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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34) 글쓴이 : KEEC   2024-09-25 17:51

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34)

- 힐다의 웰니스학교와 수수네숲의 콜라보 프로젝트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TRE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매우 체계적으로 다룬다. 즉,  자기인지와 그라운딩, 떨림의 신경생리학적 이해, 내담자가 안전감을 유지하며 TRE하는 방법, 그라운딩을 잃었을 때 스스로 알아차리고 자기 조절하는 법, 신경계 각성 증상에 대처하는 법, 생명체의 리듬을 존중하며 따라가는 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TRE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많지만, 특히 두뇌의 어떤 부분(대뇌피질, 변연계, 뇌간)이 작동하고 있는지, 신경계의 어떤 부분이 작용하고 있는지(교감신경계, 등쪽 미주신경계, 배쪽 미주신경계), 몸은 어떻게 진동하고 있는지(진동이 너무 강하거나 약한지, 진동이 혼란스럽거나 규칙적인지, 몸이 부분적으로 떨리거나 전체적으로 떨리는지, 몸이 움직이는 부분과 움직이지 않는 부분이 어디인지) 등이며, 각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실질적으로 TRE를 하는 과정에서는 단순히 떠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아야 한다. TRE를 통한 떨림이 일어나는 동안에 몸이 자신에게 주는 여러 신호, 즉 이야기들을 잘 듣고 알아차리며 미해결된 과제들은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흘려보내고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탁월한 내면 소통이며 머리(사고), 가슴(감정), 장(본능, 행동)의 통합으로 이어져 마음 근력을 키워갈 수 있다. 

 

  김주환교수(연세대학교)는 마음 근력을 향상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훈련법이 명상이고, 명상의 본질은 내면 소통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자아 분류법에 따라 경험자아, 기억자아, 배경자아를 제시하고 배경자아의 알아차림이 마음 근력 훈련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배경자아를 ‘나’의 본질적인 모습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 곧 다양한 명상 수행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TRE는 매우 탁월한 명상이며 더불어 내면 소통이 되고, 더 나아가 마음 근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나는 몇 년 전(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기간)에 TRE프로바이더 및 TRE를 수련 방편으로 활용하는 지인들과 함께하는 카카오톡 단톡방에 미완성 문장을 채워 달라고 협조 요청한 적이 있다. 그 미완성 문장은 『TRE는              다. 왜냐하면                   하기 때문이다』 였다.

 

  나의 뜬금없는 요청에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쾌히 답을 올려주셨다. 하나하나가 모두 귀한 선물이었지만 그중에서 일부만 이곳에 옮겨보았다. “나에게 TRE는 진솔한 만남이다. 왜냐하면 언어와 외모, 조건을 넘어서 생명의 본질과의 만남이기 때문이다(최은주, TRE Korea 대표).”, “TRE는 통로다. 왜냐하면 나를 접촉하러 가는 길이니까(허영선, 심리상담사).”, “TRE는 의식의 확장이다. 왜냐하면 몸의 지혜, 몸의 느낌, 몸의 생명력을 나의 의식으로 들어오게 하기 때문이다(홍OO, ‘TRE프로바이더를 위한 상호조절능력 심화하기’ 세미나 동기생) 등이 그것이다.

 

  이들 내용은 각자 TRE를 통한 수련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TRE에 대한 정의이다. 김주환 교수는 내면 소통 명상으로 용서-연민-사랑-수용-감사-존중으로 이어지는 여섯 가지 자타 긍정의 방법을 설명한다. 용서-연민-사랑은 기본적으로 절대자가 인간에게 주는 것이다. 그리고 수용-감사-존중은 인간이 절대자를 대하는 방향이다. 그가 제시하는 이러한 방법은 TRE를 통한 지속적 수련의 궁극적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

 

  이 칼럼에서 TRE의 활용 용이성, 방법의 다양성, 깊이, 혜택을 강조하고 싶어서 좀 길게 기술했다. 마침 소감에서 H는 TRE는 생소하여 앞으로 더 많이 알아가야 할 듯하고, 에니어그램은 처음부터 신기하게 잘 맞아 즐거웠다며 깊은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이런 선호는 개인에 따라 다르고, 그 개인의 선호도도 때에 따라 또는 수련의 진전에 따라 바뀐다. 마치 박노해 시인의 ”인연 따라“라는 詩의 내용처럼 인연의 흐름을 따라 그 개인의 상태가 변하고 더불어 수용하는 내용도 달라진다.  

