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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 키우기 - 정종진 (대구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글쓴이 : KEEC   2016-01-25 17:18
  회복탄력성 키우기
- 정종진 (대구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각종 자연재해, 신종 전염병, 정치경제 위기 소식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급격한 사회적·환경적 변화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누구나 커다란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위기와 역경에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쉽게 근심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위기와 역경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더 행복하고 밝은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학박사이자 심리학자인 보리센코(J. Borysenko)는 이런 두 종류의 사람들 사이에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바로 회복탄력성(Resilience) 때문이라고 하였다.

회복탄력성은 다시 튀어 오르거나 원래 상태로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되튀어 오르는 능력을 일컫는다. 역경으로 인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도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되튀어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원래 있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물체마다 신축성과 유연성 등 그 탄성이 다르듯이 사람에 따라 탄성이 다르다. 어떤 불행한 사건이나 역경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불행해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한다. 다시 말해, 회복탄력성이란 시련이나 고난, 위기나 역경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자녀양육, 이혼, 전직, 실직, 질병, 파산, 가족 및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폭력, 사고, 경제 위기, 자연 재해, 전쟁의 위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 등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끊임없이 극복해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똑같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어떤 사람들은 쉽게 그 역경을 털어내고 더 크게 성장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다시는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무너지기도 한다. 그 차이는 바로 회복탄력성에 있다. 성공은 어려움이나 실패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역경과 시련을 극복해 낸 상태를 말한다. 역경이야말로 더욱더 강하게 튀어 오르게 하는 스프링보드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한 마리의 개구리도 앞으로 뛰려면 반드시 뒤로 움츠려야 하는 법이다. 떨어져 본 사람만이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알고, 추락해 본 사람만이 다시 튀어 올라가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듯이 바닥을 쳐본 사람만이 더욱 높게 날아오를 힘을 갖게 된다. 이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의 비밀이다.

회복탄력성은 꼭 커다란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서만 필요한 힘이 아니다. 자잘한 일상사 속에서 겪는 수많은 스트레스와 인생의 고민과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을 자연스럽게 이겨내기 위해서도 필요함 힘이다. 숱한 실험을 통해 확인되는 회복탄력성의 3대 요소는 자기조절능력과 대인관계능력 그리고 긍정적 정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기조절능력이란 스스로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조절하는 능력이고, 대인관계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마음과 감정 상태를 재빨리 파악하고 깊이 이해하며 공감함으로써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긍정적 정서란 행복감, 안락감, 만족감, 사랑, 친밀감 등과 같은 긍정적 심리상태를 말하며. 자신과 미래에 대한 낙관적 생각과 희망, 열정, 활기, 확신 등이 포함된다. 이 세 가지의 능력을 통합한 것을 ‘회복탄력성 지수’라고 한다.

공자(孔子)는 “가장 큰 영광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음이 아니라 실패할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데에 있다”고 하였다. 실패와 좌절, 역경에 처하더라도 이를 이겨내는 긍정적 힘, 즉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한다. 같은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회복탄력성 여하에 따라 이를 잘 극복해나가기도 하고 심한 마음의 상처를 받고 극단적 행동인 자살을 시도할 수도 있다.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호하게 현실을 수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위기 상황에 있을 때 흔히 합리화하고 부정하고 또 막연한 희망적 사고를 한다. 이러한 것들은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울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삶을 지켜줄 것이다.

둘째, 인생은 의미로 가득 차 있다는 깊은 믿음을 갖는 것이다. 신념은 회복탄력성과 매우 관계가 깊은데, 이러한 신념은 우리가 변화 혹은 절망의 바다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우리를 인도해준다.

셋째, 상황에 독창적으로 순간 대처하는 비범한 능력이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혁신의 대가들이다. 그들은 풍요로운 상상력을 아낌없이 발휘해서 힘이 닿는 내에서 모든 수단을 강구해 해결책을 모색해낸다. 또 다른 사람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세부사항들에 관심을 가지며, 또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 모은다.

넷째,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것이다. 우리는 나쁜 일이 발생할 때 부정적 사고의 패턴이 지배하게 되므로 그 부정적 상황에 대한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주의 돌기기가 당신의 평정심을 완전히 되찾는 데에는 충분하지 못하면, 시간을 좀 내서 기분을 전환시키기 위한 뭔가를 행하라. 스스로 기분을 전화시키기 위한 방법에는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취미생활 즐기기, 개와 함께 걷기, 커피나 녹차 한잔 마시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다섯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당신의 해석이나 해석방식이 반드시 옳은 사실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타당하다고 여기는 해석이 각각 다르며, 다른 사람들의 해석이 우리 자신의 해석보다 더 타당할 수 있다. 잘못된 해석에는 거부, 낙담, 좌절과 같은 정서적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 당신이 존경하는 신중하고 침착한 사람들을 떠올려보고 그들이 동일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생각해보라. 만약 그들이 당신과 같은 처지에 있다면 당신과는 달리 어떻게 말하고 느끼고 행동할 것인지를 상상해보라.

이 외에도 유머, 무술, 요가, 명상, 운동 등과 같은 훈련과 학습에 의해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베트남전 당시 포로가 되었던 군인들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의 발생률이 더 낮은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바로 왕성한 유머 감각이었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 도중 전투기가 격추되어 5년 반 동안 포로 생활을 했던 미국의 매케인(J. McCain) 상원의원이 대선 후보로 나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도 민감한 정치적 주제들에 대해 수월하게 토론할 수 있도록 해준 그의 전설적 위트 덕분이었다. 하루에 농담 한 마디씩이라도 하려는 의식적 노력은 우리의 우뇌 전두엽을 활성화시켜 더 회복탄력적인 뇌를 만들어준다.

우리의 정신적 회복탄력성은 육체적 회복탄력성에 의존하며, 육체적 회복탄력성 없이는 정신적 회복탄력성 역시 제 기능을 다하기 힘들기 때문에 뇌세포(뉴런)의 생성과 재편성에 절대적인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 30분 정도 빠르게 걷기 같은 간단한 활동만으로 우리의 뇌 기능이 최적화되고, 그에 따라 회복탄력성 또한 신장될 수 있다.

“하나의 문이 닫힐 때 또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안타깝게 닫힌 문만 오랫동안 바라보고 집착하여 우리를 위해 열려있는 문을 보지 못한다.” 이는 영국 태생의 미국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벨(A. G. Bell)이 한 말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부정적인 일이 발생할 때, 그때 나타나는 다른 기회를 보지 못할 정도로 애통과 낙담의 감정이 우리를 압도한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부정적 정서가 흘러넘치지 않고 강렬하지 않도록 혹은 우리를 곤두박질하지 않도록 우리의 부정적 정서를 억제하고, 그런 다음 ‘문제’를 극복해야 할 ‘도전’으로 바라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이점 발견하기(benefit-finding)’라 부른다. 회복탄력적인 사람들은 보다 ‘열린 문’ 혹은 ‘이점’을 찾거나 주시하는 데에 더 열심이다. 캐나다 토론토스카버러대학교의 심리학자 라시드(T. Rashid)는 다른 문이 닫힘으로써 열려져 있는 문을 찾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라고 권장한다. 어려울 때가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참고문헌
정종진(2014). 행복수업: 플로리시한 삶을 위한 긍정심리 키우기. 대구: 그루.
Borysenko, J. (2009). It’s not the end of the world: Developing resilience in times of change. 안진희 역(2011).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비밀. 서울: 아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