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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행복종합선물세트(1) 글쓴이 : KEEC   2019-08-26 13:39
여행은 행복종합선물세트(1)
- 2019년 여름은 아름다운 도시, 여수와의 만남으로 꽃피웠다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우리는 각자 주어진 삶의 장면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수많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어느 심리학자는 우리가 매일 8천 가지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고 한다. 수많은 메시지들 중에서 자신의 삶의 질을 위해 가장 적절한 것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 행복증진을 위한 지혜이다. 나는 일상에서 일간 신문 읽는 것을 의도적으로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 챙기고 힌트를 얻어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다. 정보들 중에는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것도 있고, 인간관계, 취미생활 등 다양하다. 거기엔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여행관련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작년 1월 신문에서 정보를 얻어 평창동계올림픽 특집 올림픽 개최도시 여행체험단 모집에 응모하여, 70대 1의 경쟁력을 뚫고 선발된바 있다. 힐링·문화·배움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구성원 4명(필자포함)이 함께 한 공동 작업이다. 여행 중 체험활동에서 참여도가 반영되어 수상경력이 있다. 여행후기는 각종 SNS 등을 통해 전하며 올림픽 홍보대사로서의 역할을 통해 선순환을 기하였다. 여행의 기쁨도 누리고, 좋은 에너지의 긍정적 파장을 기대하며 하는 부가활동도 가치 있고 즐거움이다. 서로 도우며 함께 존재하고 유지 증진해 가는 공존(共存)이다.

  여행에서 얻은 체험학습과 에너지는 일상의 활력으로 이어진다. 이 또한 자신의 삶에서 선순환이 된다. 더 나아가 가정과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파장으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그것들을 챙긴다. 그 멋진 기회가 또 찾아왔다. “여수에서 한 달 살아보며 여행하기”이다. 신문에서 기사를 처음 접한 날 일기에 아래와 같이 기록했다.



[2019년 4월 12일의 일기]
  많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몇 달째, 주말 없이 분주했다. 오늘은 12일, 밀린 신문을 보노라니, 9일자 경향신문에 내 눈을 크게 뜨이게 하는 기사가 보인다. 바로 여행경비의 일부를 여수시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인 『“여수서 한 달 여행하기” 어때요』이다. 내 답은 바로 『좋지요! 희망사항입니다.』이다.

  그 즉시 4명으로 구성된 HCL(힐링·문화·배움)팀 팀원들이 떠올랐다. 단톡방에 신문기사를 올렸다. 구성원들은 메시지를 읽는 즉시 호감을 드러냈다. 만약 시간이 안 맞는다면, 후순위는 가족(사실은 가장 1순위이지만 우리 집 4인 가족이 다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휴가를 맞추는 정도가 될 수는 있다), 중학교 동창, 아님 혼자라도···. 혼자 이런저런 소설을 쓰며 마음이 설렌다.

  오늘도 할 일이 많지만, 여수여행 관련 기사에 시선과 마음이 머물러있다. 몹시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는 일정의 와중에도 잠시 짬을 내어 관련 정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여수시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구비서류를 다운 받았다. 뭘 준비해야 하는지, 일단 대충 훑어보고, 구비서류를 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 가늠해 보았다. 제출마감 기한이 19일까지 이니, 우선 급한 일부터 마치고, 순서대로 차근차근 도전하자.





여행을 기대하는 설렘도 긍정에너지다. 그 멋진 에너지를 내 삶으로 가져오고자 먼저 잠시 짬을 내어 여수시청 홈페이지에서 사진으로 여수의 명소를 감상해 보았다

