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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으로 본 다문화세상
- 비범한 수학자의 유쾌한 외도 -
윤운성 우준택 조윤정 공저 (사)한국다문화복지협회 편
출판사 양서원
감수의 글
아름다운 다문화세상과 에니어그램의 본질적 사회를 위하여
이 책은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이 에니어그램의 지혜로 녹아있는 체험적인 이야기이다. 그래서 더욱 삶의 향기가 나고 더욱 맛깔스럽다. 특별히 이 책의 저자들은 본인이 설립한 한국에니어그램교육연구소(이하 연구소)의 한국형 에니어그램을 수강하면서 스스로 자신들을 관찰하고, 서로를 이해하여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들은 연구소에서 함께 교육받고 한국형 에니어그램 전문강사 자격을 취득한 한국형 에니어그램 전문가들이다. 한국형 에니어그램 전문강사는 연구소의 모든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체험적인 보고서를 제출하여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에게 자격이 취득된다. 그리고 그들은 연구소 소속강사로 활동하게 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600여 명의 전문강사들이 한국형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보급하고 있다.
저자와의 첫 만남은 정기가 깃들인 흑성산 자락의 4단계 워크숍으로 기억된다. 색안경을 쓰고 오른쪽 맨 앞에 앉아 메모하고 경청하는 태도는 그 당시에도 비범한 수학자(修學者)로 다가왔다. 그 후 수학을 전공한 수학자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책의 제목에 있는 대로 그의 전공이 대수학자(代數學者)인 것은 책을 통해서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그의 학문적 통합의 노력과 삶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적이고 사색적인 시각은 가히 비범한 대수학자로서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에니어그램의 심리적 역동성을 시물레이션을 통해 수리적으로 해석하고 통합하는 대수학자로서의 고민과 발견적 기쁨을 우리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대수학자의 수많은 낙서는 삶과 함께 하면서 느끼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문득 어느 날 일어나보니 내 주변이 모두 노란색이었다’는 글을 읽으면서 밝은 희망과 광명의 세상으로 나오기까지의 고통을 깨닫는 순간에 기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아내의 별칭인 ‘작은거인’은 늘 개혁과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평화를 사랑하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면서 부하직원들로부터 얻은 영광된 호칭이다. 그녀는 본 연구소의 에니어그램과정을 이수하면서 삶의 기반인 가정에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실천해 온 실천가이다. 사색가인 남편과의 건강한 관계를 통해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뿌리내리고, 남편의 해박한 전공을 행동으로 녹여 낸 평화의 중재자이기도 하다. 워크숍 중에 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질문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중재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던 기억이 난다. 가족은 물론 다문화의 현실적 삶을 직시하여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그녀의 리더십은 영화 ‘자이언트’의 주인공을 연상하게 한다. 평화의 사도자 ‘작은거인’의 동반자인 남편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은 함께 가야 할 정상을 위해 내조의 여왕이 되고 있다. 또한 그녀의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랑을 지키는 것’이라고 하면서 언제나 ‘첫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의 한결같은 사랑의 낙서는 탁월한 중재자의 인내와 노력이 엿보이기도 한다.
다문화상담 및 교육을 통해 펼쳐진 주옥같은 아름다운 기록들은 ‘지금과 여기’를 느끼게 하고, 실천하는 귀중한 에니어그램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두 저자가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깨닫고 실천하기 위해 에니어그램의 자료들을 정리하고 발견하려는 학문적 태도도 매우 가슴에 다가온다. 다문화상담 및 교육, 그리고 복지의 개념의 틀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다문화 무지개 친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문화 교육과정의 운영과 체험적인 상담사례들은 저자들에게도 보람과 환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글을 접하고 사람들에게 무지갯빛 이전에 경험해야 한다고 인내의 교훈도 배울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저자들의 간결하고 세심한 글은 그대로 에니어그램의 통합의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다.
두 저자의 영원한 쉼터인 가정에 균형된 뿌리를 견고히 하고 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서로 다른 재능을 팀워크로 이끌며, 높은 이상을 펼쳐가는 상생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다. 교수로서 그리고 다문화아동발달심리센터장으로서 서로 다른 길을 합심하여 노력하는 모습에서 언젠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도래한다는 확신과 믿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삶 속에서 에니어그램의 본질적 지혜를 체험하면서 쓴 보고서에서 에니어그램의 본질적 삶을 실천하려는 신성한 사고와 미덕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저자들이 ‘에니어그램을 위해 태어났다.’는 고백은 본인에게도 적잖은 아름다운 충격을 주고 있다. ‘가족상담사가 만난 아홉 사람들의 얘기’도 세상을 무지갯빛으로 보려는 아름다운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 저자들은 천부적인 학습능력을 가지고 세상을 늘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대수학자’이자 ‘작은거인’임이 틀림없다.
