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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글 / 전임교수 소희정 글쓴이 : KEEC   2015-08-13 15:21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꽃이고 나뭇잎이고
다 사람과 똑같아요.
저 나뭇잎도 봄이 되면 피어서
여름 내내 비 맞고 잘 살다가
가을에 서리가 내리면
그만 떨어진단 말이야.
사람도 그것과 한가지래요.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중에서-




76년 동안 해로(偕老)하다 98세에 타계한 할아버지와 89세 할머니인 노부부의 사랑과 사별을 사실 그대로 담은 진영모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개봉18일째인 지난 14일까지 누적 관객이 105만7000여 명에 이르렀다. 상업적인 극영화의 1000만 명보다 더 많은 것으로 치는 ‘독립영화 100만 관객’을 최단기간에 돌파하는 등 새 기록을 여럿 세웠다. 2011년 KBS TV ‘인간극장 - 백발의 연인’에 소개될 당시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공무도하가’ 한 대목을 제목으로 내세운 영화는 청·장·노년층을 막론하고 감동에 젖게 하고 있다.

첫 눈에 반했다거나 한 순간에 불이 붙었다거나 하는 사랑에도 지독한 사랑을 했다라고 말을 한다. 햇수가 중요하지는 않겠지만 76년 기나긴 세월을 함께 했던 이들은 정말 죽을 때까지 지독히도 사랑을 했구나. 라고 느껴진다.

기나긴 여정을 함께 보내오면서 커플 한복을 나란히 입고, 어디든 손을 잡고 다니며, 꽃을 꽂아주며 예쁘네요. 를 연발한다. 서로에게 낙엽을 뿌리는 장난기 어린 모습은 유년시절 소꿉놀이 친구처럼,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뜬 연인들처럼 너무나 아름다운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화장실 가기가 무섭다는 할머니 곁에 보초를 서며 노래를 불러주기까지 하는 모습에서는 서로를 향한 아름다운 애정이 묻어난다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영화가 치유적이라면 그것은 그토록 담담하게 삶과 죽음의 전 과정을 관조하는 감독의 카메라와 두 분 삶의 진정성과 원형성 덕분일 것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 앞의 강, 강물이 흐르는 횡성 마을의 그 강은 어쩌면 인간의 실존적 상태에 대한 또 하나의 상징으로 발현 될 수 있다.
영화 은교에서 노 교수는 늙음에 대한 실존적 상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 듯 나의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라고…

여기서 풍겨 나오는 느낌은 젊음을 결핍이라고 느낀 노년의 서글픈 욕망이라면 두 노인의 삶은 구상시인의 것과 더 닿아있다.
긴 삶에서 자신의 동반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늙어간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허망하고 덧없는 한 여름 밤의 꿈같은 인생을 함께 보내고, 기댈 곳 없는 이 모진 세상살이를 함께 버티며, 의미 없어 보이지만 주거니 받거니 말을 건넬 동반자가 곁에 있다는 것이 커다란 축복이라는 것도 우리는 안다.
사랑할 사람이 있는 한, 사랑의 기억이 있는 한! 우리 마음속에는 언제나 아련한 봄과 뜨거운 사랑의 여름이 숨겨져 있지 않 을까싶다. 또한 그 힘으로 가을과 겨울을 버텨나가고 인생의 새 봄을 맞이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보기>
▷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아껴주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렇다면 이 삶속에서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 ‘부부는 살아서는 같은 방을 쓰고(생즉동실), 죽어서는 같은 무덤을 쓴다.(
사직동혈)’라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이 말을 받아들이고 계신가요?
▷ 아주 가까운 사람의 실존적 부재를 겪어보신 적이 있는지요? 그 사람이 떠
오르실 때면 당신은 어떻게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