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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31) 글쓴이 : KEEC   2024-06-25 21:01

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31)

- 힐다의 웰니스학교와 수수네숲의 콜라보 프로젝트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이렇게 하여 드러난 이번 작품의 제목은 ‘본질’이다. 이 작품은 지난 8회차의  ‘Here & Now(현재 시간은 지금 여기)’와의 연장선에서 스토리를 발전시켜 가고 있다. 나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 때부터 맞이하기의 진행을 김민지 선생이 하도록 역할을 안배한 바 있다. 그녀를 포함한 그녀 가족의 수련 시간에 푸드아트테라피를 통한 수련을 이어왔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하였다. 

 

  이 콜라보치유프로젝트에서 큰 흐름은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어야 하므로 총괄기획을 맡고 있는 내가 주관하고 있다. 그러나 맞이하기 파트의 세부 진행 전반을 김민지선생 스스로 꾸려가도록 일임하였다. 지금까지 놀랍게도 전반적인 흐름에서 매우 조화롭게 잘 전개되곤 했다. 이 과정에서도 상호재능기부, 자리이타, 선순환이 실현되는 것이 즐겁다.

 

  맞이하기 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여정에서 우리는 호흡이 참 잘 맞는듯하다. 마치 사전에 맞춘 듯 통할 때가 많다. 내가 장의 역동을 고려하여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해 가면, 김민지선생도 그 주제를 생각했었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하였다. 지금처럼 맞이하기가 내가 추진하는 푸드아트테라피 본 프로그램과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도 그 예가 된다. 

 

  언젠가는 힐다 모델 속의 주요 주제 중의 하나인 “몸의 균형과 조화”를 고려하여 ‘악력’이라는 주제를 다루고자 관련 내용과 도구를 준비해 갔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녀도 그 주차에 우연히 같은 주제를 떠올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치유춤에서도 그런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우리 사이에 무엇이 작용하였을까? 

 

  아마도 우리 모두 이 치유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고픈 열망이 있고, 우리는 한마음(One Mind: Larry Dossey는 그의 책에서 ‘모든 존재는 하나의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다루고 있음. Carl Gustav Jung은 ‘동시성’으로 설명)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Larry Dossey의 “한마음”에는 양자적 비국소성에 대한 실증적 예들이 많이 담겨있다.

 

  “모든 개인에게는 공통되는 한마음이 있다. 모든 사람은 항상 동일한 어떤 것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이성의 올바름 안으로 한번 들어간 사람은 모든 소유에서 자유로워진다.(랠프 에머슨)” “깊은 심층에서 인류의 의식은 하나(에어빈 슈뢰딩거)”이다. 이처럼 한마음의 존재는 감각의 접촉 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사람과 생각, 감정, 심지어 육체의 감각까지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이수영 역, 2016). 

 

  이 치유프로젝트의 전반이 순수한 본질을 지향해 가는 것이다. 그 덕에 우리에게도 언뜻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날의 맞이하기가 오전에 진행한 장(場)에서 미니강의로 다룬 본질에 대한 내용과 조화를 이루어 풍성해지고 있다. 김민지 선생은 맞이하기의 작품 속에 우리가 성격적인 삶보다는 본질적인 삶을 사는 것이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아름답게 담아냈다. 

 

  낙엽을 쓸어내는 퍼포먼스가 우리의 본질을 가린 가짜를 쓸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마치 해(본질)를 가리고 있는 구름(성격)처럼, 본질을 가리고 있는 가짜를 걷어내고 나면 본질이 나온다. 김민지선생은 퍼포먼스로 진행한 맞이하기의 후반부에 또 다른 활동 하나를 제안했다. 바로 어자국으로 만든 하트의 중앙에 있는 꽃들을 몇 개 뒤집어 보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안내대로 하자 글자가 나왔다. 

