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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집착 (KEEC) 글쓴이 : KEEC   2012-08-27 13:41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집착

이 지구 여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갖기 위해서 우리는 여러가지 직업을
가져야 하고 결혼이라는 것도 하게 된다. 물론 독신 생활을 고집하는 괴팍한(?)
여행자들도 있긴 하지만,그리고 또 결혼을 통해 새로운 꼬마 여행자가 이 지구에
도착한다. 그런데 여행자는 갈수록 많아지고 직업을 얻기가 힘들어졌다.

말하자면 여행은 둘째치고 생존 그 자체가 힘들어진것이다.

그리하여 차츰 우리는 우리가 여행자라는 사실을 잊고 생존 그자체에 몰두하게
되었다.생존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더 많은 재산을 모으는데 열중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아프리카의 밀림속으로 여행을 가는것과 같다.
그곳의 생활을 체험하기 위하여 우리는 밀림속 토인의 복장을 하고 그들의 언어를
습득한다.토인과 어울려서 창을 들고 괴성을 지르며 밀림속을 뛰어다니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즐거운 일이다. 아름다운 원주민 여자와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기도 한다.

그러면서 차츰 우리는 자신이 본래 아프리카 토인이 아니라 동양에서 간 여행자라는
사실을 잊는 것이다.곧 여행이 끝나고 비행기 표가 무효가 되기 전에 그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그리하여 어떤자는 추장이 되려고 권력 다툼을 벌이고,더 많은 토지를
소유하려고 사기를 치며,또 어떤자는 보이지 않는 밀림의 신에 대한 학설을 만들어
다른 토인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우리는 떠나게 되어있다.우리는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이 지구별에서는 우리가 얻은 어떤 물질도,어떤 명성도 영원한 것일수 없도록
규칙이 정해져 있다.또한 떠날때는 그 모든것을 놓고 빈손으로 가야 한다.
가혹한 규칙이 아닐수 없다.그러나 규칙은 규칙이다.

그리고 이 우주의 더욱 가혹한 규칙은,만일 우리가 여행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여행지에
집착한다면 그 집착이 사라질때까지 언제까지나 다시 그 장소에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그래서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다시 또다시 태어나 똑같이 아프리카 토인들과 괴성을 지르며 줄달음질
치는 흉내를 내야만 한다는 것을.신나는 경험은 한번으로 족하다.

그것은 국민학교 과정울 마치지 못하면 계속해서 낙제를 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때 그 여행은 고통스런 것일수 밖에 없다.



* 류시화 산문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