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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 글 / 전임교수 소희정 글쓴이 : KEEC   2015-08-13 15:17

블랙스완

- 글 / 전임교수 소희정



“Perfection is not just about control. It’s also about letting go.”
완벽함이란 통제하는 것만이 아니야, 흘러가게 두는 것이기도 해.

“The only person standing in your way is you. It’s time to let it go, Lose yourself!”
네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너야. 이제 보내야 할때야. 너를 편안하게 해줘


완벽함을 꿈꾸는 발레리나의 이야기를 다룬 ‘블랙스완’
뉴욕 발레단의 발레리나 니나 세이어스는 어머니 에리카와 둘이서 살고 있다. 발레단의 단장인 토마스 르로이는 ‘백
조의호수’를 새롭게 재해석하려한다. 이때 니나에게 ‘백조만 뽑을거면 너를 뽑을 것’이라고 니나에게 말하며 그녀의
흑조 연기를 탐탁해 하지 않는다. 니나를 낳으면서 발레를 포기한 어머니의 대리욕망인 니나는 흑조의 역할이 쉽지
가 않다. 백조의 여왕으로 새롭게 프리마돈나가 된 니나는 자신의 단점인 흑조 연기가 잘 되지 않아 고통스러워한다.
공연을 앞두고 밀려오는 긴장감과 강박은 점점 중압감으로 엄습해오고 급기야 환각 경험까지 하는 발레리나(니나)의 내면과 심리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영화이다.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 ‘검은 고양이’, 한국의 공포 영화 ‘검은 집’, 스티븐 킹의 소설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다크
타워’ 등에 나오는 블랙, 이 블랙을 프로이트는 ‘무의식’, 라캉은 ‘미분화된 그림자 자아’로 표현을 하기도 한다.
분석 심리학의 거장인 칼 융은 인간의 내면은 자아의 전쟁터라 하면서 프로이트와 달리 사람은 태어나 외부와
의 관계 속에서 무수한 자아를 만들어낸다고 하였다. 특히 그중에서도 “마음의 상처와 억압, 선택받지 못한 경
험, 접었던 꿈과 재능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억눌려 왔던 것들의 집합체, 질투 선망 열등감 분노 같은 부정적
정서와 연관된 기억들은 내면의 저 깊은 곳, 무의식 속에 웅크리고 있다”라고 하면서 이를 ‘그림자 자아‘ 라고
하였다. 사람들이 이 그림자와 잘 사귀지 못할 때 억압된 자아가 파괴적이거나 충동적 일탈로 나타나게 되는데
분석심리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니나의 자아 역시 건강하고 순결한 의식적 자아의 영역인 백조와 흑조가 서로
조화되지 못하고 분열되어 버린 것이다.
흑조는 위축된 “힘에의 의지”가 숨겨진 과도하게 억압된 공격성과 성 욕동 그리고 유아적 불안과 상처들이 현실
안에서 건강하게 분출되지 못하고 주관적인 환상 속에서 방어적으로 분리해낸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머니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받아들이면서 진정한 자기를 잃어버리게 되고 은폐적 가면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시선돌리기 : 영화에서 나의 삶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자신의 일부라고 간주하는 특성들이 있다. 그것을 자기개념이라고 하는데 자기 개념 조차도
타인의 수용이나 인정을 위해 내사화된 조절을 통해 자신이 아닌 것을 자신으로 여기고 살고 있다. 자신 스스
로 조차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수용하는 법을 잘 모른 채 현실을 왜곡하고 부정하며 불안과 고통을 묵묵히 견
뎌내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타자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그 사람의 자율성을 보장해주지 않은 채 자신의 영향력 안에 두
려하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지배하려한다.

아래의 질문은 자신에게 던져보자.
• 나는 꽤 수용적인 사람이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 나는 자신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주치는 모든 타인들을 “존재자체로,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바라볼 수
있는 참을성“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