 

  그녀는 맞이하기를 준비하며 ‘본질’이라는 단어를 어자국속에 미리 숨겨 놓았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본질이 늘 안에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본질로 향하는 여정을 응원하고자 함이다. 우리는 다 함께 박수치며 감사한 마음으로 그 의미를 받는다. 이날 힐다의 웰니스학교는 수수네숲 덕분에 국화꽃 향과 함께 준비한 관련 이야기로 충만하였다. 

 

  국화꽃차 음다, 국화꽃의 효능, 국화 관련 詩, 사군자이야기, 선현들의 국화사랑 이야기, 보드라운 국화꽃 생화를 만져보는 오감각적 체험 등이 풍성하고 생동감으로 전해졌다. 국화꽃향이 본질을 회복해 가고자 하는 우리들의 여정을 잔잔하면서도 지조 있고 깊은 사랑으로 응원해 주는 듯하다.

 

 

  진행자들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수련참가자들도 꾸준히 수련을 리추얼로 생활화해 가노라면 순수성의 회복을 향해 일신우일신할 수 있으리라. 한편, 낙엽을 쓸어내며 본질을 찾아가는 퍼포먼스로 진행한 맞이하기를 동영상으로 촬영하였다. 그렇지만, 이 연재 글에 그 생생한 동영상을 담지 못해 아쉽다. 

 

  참가자들은 김민지 선생의 참신한 아이디어, 깜짝 이벤트 같은 짜릿함, 참가하는 즐거움 등의 감동을 나누었다. 수수네숲에서 이 치유프로젝트를 할 때는 오전엔 주로 워밍업의 일환으로 숲의 자연과 교류, 몸의 긴장 이완, 푸드아트테라피 등으로 교류하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오후에는 마음의 심층구조 치유를 위한 방편을 이전 회기에 배운 것을 심화해 가거나 새로 배우는 형식으로 진행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장의 역동상 오전에 에니어그램과 힐다모델의 개략적 안내를 위한 미니강의가 평소보다 길어졌다. 그래서 푸드아트테라피의 본 과정은 자연스럽게 점심 식사 후로 넘겼다. 오전에 오감각 깨우기의 일환으로 마셨던 어자국으로 만든 국화차는 뜨거운 물을 부어서 몇 차례 더 음다(飮茶)하였다. 

 

  언젠가 어느 국화꽃전시회의 주제가 “꽃이 피니 마음이 열리네”였던 것이 떠오른다. 국화꽃을 보며, 또 아름다운 색과 국화꽃의 은은한 향으로 차를 마시며 나도 마음이 더 활짝 열렸다. 다른 참가자들도 이런 느낌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자연스럽게 점심 식사 직전까지 관련 담소로 이어졌다. 이 또한 이 계절에 누릴 수 있는 소확행(小確幸)이다. 

 

  점심을 위한 치유밥상은 힐다의 웰니스학교에서 밥만 준비하고 반찬은 수수네숲에서 준비해 왔다. 이번 회차에 준비한 밥은 녹차 가루를 섞어 지은 밥이다. 그리고 수수네숲에서 정성으로 만들어 온 반찬은 표고버섯 탕수육, 김치, 무채, 견과류멸치볶음, 시금치나물 등이다. 모든 반찬이 언제나 맛있었지만 특히 이번의 표고버섯 탕수육은 그야말로 감탄이 절로 흘러나오며 엄지척하게 한다. 

 

  이 표고버섯이 일교차가 심할 때 나온 것이어서 이처럼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버섯이 더 단단하고, 탕수육도 더 쫄깃하며 향이 진한듯하다. 시중에서 산 표고버섯으로 만든 탕수육과는 차원이 다른 식감, 향, 맛을 맘껏 향유하였다. 이날 우리가 먹은 탕수육은 바로 전날 채취한 버섯으로 만든 것이고, 탕수육소스는 고구마전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흡사 고기처럼 쫄깃한 식감과 입안에서 살살 녹는 그 맛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그동안 먹어본 표고버섯 탕수육들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탕수육을 입 안에 넣고 씹을수록 그 감칠맛이 더 깊게 감돈다. 표고버섯의 자연향이 입안에서 오래 감돌고 또 온몸으로 퍼지는 듯한 느낌이 정말 좋다. “참 좋다!” 이런 감동적이고 귀한 향을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어떻게 느껴볼 수 있겠는가?

