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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글쓴이 : KEEC   2015-05-20 13:41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Vis ta vie

네 인생을 살아!



- 전임교수 소희정 -





2살 무렵 부모를 여읜 폴은 말을 잃은 채 두 이모와 함께 산다. 이모들은 폴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만들려고 했지만 번 번이 콩쿨대회에 입상하지 못한다. 33세인 폴은 피아노 실력이외 대부분의 것들에는 미숙한 어린아이의 상태에 멈춰있 고, 그의 생활반경은 집과 두 이모들이 운영하는 댄스교습소, 정원 산책 정도가 전부이다. 그는 분명히 살아 움직이지만두 이모의 자동인형 같은 느낌이다. 눈빛 역시 한없이 깊고 슬프고 아름답지만 감정이 없는 듯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폴에게 단 하나 좋은 것은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엄마에 대한 그의 기억이다. 어릴 적 희미한 기억으로부터 비롯된 아빠에 대한 공포심으로 인해 사진 속 아빠를 재단해 분리해버리는 행위로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아빠에 대한 복수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이 살던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망가지면서 그의 인생에 큰 변화가 생긴다. 우연히 이웃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한 폴은 그녀가 키우는 작물을 먹고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떠올리게 되면서 매주 목요일마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여행을 한다.

정신분석의 거장인 ‘멜라니 클라인’은 아이들은 엄마와 주변의 사람들을 ‘환상(phantasy)’을 통해 구성하고, 그 무의식적 환상을 통해 전체 세계와 관계한다고 하였다. 아이는 어떤 것도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 보이지 않고, 지각을 구조화하고, 윤색하고, 중요성을 더하며 무의식적 환상을 모든 지각에 부착하는 방법으로 세계를 인식한다고 하였는데, 영화의 섬세한 장치들과 색채는 헐리우드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특히 폴의 기억 속 장면은 과장된 동화 속 한 장면 같기도 한데 이 장면들은 성인이 된 시점으로는 기억해내기 힘든 폴의 무의식적 환상(Phatnasy)을 보여주는 듯하다.

감독 실뱅 쇼메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많은 부분들을 영화에 담아낸다. 아마 프루스트의 열렬한 팬이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폴은 마담 프루스트가 준 이상한 차와 마들렌을 먹으면서 무의식속 봉인된 기억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모들로부터 왜곡된 아버지에 대한 기억, 자신이 억압해온 고통스러운 진실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점차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프로이트는 ‘이드가 있는 곳에 에고가 있게 하라‘ 라는 말로 정신분석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를 말하고 있다. 폴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 내었고, 바라보았으며, 화해하고 인정하는 작업을 통해 비로소 성숙한 어른의 자아로 다시 태
어날 수 있었다. 기억을 찾고 사진속의 아버지를 엄마와 자신의 옆으로 다시 복귀시키는 상징적인 작업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기억은 주인 스스로 왜곡시킨다.
도저히 간직할 수 없는 기억들은 억압해버린다.

하지만 왜곡하고 억압해버린다고 지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치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바위를 산꼭대기로 굴려 올리지만 그 무게로 인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반복재생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용기있게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구원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폴이 두 살 때 미처 말하지 못했던 “pa pa”라는 말을 자신에 아이에게 되뇌이는 것으로 끝났지만
이제 공허한 눈빛에 감정을 담고 매순간 행복을 느끼며 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기

- 당신을 과거로 돌려보낼 만한 오래된 소품들이 있습니까?
- 당신이 기억하고 싶은 혹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는 무엇인가요?
- 영화에서는 2살 때 폴의 시점이 종종 등장합니다. 만약 당신이 감독이라면 2살짜리가 보는
세상은 어떻게 그려내고 싶은가요?
- 당신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