 

  이때 바뀌는 내용이 “인연에 내맡기는 삶(불교에서 말하는 시절인연을 이해하고 존중)”이어야지, 에고적인 집착이 관여하면 정체되거나 문제로 얽히게 된다. 인연에 내맡기는 삶은 간결하면서도 지복을 누리는 삶이지만, 에고적인 집착에 의한 삶은 스스로와는 물론 삶의 요소마다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고 평가하며 저항하고 대결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고 문제를 가중하며 급기야 소진에 이른다. 따라서 참과 거짓에 대한 식별력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민지 선생은 그간 힐다모델을 통한 자신과 가족의 수련에서부터, 이 콜라보 치유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내도록 꽤 여러 차례 TRE를 통한 수련을 해오고 있다. 그런 그녀는 할 때마다 알아차림이 있고 시야가 넓어짐의 경험을 나누며 그것들을 감사하고 기쁘게 수용했다. 또한 푸드아트테라피를 하거나 춤을 추는 것도 그때마다 새롭고 더 섬세한 알아차림이 있다고 한다. 이런 감각과 알아차림은 그녀의 타고난 잠재력이기도 하며, 수련을 통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민지선생은 이 치유프로젝트를 통한 수련 장소가 추워지기 전까지는 수수네숲이었다가, 추위 등 여러 사유가 겹쳐서 힐다의 웰니스학교로 바뀌니 공간의 차이로 새로운 느낌이었나 보다. 특별히 힐다의 웰니스학교는 그녀 자신이 공황장애로 너무 아팠을 때 와서 치유 받고 성장한 곳이기 때문에 이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안정되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녀는 이 콜라보 치유프로젝트에서 공동진행자이기도 하지만, 함께 하는 과정이 장기 수련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득림 선생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수수네숲에서 진행할 때는 치유 밥상을 담당하고 있어서 부분적으로만 참석하고, 전체적인 참석이 어려웠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힐다의 웰니스학교에서 진행한 덕에 전반적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스스로를 온전히 돌보는 즐거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 이 공부를 안 했다면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하고 살았을까에 대해 생각하면 무섭게까지 느껴진다고 한다. 천만다행인 것은 지금 이렇게 힐다모델을 만나서 공부하고 수련하고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고 행복이란다. 이렇게 하여 가족적인 인원으로 운영한 9회차 수련도 성공적으로 잘 마쳤다.   

 

  치유여정 10회차는 2022년 12월 13일에 역시 힐다의 웰니스학교에서 진행했다. 수수네숲에서 이 치유프로젝트를 운영할 때는 산꼭대기의 자연치유장을 주로 이용했었다. 이번 회차도 지난번처럼 추위가 이어지고 있고, 남은 수련도 동절기 동안은 힐다의 웰니스학교에서 운영해야 할 듯하다. 숲에 가지는 않지만 수수네숲에서 보내온 설경이 참 아름답고 정겹다. 

 

 

 

  10회차에 주로 다룬 내용은 관계형성(티타임, 미덕카드 묵상 및 나눔, 과정 참여에 대한 기대 나눔, 지난 회기 후의 삶의 경험 나눔), 치유체조 및 치유춤, 푸드아트테라피(맞이하기, 나의 치유를 위해 필요한 것), 치유밥상, 에니어그램 미니강의, 브레인스포팅, EFT(동영상 관람 및 넋두리 EFT), Q & A 등이다.

 