 

  수수네숲에서의 표고버섯 재배는 노지에서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전반적 과정을 익히 알고 있기에 표고버섯 진짜의 맛을 누린다는 기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이전의 연재 글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치유농업을 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지향하고 즐긴다. 나는 그들에게 전문적인 전인치유 방편을 전하고, 그들은 정성으로 지은 농산물이나 치유 음식으로 상호재능기부 한다. 이런 교류가 모두에게 호혜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고 있으며, 실제로 그 증례들이 늘고 있다. 

 

  참가자들이 밥도 맛있다고 칭찬해 주신다. 나도 반찬이 참 맛있어서 밥의 격도 올라가는 듯하다며 응수하였다. 밥과 반찬이 서로 조화를 이루니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점심 식사 분위기는 이런저런 담소로 화기애애하게 웃음이 만발하였다. 수수네숲에서나 힐다의 웰니스학교에서나 식사 시간의 환담은 언제나 즐겁다. 

 

  이날 점심 식사 시간에 이루어진 주요 화제는 도토리에 대한 것이다. 이득림선생이 풀어낸 맛깔난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보통 도토리를 주워서 도토리 가루 만드는 공장에 가져다주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가루를 만들어 준다. 예를 들어 10kg의 도토리를 가져가면, 공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가져간 도토리들과 한데 모아서 껍질째 가루를 낸다. 

 

  그리고 10kg의 도토리로 가루를 내면 어느 정도 가루가 나올 것인지 가늠하여 해당하는 양만큼의 가루를 받아오게 된다. 이렇게 공장에서 무작위로 받은 도토리 가루는 수수네숲의 도토리로 만든 가루가 아니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도토리를 일정한 양으로 모아서 한꺼번에 가루를 내므로 이런저런 사연 있는 도토리가 섞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이 주운 도토리의 가루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수수네숲의 도토리는 청정한 자연의 숲에서 난 것이지만, 다른 도토리는 꼭 그렇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수수네숲에서는 순수한 도토리가루를 위해 도토리를 주워서 껍질을 일일이 까서 공장이 아니라 방앗간에서 빻아 가루를 내었다. 그런데 방앗간에서 빻은 도토리 가루는 묵을 부드럽게 할 수 있을 만큼 곱지는 않다. 그래서 그 도토리 가루를 집으로 가져와 믹서기에 한 번 더 갈아서 고운 가루를 만든다. 

 

  그렇게 만든 도토리 가루는 광목에 담아 큰 통의 물에서 치대어 두면 앙금이 가라앉는다. 도토리 특유의 떫은맛을 제거하기 위해 이틀 정도 가라앉혔다가 수분을 말린다. 완전히 마르면 가루를 보관해 두며 필요에 따라 묵도 쑤고 부침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도토리의 껍질을 까서 만든 가루로 묵을 쑤면 도토리를 껍질째 가루를 내어 묵을 쑤는 것보다 묵이 더 찰지게 잘 나온다. 

 

   이득림선생의 설명을 듣고 보니 도토리로 가루를 만드는 과정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 오랜 여정의 공(功)에 절로 숙연해진다. 나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만든 수수네숲 방식의 도토리묵을 먹어보았고, 시중에서 사서 먹는 묵의 맛도 안다. 앞에서 설명한 표고버섯탕수육처럼 수수네숲의 도토리묵은 질적으로 그 격이 다르다.  