  그리고 짬짬이 시간을 내어 팀원들과 의견을 조율하며 여행계획서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4월 19일 마감 날 이메일로 접수했다. 여행계획서를 접수한지 일주일이 지난, 4월 26일 여수시 관광과로부터 사업에 선정되었음을 축하하는 메시지(“안녕하세요. 여수시 관광과입니다. 귀하께서는 여수에서 한 달 여행하기 사업에 선정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여행기간은 5.7 ~ 11. 30.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를 받았다.
“앗~싸!”, 그 메시지를 스크린샷으로 받아 팀원들과 공유하였다. 우리들은 자축무드에 취하며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계획된 일정으로 이어질 행복한 여수여행의 기대감을 나누었다. “여수에서 한 달 여행하기”사업의 여행기간은 ‘7일 ~ 30일’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현실적 여건이 한 달을 다 채우는 것은 무리가 있어 10박 11일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지난날을 돌아보니 나와 여수와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여수엑스포 개최 시기에 작은아들과 여수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칼럼으로 작성하여 월간 행복한 가정에 두 번 실었던 것[① 살아있는 교과서, 여수세계박람회(2012년 10월호) ② 여수엑스포에서 배운 것(2012년 11월호)]이 떠오른다. 그때의 원고를 찾아서 다시금 읽어보니, 새롭다. 기억을 상기시켜 주어 느낌이 좋다. 나의 여행은 단순히 일회성 여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번 여행을 기획하면 최소 세 번의 여행으로 이어진다. 첫 번째는 여행을 위해 준비하고 공부하며 일차적 여행을 한다. 간절히 보고 싶은 만큼, 사랑하고 싶은 만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공부한다. “알면 보이고, 사랑하게 된다.” 여수를 알아야 여수에서 살아보며 여행하기를 할 때 제대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팀은 여행계획서에, “여행 전 여수사랑 실천 활동 시작”의 일환으로 여수에 대한 공부를 하여 그 내용을 SNS로 전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였다.

  두 번째 여행인 본 여행에서는 맘껏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며 제대로 향유하고자 한다. 첫 번째 여행에 해당하는 준비가 충실하게 제대로 이루어질수록 더 깊이 체험하고 누리는 여행이 가능하다. 마지막 세 번째 여행은 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정리를 하며 다시 한 번 음미 감상하는 시간이다. 이렇게 세 번의 여행 과정을 거쳤을 때 비로소 그 여행이 내 것이 된다. 나는 이 세 가지 여행과정 모두를 즐긴다. 그리고 각 여행의 기록을 시간이 많이 흐른 다음 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것들은 각각 다른 느낌의 즐거움과 삶의 슬기를 주고 몰입을 돕는다. 이러한 과정 모두가 내겐 하나의 삶의 리추얼이다. Mason Currey는 그의 책, “Daily Rituals: How Artists Work”(국내에 “리추얼: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의식”으로 번역되어 있음. 譯者: 강주헌)에서 리추얼에 대해 보통의 시간을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만드는 법으로 소개한다. 리추얼은 의식으로 하루를 마치 종교적 의례처럼 여기는 엄격한 태도이자,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용한 도구, 삶의 에너지를 불어 넣는 반복적 행위라는 것이다.

나는 나의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고자 지향한다. 한편으론 설렘이 있고, 때로 일부 당면과제들에선 다소의 부담이 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즐기고자 한다. 약간의 긴장이 있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의미와 가치를 살릴 수 있는 기분 좋은 긴장을 유지해 가는 것이 핵심이다. 또 가끔씩 여지를 보아 실제 여행을 통해 더 큰 리추얼을 행한다. 그것은 청청한 숲에서 머물 때처럼 건강한 숨을 더 크게 쉴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소진을 야기하는 여러 일상의 요소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행 준비, 여행하는 동안, 그리고 여행후의 정리 작업까지, 각 과정이 갖는 서로 다른 의미와 가치를 챙긴다. 그렇게 나는 나를 더 멋지게 유지 증진해 가고 있다. 더 나아가 삶의 행복감을 키운다.  

  최근에 만난 최연수 시인의 “여행은”이라는 시가 이런 내 마음을 잘 반영하고 있다. [여행은 설렘입니다./ 아니, 여운입니다./떠나기 전의 설렘과 돌아와 천천히 되뇌는 여운./
 (중략) / 여행은 / 소소함이 모여 감동이 된다는 걸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시인이 시를 통해 노래하였듯이 “소소함이 모여 감동이 된다는 걸” 알고부터는 더 자주 그 감동을 또 맛보고 싶고, 더 깊게 취하고 싶다. 지금부터 “여수에서 한 달 여행하기”의 과정과 그 과정에서 얻은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덴마크의 '휘게', 스웨덴의 '라곰', 프랑스의 '오캄' 과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음; 네이버 국어사전)의 감동을 정리해 본다. 총 10박 11일의 여행은 3부로 나누어 보았다. 그것의 1부는 2박 3일의 여수시내 일정, 2부는 5박 6일의 초도 일정, 3부는 3박 4일의 여수시내 일정이다.