  매 회차의 진행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루어지므로 종일 담고 있는 이야기가 풍성하다. 그러나 이 연재칼럼에서는 제한된 지면으로 인하여 그중의 일부만 담아내는 것이다. 10회차를 다루는 이번 칼럼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제공하는 자료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매번 사전에 개략적인 자료를 준비하여 네이버 블로그(힐다의 웰니스학교)에 포스팅하고 참가자들에게 링크해 주어 언제든 열어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자료들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그중에서 이번 회차의 표지 이미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그 내용은 꽃꽂이 스타일이 정신 생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관한 것이다. 건국대학교 손기철 교수는 동양식 꽃꽂이와 서양식 꽃꽂이가 인간의 생리에 미치는 영향을 뇌파측정으로 비교해 동양식 꽃꽂이는 우반구를, 그리고 서양식 꽃꽂이는 좌반구를 활성화한다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실내식물 사람을 살린다』에 관련 연구 내용을 실었다. 두 가지 모양의 꽃꽂이를 별개로 감상하는 동안 뇌파를 측정했을 때, 동양식 꽃꽂이는 비언어적 인식, 통합적 기능, 문양인식, 예술적 기능 및 감정 기능에 연관이 많은 우반구의 활성화에 관련이 많았다. 그리고 서양식 꽃꽂이는 언어, 수학, 추상 능력, 논리적 인식 등 비감정적인 기능과 관련이 많은 좌반구의 활성화와 관련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손기철, 2014). 

 

 

 

  손기철 교수는 이러한 점에 대해 동양적인 것은 정(靜)적이고 정서적인 반면, 서양적인 것은 동(動)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이미지와 연관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아울러 재활을 위한 원예치료적인 접근으로 우반구가 손상된 환자에게는 동양식 꽃꽂이를 실시하고, 좌반구가 손상된 환자에게는 서양식 꽃꽂이를 실시할 것을 제안하였다.

 

  내가 손기철교수의 이런 연구 결과를 이번 회차의 링크자료 표지 화면에 실은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결에 마주치는 오감각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일상에서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함에 대해 우회적으로 강조하고자 함이다. 일찍이 발표된 Ivan Petrovich Pavlov의 고전적 조건형성이나 Stanley Keleman의 감정해부학, Peter Levine의 SE(Somatic Experiencing)관점 등을 고려해 보면 이에 대해 과학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힐다모델을 통한 수련의 지향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즉, 각 개인의 타고난 본질을 회복해 가기 위해 총체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잘 분별하여 섬세하게 알아차리는 것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Caroline Myss가 “우리의 마음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바뀌는 데는 조화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 바와 같이 균형과 조화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이러한 지향이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전해진다면 수련의 질을 높여가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로 다른 수련팀(숲사랑팀)에서 수련하고 있는 물리치료사 K는 자신의 전문 영역과 관련 있는 한 연수를 받으며 힐다모델의 과학적타당성을 확인한 경험을 내게 들려준 적이 있다. 그는 힐다모델을 통한 수련 과정에서 나로부터 해당 내용을 미니강의로 들을 때도 귀가 크게 열리는 경험이었는데 자신이 받는 연수에서 다시 한번 그 내용을 듣고 확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랍고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것을 알게 된 것이 참 감사했단다. 

 

  그는 평소에도 힐다모델을 예찬하였지만, 그 연수를 통해 그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고 신나게 자신의 연수 경험을 내게 들려주었다. 그는 교수님(나를 지칭하는 것)께서 그동안 미니강의를 해주실 때마다 신기하였고 통찰이 많이 일어났었지만, 그런 내용을 다른 연수 과정에서 다시 들었을 때 이미 힐다 모델을 통한 수련에서 접한 것이어서 더욱 친숙하게 다가와 반가웠다고 한다. K는 힐다모델 속의 여러 치유 방편을 통해 수련하며 많은 치유와 성장이 일어나고 있다고 그 스스로 평가하곤 한다. 

 

  그는 가족 수련을 위해 가족과 함께 주기적으로 힐다의 웰니스학교를 찾았을 때 스스로 정성 들여 수련한 덕에 체험한 치유와 성장 스토리, 수련 과정에서 익힌 것을 자신의 물리치료실을 찾는 환자들에게 적용하여 매우 큰 효과를 본 증례 등을 여러 차례 들려주기도 했었다. K는 아직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임에도, 그를 찾는 다양한 통증 환자가 제법 많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진정으로 환자의 치료와 치유를 생각하며 공부하고, 수련하여 환자를 치료해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나는 K가 꾸준한 수련으로 더 큰 통합을 지향하고 또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물리치료를 사랑하며 소명과 사명 의식으로 나아간다면, 앞으로 물리치료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 K는 Wayne Jonas가 그의 책 “환자주도 치유전략”에서 강조한 HOPE(Healing -Oriented Practices and Environments) 진료(최상의 치유를 위해 환자의 내면 차원, 대인관계 차원, 행동차원, 외부차원을 살펴 치유 과정에서 타고난 치유 잠재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둠)처럼 환자의 더 나은 삶에 관심을 둔다. 