 

  지난번 수수네숲에 갔을 때 도토리가 풍년이고, 크기도 제법 굵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에도 수수네숲 도토리가 가루로 만들어지고, 또 어떤 음식으로 탄생할지가 기대된다. 도토리와 관련하여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정보를 모으고 공부하여 요리연구는 물론, 교육과 치료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어지는 순서는 이득림선생의 가족치유사례 나눔이다. 그녀는 과거 같으면 사적인 것을 나누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했을 것이나, 심신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여정에서 사람 사는 것이 다 비슷하므로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자기 가족의 치유 사례가 그 누군가에게는 깨달음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힐다의 웰니스학교를 통해 배운 것을 토대로 자신과 가족들이 수련을 이어가며 경험한 치유 사례를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최대한 풀어내고 싶단다. 이득림 선생은 그동안 손에서 책을 놓은 지 오래되고 산나물 재배나 산을 가꾸는 일 등 육체적인 일만 하였기에, 이 공부를 하면서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그렇지만 뭔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었고, 한 번 두 번 회차를 거듭할수록 차츰 아는 것이 늘어나 지금은 매우 기쁨으로 충만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녀는 자녀들(온 가족이 함께 힐다의 웰니스학교에서 가족 수련 중)이 결혼 전에 이 공부를 하게 된 것이 아주 큰 행운이란다. 그간 자신의 생애에서 명상이나 마음 공부를 전혀 몰랐었으나 딸이 공황장애로 홍역을 치르면서 알게 되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하게 사는 것인데, 남보다 잘 살고자 하고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매몰되어 숨 막히는 삶을 살아왔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다행히 어떻게 하면 진정한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인가의 길을 힐다의 웰니스학교에서 배웠다. 너무나 오랫동안 남편이 해소되지 않은 깊은 트라우마로 인하여, 일상에서 주기적으로 분노 표출을 반복할 때마다 상처받고, 좌절하게 되며 참 많이 힘들었다. 여기에는 자신의 미해결과제도 있으니 그것들이 만나 그때마다 그것이 또 다른 트라우마가 되고, 힘겹고 버겁게 큰 산을 넘곤 하였다. 

 

  그러나 이제 교수님(필자를 지칭)을 만나 그러한 일이 반복되는 이유와 양상을 이해는 하게 되었다. 수련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한동안 정말 잘 유지되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부부 간에 또 큰 갈등의 문제가 생겼고, 마치 잘 가던 길에 갑자기 큰 장애물이 가로막은 듯한 난관에 봉착했다. 남편은 가족 수련에 가장 늦게 합류하였으나 수련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저항하고 있다. 

 

  다행히 다른 가족들에게는 이제 가족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한 제대로 된 방향이 보인다. 특히 남편이 생애 초기에 겪었던 크고 깊은 트라우마로 인한 문제가 곪아서 수시로 화근이 되고 있음도 어느 정도 인식하게 되었다. 뿐만아니라 다른 가족이 함께 장기 수련으로 이러한 난제를 풀어가고자 마음을 모으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이 중대 사안을 원만히 해결하고자 주말에 멀리 있는 아들이 합류하여 장장 6시간의 가족회의와 대화 시간이 열렸다. 

 

  그 과정에서 남편이 두려워하는 진면모를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의 표현은 제한적이었지만, 다른 가족의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상황이라 그것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충분히 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련 과정에서 들었던 것들이 통합적으로 다가왔고, 남편의 아픔이 제대로 느껴지며 온 가족이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이득림선생은 그간의 삶을 돌아보며 그저 너무 힘들어서 이혼하고 싶을 정도의 나날이 많았었다. 그런데 남편이 그렇게 아픈 사람이었고 그것을 몰랐던 것이 참으로 미안했다. 남편이 어떤 상황에서 압도가 되고, 또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으로 다가왔다. 만약에 좀 더 일찍 이런 공부를 했더라면 그런 상황들에서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였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30여 년을 함께 살아오면서도 그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당신이 나한테 이렇게 잘못한 것만 탓한 것’이 회한으로 남는다. 자신이 무지하여 남편을 탓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죽는 날까지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이런 걸 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고 정리하였다. 그녀는 ‘딸이 아프지 않았다면 이런 배움을 접하지 못했을 것이며,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것을 살짝 엿보는 상황이란다. 