본인이 에니어그램의 보배를 만난 지 20여 년, 그리고 한국에 뿌리를 내린 지 10여 년이 지났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변화되어 새로운 삶을 영위하는 모습을 보면서 에니어그램의 폭발적 실천성과 심오한 이론적 깊이를 새삼 느끼고 있다. 특별히 오늘 우리 함께 걸어가야 할 저자들의 에너지가 본인에게 더욱 힘과 용기가 되고 있다.
본인에게도 아주 작은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고 있음에 고무되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여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건설해야 하는 당위성과 책무감이 더욱 다가오기도 한다. 아름다운 다문화세상을 향한 무지갯빛 이야기를 읽으면서 성큼 다가온 무지갯빛세상이 본인의 가슴에 느껴진다. 미력한 본인이 감히 감수하면서 저자들의 본질적 의도가 오도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책의 저자들인 ‘대수학자’와 ‘작은거인’의 아름다운 다문화세상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아름다운 미덕으로 거룩한 생각이 실현되는 그 날을 향해 나아가길 기도하면서…….
감수자 윤운성 교수
한국에니어그램교육연구소장, 한국에니어그램학회장
※ 위의 윤운성 교수님의 감수의 글은 저자 우준택, 조윤정의 초고를 보시고, 두 저자에게 용기와 힘을 실어 주시기 위하여 써주셨으며, 그 후 공동 저자로서 본 책을 완성하게 되었음. 또한 초고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하여 두 저자를 중심으로 집필되었음.
여는 글
옆눈박이 사색가, 대수학자
지금 돌이켜보면 정면을 응시하고 인생을 살았던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보통 지금 하는 일과 관심 있는 일이 다른 적이 대부분이었다. 별을 보고 걷다 물에 빠졌다는 천문학자 이야기처럼, 나는 바로 앞 벽에 부딪히면서도 끊임없이 다양한 분야에 취미 이상의 몰입을 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에니어그램을 배우면서 내 성격 유형을 사색가(investigator)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래서인지 시작을 알 수 없는 어린시절부터 끊임없는 공상과 상념들에 파묻혀 살아왔다. 그리고 내 전공은 수학 중에서도 변수를 활용한 방정식 풀이에서 비롯한 대수학(algebra) 분야 중에서도 하나, 둘, 셋하고 셀 수 있는 자연수 연구에서 비롯된 정수론(number theory)이다.
연애시절부터 하염없이 나를 출중한 천재로만 아는 한 순진한 아이 같은 아내의 여심에 매번 난감하기 그지없다. 책 제목을 정하는 와중에도 천재 수학자라는 말도 안 되는 발상을 거듭 만류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나마 괴짜인 성격은 스스로도 수긍하는지라 비범한 수학자라는 말에는 동의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냥 수학자라고 하기에는 밋밋한 면이 있고 전공이 대수학(代數學, algebra)에 속하므로 대수학자라 쓰게 되었다. 한 때나마 위대한 수학자가 되고 싶었던 어린시절 치기가 남아 있는 탓이라 해두자. 글에서 대수학자라 칭하는 것은 저자를 가리키는 애칭 정도로 봐주시기를 바란다. 참고로 책 본문 도중에 간간이 나오는 시 같은 단편적 글들은 저자의 메마른 감성이 간혹 촉촉이 젖어들
때 적어본 것들이다.
나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수학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학을 잘 배우는 편은 아니었다. 사실 중학교까지만 해도 내가 수학은 커녕 수학과 관계있는 전공을 택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대학은 가야겠고 필수이자 중요 과목인 국?영?수 중 하나인지라 지금도 유명한 교재인 정* 수학 교재를 방학 동안 깊게 파며 공부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학 수업 때 일이었다. 내가 진도에 따라 필기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던 선생님이 대뜸 반 아이들 앞에서 내 칭찬을 했던 것이다. 당시 수학 공부란 정해진 유형에 따라 틀에 박힌 풀이가 많았던 터라, 문제 형태만 보면 답을 거의 알 수 있었다. 그 날도 선생님 풀이가 시작되기 전에 풀이와 답을 미리 적어놓고 좀 편하게 있을 심산이었는데 그게 걸린 거였다. 전에 없던 그러한 경험은 나를 들뜨게 하였고 자의반 타의반 대학에서도 수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계기였다.
