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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윤운성) 글쓴이 : KEEC   2012-08-27 11:26
“지금 여기의 진실 외면한채 허상과 욕망 좇고 있지 않은가”






한국 불교·승단 비판 '‥부처를 죽여라' 낸 도법스님
1일 전북 남원 지리산 자락. 3월부터 바랑 하나 메고 지리산과 제주도, 부산을 거쳐 경남에서 메말라가는 ‘생명평화’를 길러내고 있는 탁발순례자 도법 스님이 잠시 거처인 실상사에 돌아와 한국 불교를 향해 죽비를 내려쳤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아름다운 인연 펴냄). 그는 한국 불교와 승단에 던지는 절절한 신앙고백서를 냈다. 1990년대 초 청정불교운동을 위한 불교결사체인 선우도량을 결성해 ‘제대로 된 불교란 무엇인가’를 탐구해 온 결과물이다.

“냉정하게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자. 우리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버리며 살고 있는가. 맛있는 음식, 편리한 생활, 감각적인 즐거움 등 탐욕에 자신을 맡겨 놓고 있지는 않은가.”

스님들을 향한 그의 일갈엔 타협이 없다. 스스로 ‘막가파’라고 한다.

“붓다 당시의 불교를 공부하면 할수록 현재 승단이 불교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붓다는 바로 지금 여기의 구체적 삶 속에서 진리를 구현하도록 했지만, 한국 불교에선 내면의 무엇이나 근본 뿌리를 찾아야만 하는 것으로 여기고 끊임없이 거기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붓다가 향락과 고행을 스스로 버리고 택한 중도는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와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지금 여기’를 도외시한 채 허상과 욕망만을 쫓는 관념에 대한 일갈이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다.

실상사에서 주지의 ‘권위’를 벗고, 붓다의 삶에 다가서기 위해 농장과 귀농학교, 작은 학교를 꾸리고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매사를 논의하는 사부대중 공동체를 가꾼 실천가이기에 그의 말이 공허할 수 없다.

도법 스님은 승단만이 아니라 탁발 순례중에도 답답함이 밀려든다고 했다.

“온갖 계층들이 경제타령뿐이다. 가난한 사람만이 아니다. ‘저 정도면 쓰는 게 넘쳐난다’고 싶은 사람들조차 ‘부족해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오직 부자 되고, 경쟁에 이기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는 환상 속에 매몰돼 가는 현실에도 그는 가차없이 죽비를 친다. 허상을 벗고 실상을 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