 

  Wayne Jonas는 현대의학이 질병에 관심을 가질 뿐 환자의 더 나은 삶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일갈한다. 그는 현대의학의 관점을 고수하는 의사들의 SOAP(Subjective, Objective Assessment Plan) 진료(의사가 일반적으로 작성하는 진료기록부)의 현실을 경계한다. 대신에 HOPE진료를 지향한다. 나는 Wayne Jonas처럼 의사는 아니지만 힐다모델의 지향도 HOPE와 닮아있다. 물리치료사 K도 그래서 힐다모델을 예찬하는 것이리라. 환자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물리치료사 K의 지향을 지지하며 응원한다.

 

  한편,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힐다모델을 주먹구구식으로 구성한 게 아니다. 1만 여권의 독서, 수십 개의 상담·교육·치유·명상·영성 관련 전문 연수 및 자격취득, 동서양의 지혜에 대한 꾸준한 공부와 수련, 세계 여러 곳의 치유 관련 장소 견학, 30여 년 이상 자신 및 타인(내담자, 학생, 교육수강생)에게 관련 내용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얻은 수많은 증례, 수십 년 동안 관련 경력을 쌓아오며 경험적으로 터득한 것, 삶의 경험치 등을 통합적으로 반영하여 구축한 것이다. 

 

  힐다모델은 오랜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쳐 2018년 처음 NLP와 인간의 심리를 공부하고 삶에서의 실천 및 활용 영역의 확대를 도모하는 한 연구회(한국NLP교육상담연구회)에 발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2019년에 한국에니어그램학회에서 기조강연[주제: 에니어그램의 비전과 소통 - 통합상담 및 힐링모델을 중심으로]으로 학회원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주 내용은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기반으로 하는 다학제적 관점의 통합상담 및 힐링모델”이며, 지금은 나의 연구 및 삶의 지향이자 애칭인 “힐다모델”로 부르게 되었다. 

 

  이것은 한 연구자인 나의 생애 약 2/3 기간 동안 공들여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나의 삶과 또는 이러한 것을 찾는 사람들에게 전하며 구현하고자 한 것들을 담아낸 것이다. 즉, 한 연구자가 지향하는 삶에 대한 에니어그램의 비전과 소통이다. 일편단심 잘 살아내려는 정성을 담아온 생애이기에 이런 내 개인의 경험이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사랑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으로 실현하려는 사람들에게 미약하게나마 참조할 만한 정보가 되기를 소망한다. 

 

  사실 한국에니어그램학회 발표가 있기 3년 전부터 해마다 학회장으로부터 기조 강연의 의뢰가 있었다. 그때는 나의 주 관심 분야에 대한 관련 경력 30년 즈음으로 힐다모델을 갓 구축하여 더 공고히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여타의 다른 일들(힐다모델과 깊은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는 외부 강의, 각종 학회나 위원회의 임원 활동, 학회나 다른 대학의 논문심사 등)은 10년 전부터 줄여오던 터였다. 그렇기에 꼭 힐다모델로 발표하고 싶어서 매번 양해를 구해온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학회에 발표함으로써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내딛고 있는 힐다모델은 크고 화려함보다는 다소 소박하더라도 온전함의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최대한 순리를 따르며 거북이처럼 천천히 보다 깊고 섬세하게 살피고 교류하며 성장과 치유를 지향해 간다. 

 

  많이 회자하는 아프리카 속담,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를 좋아하며 기회 있을 때마다 언급한다. 한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발달하려면 부모의 사랑이 담긴 양육은 기본이고, 학교·이웃·생활 주변 환경·공공기관 등이 음으로 양으로 공여자가 된다. 그뿐이랴? 온 자연과 우주가 함께 한다. 누군가 어떤 일을 구안하고 성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다. 힐다모델의 구축 과정에도 여러 고마운 인연들이 있었다. 

