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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축지법 (조오숙) 글쓴이 : KEEC   2012-08-27 13:37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노래한 시인도 있었더랬다.

삶은 나를 속인 것일까?

나를 속였다.......?

그럼 나는 속은 것인가!

"떼찌!"

내가 이마를 문기둥에 부딪치면 엄마는 문기둥을 슬쩍 때리면서 나를 옹호해주는 말을 하고 빠끔히 부풀어 오르는 이

마를 살살 쓰다듬으며 “누~가 그랬어?” 하고 당장 때려줄 듯이 내 역성을 들어주셨다.

아무리 어렸어도 나는 알고 있었다. 잘못은 나에게 있었다는 것을.

그래도 엄마가 내 편이 되어주니까 엄마가 쳐주는 호통 속에서 이마가 아파도 참을 수 있었다.

~12월에 들어서니 어느새 송년의 분위기이다.

올해는 굵직굵직한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나도!

.......실없다.
마음도 제법 쓰리다.

모태에서부터 나와 함께 해주시는 하나님이 아니 계셨다면, 내 옆에 엄마 호통 같은 에니어그램이 있어주지 않았다

면, 나는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늘 하나님의 선하신 근영이 내안의 진피층이시라면 에니어그램은 나를 보호해주는 외피요, 힘들어도 웃을 수 있는 방

법을 가르쳐주는 지혜의 청사진이었다.

어제 모임에서 어떤 이가 내 올해 나이에 삼재(-불길한 運星의 하나-)가 들었다고 했다. 아하, 그래서였나보다.......

에니어그램은 멀고 힘든 삶의 여정을 힘들지 않게 해줄 뿐 아니라, 가야할 먼 길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통찰해주니

가히 삶의 축지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2004. 12月初 某日


내가 나에게 밀담을 해봅니다.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선뜻 다가와 손을 내밉니다.
이제는 조석으로 따뜻함이 그립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도 가을을 타나봅니다.
낮에는 청명하여 갓 따놓은 빨간 고추도 바싹 말릴 정도로 따끈한 볕이 될 수 있지만 어둠이 서린 시간에는 맑은 눈물이 덩어리가 되어 울컥 치받쳐옵니다.
그건 제가 이루고자 한 일이 아니되어서도 아니고, 다만 그 일을 막으려는 과정의 어떤 이가 말할 수 없이 나를 오해하고, 뿐 만 아니라 그 오해를 거름없이 드러내보인 것에 대한 자존심의 부끄러움 때문에 오는 오뇌일 듯 합니다.
그 일을 전해들었을 때, 얼른 생각난 것은 하나님께서 뜻을 전하실 때 그럼 어떻게 하시겠는가? 아, 하나님의 전달 사항이로구나....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예비하시는 길이 아님을 얼른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 저의 인격을 위해 싸워주는 귀한 분도 만났습니다.
또한 저의 말씀을 귀기울여 들어주시고 깔끔하게 생각을 정리할 줄 앎을 격려해주시는 분도 뵈었습니다.
조석으로 마음은 젖어들기도 하지만, 그냥 아무 일도 없이 나날이 진행되는 것보다는 더 맛깔스러운 삶의 갈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인간에게 말씀을 전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의 하나일런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껏 영성으로의 다가감을 체험합니다.
감히 생각하건대, 제가 그 어떤 이를 미운 마음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용서할 수 있는 - 것은 하나님께서는 예수님 곁에도 가롯유다를 설정하실 수 밖에 없었고 가롯유다를 배역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인간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나를 변호하기 위한 어떤 모양도 취하지 않아요.
전체를 통찰하건대, 그냥 정해진 배역이었습니다.
기도하건대는 잘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입니다.
이만 총총......... "
* * * * * * *
4번의 인위적 승화일른지요......
오늘 여명이 오는 이 시각에 문득 물감을 풀어 그려놓았던 십일월의 수채화를 올려놓습니다.
아, 허허로운 忘年의 몸짓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