내가 수학에서 멀어지게 된 계기 역시 비슷한 경험 때문이었다. 대학원에서 범주 이론에 대해 외부 교수님을 모시고 특강 형태의 수업을 듣던 중, 학생별로 해당 주제에 대해 발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당시 나는 나름의 주제에 빠져 결론 없이 함몰되어 있었고, 그에 대한 이야기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당시 칠판에 나가서 자신 있게 할 수 있던 유일한 주제를 떠들어 댔지만, 곧이어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청중들의 묘한(?) 반응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급속히 수학에 대한 정나미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의욕이 상실되면서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같이 폭발하기 시작한 듯 나는 겉돌기 시작했으며 오랜 시간이 걸려 힘들게 학위를 마치게 된다.
내가 본 저서에 실은 논문 배경에는 에니어그램 심리학 이론 외에도 수리과학의 소산인 시뮬레이션 이론이 관여되어 있다. 내가 시뮬레이션 이론을 접한 것은 수학 전공으로 대학원을 마치고 박사 후(post-doctor) 과정일 수 있는 연구원을 공과대학에서 보내게 되면서이다. 컴퓨터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전자기 특성에 대해 분석 및 예측을 수리과학으로 풀어내는 연구를 주로 하였다. 연필과 노트로 하던 계산은 어느새 프로그램화된 컴퓨터가 며칠에 걸쳐 심하면 한 달 이상을 실행하며 계산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정도면 수학자로서 외도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물론 원래 하던 전공이 대수학 중에서도 정수론(number theory) 분야라서 순수 분야였기에 시뮬레이션과 같은 특히나 현실에 밀접한 반도체 분야라는 전형적인 응용 분야로 바뀐 것도 상당한 전공변화이기는 하다.
이후 에니어그램에 깊이 빠져들기까지 과정은 본 저서 내용에도 다룬 바가 있으므로 생략하고, 그보다 순수수학을 하던 사람이 어떻게 전산과학을 충실히 다뤄야 하는 시뮬레이션 연구가 곧바로 가능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기로 하자.
다시 이야기는 고등학교로 돌아간다. 당시 둘째 형은 군대 제대하고 전공을 살려 잠시 전자계통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당시 대한민국에는 8비트 컴퓨터가 붐을 이루고 있었고, 그중 하나의 브랜드가 대* 재믹스라는 기종이었다. 지금으로 보자면 휴대용 게임기만도 못한 사양이었으나, 당시로서는 가히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베이직이라는 인터프리터 형태의 프로그래밍 언어도 사용 가능하여 나는 이것을 다루는 재미에도 푹 빠져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집에 16비트 컴퓨터가 들어오고 이후 나는 각종 버전의 베이직을 거쳐 파스칼, C 등 프로그래밍 언어에 심취해서 시시때때로 밤을 지새우며 어느새 대학생이 되고 대학원생이 되었다. 당시 유명했던 마*지라는 월간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잡지를 탐독하며 간혹 프로그램을 보내 채택되기도 하며 취미치고는 대단한 몰입을 하며 보냈던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대학원을 마치고 나서 이력은 사실 취미와 전공이 바뀌어 버린 셈이다.
이렇듯 옆눈박이 기질로 인해 대수학자에서 반도체 연구원, 또 다시 심리 분석 상담가로 옮겨가고야 말았다. 뒤이어 소개하는 작은거인의 별호인 평화갈망 중재자는 에니어그램 성격 유형 검사 결과 공동 저자가 중재자(peacemaker)로 분류되고 그 속성이 평화를 사랑하고 갈구하는 천성을 가졌으며, 지난 세월 사색가로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에 부합하는지라 그리 적게 되었다.
평화갈망 중재자, 작은거인
석사논문을 쓰고, 박사논문을 쓰고, 그리고 여러 편의 논문을 쓰면서 나의 부족함을 새삼 깨달았다. 이 세상에는 참으로 똑똑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 나보다 더 잘 쓴 글이 시중에 떠돌고, 고생고생해서 연구하고 나면 연구결과가 좋지 않아 무효화가 되어 버리고 글 쓰는 것을 천성적으로 좋아해서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여기 저기 수기공모에 공모도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무소식,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글을 쓰는 것을 멈추게 되었다.