 

  이제는 남편이 달리 보인다. 마치 천 년 동안 막혀 있던 동굴이 빛에 노출되는 것은 찰나라는데, 이번에 바로 그런 상황을 체험한 듯 하단다. 그 산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이 공부(힐다모델)를 한 덕이고, 남편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몸과 신경계에 파편처럼 박혀있다는 강의를 들었던 것을 이번에 제대로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득림선생은 특히 H를 바라보며 이런 자신의 깨달음을 H도 꼭 얻어가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녀의 남편이 처한 상황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몸과 신경계에 각인되어 있어서 그것이 트리거를 만날 때마다 문제가 발생하였던 당시의 두려움을 고스란히 느끼며 사면초가 상태가 되고 쉽게 압도된다. 압도되면 어떤 자극에 대응하는 역량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아는 방법으로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당사자의 어떤 두려운 부분이 작용하여 변화에 강하게 저항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곧 죽음으로 지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외부적인 것이 들어오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화를 내게 된다. 즉, 화는 그의 생존전략이다. 이득림 선생은 이 순간만큼은 남편의 이런 상황이 이제는 가슴으로 수용되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제는 남편이 화를 내도 과거처럼 반사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전과는 다르게 넉넉한 마음으로 ‘괜찮아~!’라고 다독일 수 있을 것 같단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동안 힐다모델 속의 주요 수련 방편을 꾸준히 적용해 왔다고 한다. TRE도 주 3회가량을 꾸준히 해왔고, EFT와 치유춤 등을 수시로 적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여러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자신을 알아차리고자 정성 들여온 것이 작용하였을 것으로 자기평가 했다.

 

  세상은 바뀌지 않았으나 이 공부를 통해 이런 상황을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이 커진 것에 대해 거듭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많은 분에게 해드리고 싶단다. 수련을 거듭한 덕에 자신과 상대의 아픔이 보이게 되었고, 측은지심이 일게 된 감동을 주는 이야기다. 이득림선생의 가족치유사례 발표를 통한 수수네숲 가족의 이 에피소드는 가족 수련이 왜 중요한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많은 가정이 이와 유사한 아픔들을 갖고 있는 경우를 수시로 본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대처할지를 몰라 고스란히 고통으로 겪고, 심지어는 더 심해짐에도 방치하곤 한다. 문제는 그것들이 당사자에게만 고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나 손자녀 등 후세에까지 전이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동서양의 수많은 연구와 사례에서 이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김상원은 그의 책, “거울명상”에서 ‘인생은 내 무의식에 억눌려 있는 감정들을 치유하는 여정이다. 내가 치유하지 않으면 내 자손에게 넘어간다. 내 자손이 치유하지 않으면 또 그 자손에게 넘어간다. 아이는 부모의 에너지장 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고 기술하고 있다. 더불어 이 책에서 관련 치유 사례들을 많이 담고 있다. 나도 이와 유사한 증례들을 많이 쌓아가고 있다. 

 

  각설하고, 지금 이 연재칼럼의 배경은 2022년이다. 수수네숲의 온 가족은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2024년 6월)까지 장기 수련을 이어오고 있다. 3년간의 수련을 마치는 날 그들은 자신들의 엄청난 변화와 성장에 감동과 감사를 표현하였다. 앞으로도 그들은 수련을 지속해 갈 굳건한 의지를 드러냈으며, 또 이렇게 사례를 공개해 주어 참으로 감사하다. 

 

  힐다모델을 통한 수련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치유 방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그래서 힐다의 웰니스학교에서는 수련의 리추얼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 콜라보치유프로젝트의 공동진행자들도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어 탄력을 받고 있다. 

 

-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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