◦ 1부: 2박 3일의 여수시내 일정
  1-1): 오동도 투어, 맛집 탐방a[두꺼비 게장(갈치조림과 게장 전문점): 저녁식사], 고소동 1004벽화마을 투어a, 여수 밤바다 감상a, 낭만포차거리 투어
  여수시내 첫 일정은 오동도 투어이다. 오동도를 가가 위해 육지와 섬을 잇는 길이 700m의 방파제를 이용한다.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동백열차 이용하기, 유바이크(U-bike) 타고 가기, 걸어가기, 바다로 모터보트 타고 가기 중에서 선호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우리는 걷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오동도를 한 번 쯤은 걸어가 보는 것이 의미 있다고 판단하여 걸어가기를 선택했다. 오동도를 향하여 걸어가는 동안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에 기분 좋게 스친다. 섬에 다다르자 산책하기 딱 좋은 숲길이 펼쳐진다. 숲길은 한 여름임에도 미풍이 불어 덥다는 느낌이 없다.

  오동도는 섬 전체가 완만한 구릉성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섬 남단에는 오동도 등대가 있다. 섬의 곳곳에 시(詩)와 안내판이 잘 제시되어 있어, 내용을 읽을 겸 걸음을 멈추고 잠시 머물며 쉬어가게 한다. 소라 바위, 병풍바위, 코끼리 바위, 용굴 등 기암절벽들도 진경이다. 곳곳에 뷰포인트가 있어 카메라에 담고 마음에 담았다. 오동도를 한 바퀴 돌고 내려오면 분수대에서 시원하고 리드미컬하게 뿜어내는 물 축제를 감상할 수 있다. 우리는 분수대와 그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모터보트를 타고 다시 한 번 오동도를 한 바퀴 투어 한 다음 육지로 나왔다. 모터보트 타기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오동도 투어의 시원한 마무리다.

  육지로 다시 돌아오니 저녁식사 때를 알리는 생리적 시계가 울리고, 시장기가 몰려온다. 때마침 육지와 오동도를 잇는 방파제 입구에 여수 10미(味)가 구미를 자극하는 사진과 함께 안내되어 있다. 여수 10미는 ① 돌산갓김치 ② 게장 백반 ③ 서대회 ④ 여수한정식 ⑤ 갯장어회/샤브샤브 ⑥ 굴구이 ⑦ 장어구이/탕 ⑧ 갈치조림 ⑨ 새조개 샤브샤브 ⑩ 전어회/구이 이다. 우리가 선정한 메뉴는 게장 백반과 갈치조림이다. 해당메뉴의 맛집 검색과 팀원들의 의견조율 결과, “두꺼비 게장”집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우리가 두꺼비 게장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식당 안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고, 손님 회전율도 매우 빨랐다. 우리도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평소보다 식사량이 배가 되도록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맛있게 먹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전망 좋은 카페를 찾아 여수 밤바다 경치를 즐기려 나섰다. 가는 길에 고소동 1004벽화마을을 우연히 만나 득템한 기분으로 투어하며 카페를 찾아갔다. 그곳 벽화마을의 주요 내용은 만화가 허영만 선생의 만화들을 그려 놓은 벽화갤러리 이다. 벽화를 보다가 자세를 조금만 옆으로 돌리거나 뒤로 돌면, 또 때로는 고개만 들어도 바로 여수 밤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멋진 밤바다를 맘껏 바라볼 수 있는 카페도 많다. 우리도 그 중에서 멋진 카페 한 곳을 찾아 여유롭게 밤바다도 감상하고 행복한 담소도 나누었다. 곳곳에서 여수 밤바다의 아름다운 장면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여수여행의 큰 장점이다. 어스름을 넘어 저녁이 깊어지자 낭만포차거리도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버스킹의 흥겨운 음악소리가 흥을 돋운다. 오가던 사람들이 자리를 메워 앉고, 일부는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탄다.

  우리도 그러한 분위기에 젖어있는 가운데 시간이 휙 지나간 느낌이다. 오늘 밤은 예약한 숙소이용에 문제가 생겨, 도슨트 개인 집에 머물기로 되어 있다. 늦게 들어가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기는 했지만, 밤이 너무 늦으면 안 될듯하여 낭만포차거리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고 1일차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알찬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한 날이다. 다음 날도 기대된다.
                                           
                                                  - 다음 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