 

  특별히 한국에니어그램교육연구소에서 연구개발국장을 역임하는 과정에서 공동연구로 참여하며 개발했던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기반으로 하는 진로지도, 자기주도학습, 코칭, 힐링 과정 등이 큰 자양분이 되었다. 윤운성 회장을 비롯하여 김새한별 국장, 직원들, 전임교수들과 함께 한 수많은 회의, 친목 도모 교류, 학술연구와 발표 및 피드백 등 모든 것이 연구 성과의 곳곳에 배어 있다. 우리는 서로의 건강과 각자 하는 일의 발전을 진심으로 축원하는 감사한 인연이다. 

 

  우리는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공부하고 그것을 교육 등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은 사람과 나눈다. 더불어 그 지혜대로 삶을 영위하고자 필요한 내용을 훈습 해 가는 공통 분모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각자 또는 때로 같이 모여서 자신의 무의식에서 스스로를 휘감고 있는 두려움과 연결된 성격적 에너지를 통찰한다. 통찰을 통해 얻은 무의식에 억압된 자신의 분노, 불안, 시기심 등의 감정을 인정하고 훈습 과정을 거치며 통합해 간다. 

 

  살아오면서 의식적으로 또는 부지불식간에 억압한 무의식적인 요소들을 의식화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중에서 무의식의 칙칙하고, 무거우며, 누군가에게 투사하는 것들을 비어내면 자신이나 상대의 감정을 순수하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 여정이 만만치 않다. 우리의 무의식에는 자신이 태어난 이래의 경험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Jung이 말하는 집단 무의식, Bowen의 다세대 전수, 가족 세우기, 까르마, 후성유전학, 사회역학 등의 관점을 고려하자면 그 내용이 너무나 방대하고 세대를 뛰어넘은 깊이의 어떤 면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요즘 젊은 세대의 불안도 수많은 원인이 작용할 것이지만, 그중의 하나는 불안한 유년기를 보낸 그들 부모의 자아 속에 내면화된 감정, 또는 그 부모의 부모인 조부모의 그것이 세대 전이된 것일 수도 있다. 즉, 자신은 그 개인의 생애에서 별다른 트라우마가 없을지라도 불안한 부모가 있다면 그것이 세대 전이된 결과일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은 시스템사고에 입각하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임기응변책이 된다.  

 

  에니어그램의 지혜는 이러한 현실에서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에니어그램에서 말하는 성격유형에 따라 다양하게 드러나는 방어적인 모습들이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유형은 충고하기를 좋아하거나 끊임없이 탐색하고 해석과 판단을 내리는 것이 스스로의 불안을 방어하는 양상임을 자각해야 한다. 그 내용들을 잘 들여다보면 사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데, 불안으로 인하여 상대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어려서 생존법으로 터득한 것들이 성격 강화의 요소로 작용한다면 과감히 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본질 회복에 필요함에도 하지 않던 일은 하기를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적절하지 않은 것들과 밀착된 것으로부터 분리와 분화의 시간을 갖는다. 에니어그램의 지혜로 그것이 무엇인지를 분별한다. 이것들에 대해서는 식사용(식별·사랑·용서)으로 이미 안내한 바 있다. 원하는 것은 얻기 위해서는 얻을 수 있는 온전한 존재의 상태를 갖추어야 한다. 온전한 존재의 상태로부터 멀어져 있다면, 그것을 갖추기 위해 에니어그램 지혜의 가르침대로 훈습(수련)할 수 있으며, 정성을 들인 만큼 얻을 수 있다. 

 

  이것은 농부들이 농사를 짓고 수확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한 농부가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는 것은 지난 겨울, 봄, 여름에 들인 정성을 포함하여, 그 이전에 갖추어진 땅이나 햇빛 등 자연적인 조건 등과 관련이 깊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詩)도 같은 맥락에서 자주 인용한다. 그 근본은 자연의 순리를 수용하고 따르는 것이다. 참고로 불교 수행 과정은 경전 공부 10년, 참선 수행 10년, 만행(萬行) 10년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이런 과정은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통찰과 훈습의 여정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에니어그램 지혜가 완전히 자신의 자아와 통합할 수 있도록 점진적이고 정교하게 탐색하고 몸에 배도록 사고·감정·행동의 변화를 훈련해 가는 것도 유사한 여정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온전히 체화하여 가장 자기답게 지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힐다모델을 통한 여러 수련 방편은 그것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놀듯이 수련하며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구안한 것이다.  -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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