언젠가는 살아 있는, 생명력 있는 글을 쓰리라는 꿈을 가슴에 강하게 품은 채 학문의 세계를 떠을 가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병원에서, 영재연구소에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놀이치료사, 수석팀장, 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한국다문화복지협회 사무총장이 되기까지 한편의 책도 집필하지 못한 채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어느 날 직원들 간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시작한 에니어그램 교육, 한 단계 한 단계 공부하면서 마법에 걸리듯 공부에 빠져들어 갔고, 집에 오면 자나깨나 남편과 함께 에니어그램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였다. 남편과 에니어그램을 토론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곤 했다. 남편과 식탁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공부를 한 나보다도 나에게 전해 들은 에니어그램 지식을 기반으로 얘기하는 남편의 이야기가 더 정확하고 흥미진진하였다.
에니어그램은 마치 남편을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 나의 끊임없는 에니어그램 이야기는 남편으로 하여금 관심을 불러일으켰나 보다.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이 에니어그램 교육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1단계, 2단계, 3단계, 4단계, 심화단계 그리고 5단계를 거쳐 나와 함께 에니어그램 전문강사가 되었다. 어느새 남편만의 동굴방에는 에니어그램에 관한 책이 늘어만 갔고, 남편은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아주 깊이깊이 에니어그램이라는 학문에 빠져들어 갔다. 그토록 즐겁게 공부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 이 상태가 지속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간절한 바람이 들었다. 평소 남편은 늘 자기만의 동굴 속에 들어가서 사는 것처럼 보였는데 에니어그램을 접한 뒤로는 마치 동굴 밖으로 나와 세상과 교류를 하는 듯했다.
행복한 그의 모습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협회에서 처음으로 에니어그램 교육의 장을 만들었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그는 강의를 훌륭하게 해냈다. 명쾌하면서도 맛깔스럽게 강의를 하여 수강생의 환호성까지 받기도 하였다. 그가 협회로 강의를 하러 오는 날은 연애시절처럼 하루 종일 콧노래가 나오고 설레임으로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부부가 합심하여 상호 장점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신나게 강의를 하는 기분, 마치 온몸에서 증기기관처럼 열정이 뿜어져 나오고,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협회에서 다문화가족 여성들을 대상으로 멀티미디어활용 교수법, 미래지향 파워라이팅 교수법까지 강의를 하게 되고, 서서히 다문화가족들과 교류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가 복잡계 학회지에 실릴 예정이니 읽어봐 달라고 논문 한 편을 건네주었다. 논문을 읽는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충격 그 자체, 놀라움 그 자체라고나 할까? 어떻게 수리과학과 심리학(에니어그램)을 접목한 논문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남편의 논문을 읽은 순간 내 마음은 즐거움으로 하늘을 나는 듯했다. 드디어 남편이 새로운 분야에 논문을 쓴 것이다. 들뜬 마음이 억제가 되지 않아 계속 웃고 다녔다. 길을 걸을 때도, 통근버스 안에서도, 지하철에서도, 그것도 부족해서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부모님에게도, 언니에게도, 직원들에게도, 멘토이신 송정애 교수님께도, 그리고 시장님에게도…….
남편의 논문 발표날 반드시 가리라. 학회 회원으로 가입까지 하면서 그날이 오길 학수고대하면서 기다렸다. 드디어 그날 아침 수많은 상상이 나의 흥분을 증폭시켰다. 가까운 지인의 결혼식에 얼굴 도장만 찍고 논문 발표가 이루어진다는 장소로 갔다. 드디어 남편 차례가 왔다. 남편이 논문발표를 하면 환호성과 함께 빗발 같은 질문을 하리라 상상했다. 그런데 관중의 반응은 썰렁 그 자체였다. 논문내용이 신선한 소재라 다른 발표자의 논문과는 달리 관심을 보이기는 했으나, 논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많은 참가자 중 남편의 논문을 이해하는 것은 나뿐인 것 같았다. 발표 후 남편이 너라도 오지 않았다면 정말 처량했을 것이라고 조용히 얘기했다.
