다. 늘 초보자가 실수하는 머리를 드는 습관(head-up)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실패는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되어 중심을 잃게 하고 따라서 목표물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인생에 있어서 삶의 방향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삶의 방향이 잘못되어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초기의 양육환경이 영향을 주어 청소년기 이후에까지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보고하고 있다. 즉 자아 정체감, 자기효능감, 실패에 대한 낙관성,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 낙관적인 도전성 등은 이미 어린 시기에 형성된다고 하니 초기 경험에 영향을 주는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이 하는 사업의 방향과 결혼 후 가정을 다스리는 방향도 중요할 것이다. 우리는 목전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방향을 보지 못하여 더 큰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긴 생애경로를 볼 수 있는 통합적인 방향을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에니어그램의 ‘통합’방향은 머리와 가슴과 장(행동)이 하나 되어 ‘지금여기’의 존재를 자각하는 순수의식을 말한다. 그것은 각각 유형의 가슴의 악덕을 발견하고 미덕으로 진행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곧 머리의 집착에서 벗어나 신성한 사고로 연결되어 영성적 에너지를 접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본능적 행동에 대한 관찰을 통해 신체적으로 이완하여 무의식적으로 흘러가는 ‘방어’에너지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성격이 안고 있는 본능적 두려움을 극복하고 진실된 가슴으로 전달되어 신성한 사고와 접할 때 내안에서의 통합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존재의 본질에 사는 것이며 통합하는 사람으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에 대한 탐구를 통해 본질적 자아와 만나고, 통합될수록 나 자신에 대한 이해는 물론 타인과도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있게 해준다.

우리의 변화는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을 자각하고, 우리가 진정한 실체임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이루어진다. 그 곳에 보물과 기쁨의 원천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통합한 사람은 자신의 의식적 삶을 통해 삶의 주인으로서 삶의 의미를 깨닫고 올바른 삶의 방향을 인식하는 사람이다. 통합한 사람은 내부 자원을 창조하여 자기 자신을 경험으로써 삶의 충만감을 맛볼 수 있고, 신비한 인간정신의 공동 창조자가 되어 늘 세상에 감사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즉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영적으로 내면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결국 자신과 자신의 심오한 본질적 탐구는 신성과 만나게 되고, 그 곳은 마음의 평화와 행복으로 연결된다. 에니어그램은 이처럼 자기관찰을 통해 건강한 방향을 안내해주는 지혜인 것이다.

골프운동도 영적인 삶을 가꾸는 에니어그램의 지혜로 은유되어 삶의 방향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