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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 글 / 전임교수 소희정 글쓴이 : KEEC   2015-10-15 09:35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실스마리아


글 소희정 전임교수


자연의 순리,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아니라고 고개를 도리도리 돌려도 바람 한 점, 유유히흐르는 구름조차 막을 도리는 없 듯 우리네 나이 들어감 또한 인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함을 실제와 허구 사이를 교차하며보여주는 영화이다.


‘발렌틴’
어린 나이임에도 사람의 내면을 바라보는 힘과 통찰력이 있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여자 ‘발렌틴’ 과거 ‘말로야 스네이크’에 그대로 머물고 싶어 하는 ‘마리아’에게 잔인하고 다른 사람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시그리드’보다는 인간미가 넘치는 ‘헬레나’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조언도 아낌없이 해줄 뿐만 아니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나간다. 이 둘은 강에서 스스럼없이 수영을 하고, 대본 연습을 하는 모습에서는 친밀한 사이로만 보이지만 남자를 만나러가는 발렌틴의 뒷모습을 보기 위해 계단을 뛰어올라가거나 데이트를 마치고 잠이 든 발렌틴을 훔쳐보는 건 ‘감정적 전이’ 또는 ‘전이 사랑’ 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리아’
젊은 여배우에게 자신의 역할을 빼앗기고 동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중년의 톱 여배우인 ‘마리아’ 그녀는 과거 20년 전 연극 ‘말로야 스네이크’ 에서 상사였던 ‘헬레나’를 유혹해 자살로 몰고 가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연기를 통해 큰 인기를 얻게 되는데 다시 리메이크 되는 과정에서는 과거의 ‘마리아’가 아닌 ‘시그리드’의 유혹에 넘어가는 나이 든 상사 ‘헬레나’역(헬레나 역을 연기했던 수잔은 자살을 함)을 맡게 되지만 영원히 시그리드로 남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어쩌면 극중 ‘헬레나’는 ‘마리아’ 자신일지 모른다. 연기자로서 여전히 정상에 있어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젊음과 아름다움이 무색해지고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갈등하는 모습은 삶을 살아가는 여정 곳곳에서 녹아있기에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마주해야하는 고통에 몸부림이 아닌가싶다.
숨을 딱 멎게 하는 [말로야 스네이크]이며 영화 제목인 [실스마리아의 구름]에서 구름은 은유적 장치인데, 이 거대한 구름덩어리가 뱀의 형상을 띠고 있다고 해서 스네이크라고 불리는데 독일철학자 ‘니체’의 말을 인용하면 그 광활하고 압도적인 자연 앞에서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으려는 결연한 인간의 의지를 쏟아내는 것 같다고 하였다.

또한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장면은 발렌틴이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르는 자욱한 도로를 폭주하듯 운전을 하다 고통스런 표정으로 차를 멈추고 구토를 하는데 심리적으로 바라본다면 구토는 어떤 것에 대한 역겨움, 극도의
강한 거부를 나타내고 인물과 실제 간의 미묘한 혼돈을 영화적으로 풀어낸 것이 아닌가 한다. 오리무중 같은 미로 속을 빠져나오는 발렌틴의 모습에서 역할들에게 귀속되지 않으려는 안간힘 같은 것 처럼 말이다.
영화 말미에 ‘죠엔’에게 자신의 의견대로 해주길 바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내가

왜 그래야하죠?”라는 시크한 대답을 듣고 ‘마리아’는 멍한 상태로 얼버무리는 모습이 있다. 어쩌면 ‘마리아’는 자신이 ‘헬레나’를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 동안 겪은 경험들에 대한 통찰을 하지 않았나 싶다.
질투는 자신이 소유한 것을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것이고 시기는 타인이 소유한 것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고, 경쟁은 자신이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얻기 위해 마음의 적과 싸우는 감정이라고 했듯이 ‘마리아’는 연극을 하기로 하면서 이 감정들과 직면하지 않을까 싶다.

질투와 시기가 감정적 공황상태를 불러일으키고 난폭성과 편집증을 띄게 되면어려운 상황이 도래하겠지만 이러한 감정들은 인간이 갖는 자연스러운 감정들이 아닌가 싶다.

질투나 시기의 감정은 꽤 강렬한 감정이다. 영화 내내 발렌틴에게 분통을 터트리고 결정을 번복하려고도 하는 마리아의 모습이 있었지만 자신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 인정하고 싶지 않는 모습에 직면하며 맞서 통찰이 이루어진 모습이 꽤 성숙한 인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데 있다.



생각해보기
▶ 영화 속에 등장한 인물 중에서 누구와 가장 동일시 되었고 가장 여운이 남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요?
▶ 만약 영화감독이 되어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스토리의 영화를 만들고 싶나요?
▶ 당신이 평소에 자주 느끼는 감정은 무엇이며 전혀 보여주지 않는 감정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