이대로 멈출 수는 없는 것이다. 수리과학과 심리학의 만남이라 그의 학문과 나의 학문을 접목시킨다면 어떨까? 서로의 부족한 점은 상호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시킨다면 참으로 가치로운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갑자기 강한 무지갯빛 섬광이 비쳤다. 내 주변을 맴돌던 수많은 정보, 작은 결실들의 조각, 아름다운 다문화세상에 대한 간절한 바람, 무지개 친구들이 어울러져 잠시 춤을 추는 듯했다. 이어 마치 퍼즐이 맞추어지듯 내 머릿속에 떠도는 조각들이 맞추어지기 시작했다. 바로 ‘비범한 수학자의 유쾌한 외도’(에니어그램으로 본 다문화세상)라는 제목으로…….
에니어그램이 가져다 준 두 번째 선물이 있다. 그건 ‘작은거인’이라는 별칭이다. 구리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시절, 내가 중간 지도자로서 직원들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선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직원들 간의 미묘한 갈등을 지켜보면서 그 갈등을 잘 해결하기 위해 에니어그램 공부를 시작했고, 그 과정을 통해 좀 더 성숙된 모습으로 직원들의 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사업 진행 시 난관에 부딪쳐도 유연하게 대처하여 오히려 좋은 결실을 맺었고, 즐겁게 합심하여 일을 추진해 나감으로써 직원들 간의 동료애도 깊어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조직개편에 의해서 직원들 중 2명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중간 지도자로서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었다.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직원들을 위해서 내가 떠나기로 결정을 내렸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행복한 직장생활이었기에 센터를 그만둔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고향으로 내려가겠다는 결정을 좀 더 앞당겼다고 생각하고 용기를 냈던 것이다. 송별회 날 직원들이 내게 편지 액자 선물을 해주었다. 직원들의 마음을 그대로 적은 편지 액자 선물이었고, 액자 중앙 하트 모양 안에는 언제나 온화하고 평온하지만 내면에는 힘찬 독수리처럼 날아오르고 계신 분이라는 내용과 함께 ‘우리들의 작은거인 국장님’이라고 쓰여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나의 소중한 부분을 기꺼이 주고, 용기를 내서 가슴에 품었던 꿈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른 순간 얻은 별명 ‘작은거인’, 내가 어디에 있든 어느 자리에 있든 난 ‘작은거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에니어그램을 통해 건강한 나(9번 중재자)를 찾았고, 접혀 있던 두 날개(1번 개혁가, 8번 지도자)를 활짝 펴고 가슴에만 묻어두었던 꿈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었다. 내 삶 속에서 가장 성숙했던 순간 함께 했던 소중한 이들이 붙여준 ‘작은거인’이라는 별칭은 앞으로 내 삶에 큰 자원이 되리라 확신한다.
대수학자와 작은거인이 드리는 말씀
부부 사랑의 깊이를 모른 채 서로의 차이로 인한 상처만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힘겹게 살아왔던 부부에게 서로의 사랑을 깨닫게 해주시고, 부부가 합심하여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할 수 있도록 든든한 멘토가 되어주신 윤운성 교수님, 송정애 교수님, 황임란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배우자가 얼마나 소중한지 배우자에게 사랑받을 때 얼마나 행복한지 그리고 부부가 상호 다른 재능으로 시너지를 내며 결실을 맺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해주신 우리 부부의 평생 멘토이신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다문화가족의 빛과 소금이 되어주신 한국다문화복지협회 김경선 초대 협회장님, 김태수 협회장님, 황영희 대표이사님, 김동규 초대상임이사님, 기남도 상임이사님, 조윤희 운영위원장님과 협회 이사님, 본서의 집필에 동참해 주신 무지개 친구와 협회식구들 양현숙 선생님, 차라연 선생님, 그리고 본서를 에니어그램 관점에서 세심하게 피드백해 주신 김새한별 팀장님께 마음 가득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끝으로 우리 주변을 보이지 않는 은혜로 감싸주신 우리 가족과 친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들 형원이, 어머님 박복순 여사, 아버님 故 우제수 옹, 그리고 파주에 가족 어머님 황영희 여사, 아버님 조용덕 옹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은데 말과 글로 표현 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절감합니다.
함께 드리는 말씀
본 저서는 다문화세상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기 위하여 대수학자와 작은거인이라는 부부를 주인공으로 하였으며, 부부가 에니어그램을 통해 깨달은 맑고 자연스런 감정 그대로 삶에 적용한 내용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써내려간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한 것이다. 한 수학자가 다문화에 뜻을 두기까지의 과정을 에니어그램 전문가, 다문화강사 책임교수, 새로운 학문의 장 시도